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풍경 5-효자 찜기

2011.01.07 13:03

김영교 조회 수:604 추천:175

지난 달 서울을 다녀온 느낌이 여늬때와 좀 다르다란 생각이 들었다. 집을 비운 동안 실내 오킷 화분이랑 뒤뜰 화분들 싱싱하게 초록을 있는 대로 뿜어내고 있었다. 시들지 않고 건강한 빛으로 반겨주는 화초들이 나를 무척 기쁘게 해 주었다. 남편이 정성 드려 잘 보살핀 것 같았다. 뒤뜰 잔디 위에서 스윙 연습을 해도 바로 그 옆의 잡초를 못봐 낚아채지 못하는 남편이었기에 의외다 싶어 속으로 고맙다란 마음이 들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짐도 밀어놓고 잠에 취해버렸다. 정작 집 주인은 아내가 애지중지 하는 화초 베이비씨팅은 잘하면서 성가시게 쏘아내는 치통을 어쩌지 못해 이빨 뽑어 말어 갈등하고 있었던 사실을 나는 알턱이 없었다. 도착한 다음 날 이를 뽑고 들어서는 남편을 비몽사몽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짐 가방을 풀기 시작했다. 음식을 씹지 못하는 남편에게 명란알 계란찜이 제격이란 번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화개장터가 떠오르고 뚝배기 찾아 3만리 짐 속을 뒤지고 있었다. 절실하게 필요한 이런 때가 이렇게 쉬 오리라 예상이나 했겠는가. 예견이나 한듯 꼭 필요한 찜기, 무겁지만 사오기를 참 잘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집을 비우는 경우 강아지나 열대어, 화초나 정원수등 생명 있는 것들을 적절하게 조치해 놓고 떠나곤 했다. 더욱 빈틈없이 조치해놓고 자리를 뜰려고 하니 여행 전에 몸이 지칠 때가 허다했다. 탑승후 비행기 안에서 계속 잔다. 두 번씩이나 투병의 전력을 가진 나는 건강 지향적이라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결론이 서면 잘 돌아선다. 그래서 기내에서 잠에 취해 식사를 놓치지까지 했다. 이 찜기를 앞에 놓고 생각에 잠긴다. 무거운 것을 왜 사? 도시마다 마을마다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는 번거러움에 그 무게를 보태면 힘들것이 뻔하지 않는가. ‘내가 너를 우리 식구로 데려 오길 참 잘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은밀한 눈빛을 건네주었다. 음이온 분청계란찜기 ‘본 제품은 순수한 천년재료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렌지, 가스렌지 사용가능 원적외선이 다량 방출됩니다 불에 직접 올리는 분청 내열도자기입니다 음식이 타지 않고 맛이 좋습니다. 무공해 천연소재로 만들었습니다’ 명란젓을 계란에 휘저어 중탕 찜을 해서 남편의 치통대안 말랑살랑 계란찜이 상위에 올랐다. 다 이 신통한 계란찜기 덕분이었다. 그날은 홍쌍리 청매실을 내려와 단숨에 가 닿은 곳이 화개장터였다. 청매실 마을의 감동이 넘실대며 발걸음을 신나게 장터안을 누비게 밀어댔다. 더덕 향기를 맡으며 찐쌀도 씹어 먹으며 장돌뱅이의 추억을 맛본 게 횡재였다. 토속적 분위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그 유명한 화개장터에서 만난 인연~ 계란 찜 뚝베기와의. 윤끼 나게 씻고 닦았다. 다음엔 된장찌개를 끓여 상에 올릴 참이다. 효자 하나 입양한 기쁨, 이래저래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무게가 성가셔도 가족이 늘어나는 기쁨은 늘 보배스럽다. 오늘도 요긴한 자식 노릇을 아주 잘해내고 있는 뚝베기에게 애정어린 눈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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