손 바닥 강물

2003.05.27 21:00

김영교 조회 수:471 추천:127

손바닥 강물
김영교

짙푸른 계곡 사이를 몸 비틀며 흐르는 강*은
바위산과 하늘, 숲 그리고 안개를 뚫으며
낮은 곳으로 유유히 간다

뭇 새소리 강 언덕을 날고
노랑 들꽃을 틈바구니에 피워 올린
저 무심한 돌 바위를
온 몸으로 부딪쳐 부서지는 수심 깊은 흐느낌

강 한 가운데
빠른 몸짓으로 치닫는 소용돌이 물살
숨 고를 새도 없이 부서지는 안개 포말에
젖은 세상이 주먹을 편 손바닥위를 춤추며 흘러
아래로만 향한 속도에 합류된는 그침없는 힘
놀라워라

수면에 빛 한줄기 내리면
물은 물끼리 껴안아 하나가 되어
서로를 일으켜 세운다
고여있어 냄새나는 삶의 물이랑도 변화되고
강변을 스치는 바람을 잠시 잡으면
뿌리를 적시는 소리 들린다
흙탕물까지 안아서 걸러서 흘러 보내는 손바닥 강물
그 아름다운 헌신을 본적이 있는가

메마를 수 없는 밑창
저 아래 낮게 있어
드러나지 않는 강바닥의 어깨 들먹임
조용하여라

한 참을 두리번 드디어 찾아
그 설렘에 환호하는 소리
심상에 넘실대는 흔적들
강바닥은 그의 손바닥
움푹패인 손금사이 물줄기 흘러
내 안뜰 쓸고 씻기운다
구석 구석 스며드는
깊은 손바닥 강물.
5/26/2003

*Redwood 중심부를 관통하여 흐르는 Klamath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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