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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2020.05.28 23:46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 고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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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피터 브뤼겔(Pieter Brugel) 作 "고난의 길"

예수는 어깨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빌라총톡청()을 나섰다.

아침 시각 이었음에도 태양은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며 작렬했다

35도를 웃도는 가마솥 더위였다.

대기 속에는 습한 기운이 그득다.

때문에 숨쉬기 조차 벅찼다.

총독청 앞은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의 고난을 구경하려고 몰려든 인파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가뜩이나 찜통 더위에 사람들의 열기까지 더해져 체감 온도는 훨씬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유대인들은 결코 평범치 않았던 젊은 라바이의 마지막 길을 보기 위해 진을 쳤다.

군중의 눈매에는 호기심과 연민(憐憫),그리고 증오(憎惡)가 서려 있었다.

세속(世俗)의 모든 부조리를 십자가에 짊어진 예수는 근육을 뜯어내는 악마같은 채찍을 맞으며 빌라도 총독청을 나섰다

총독청고통1처소(處所)였다.

예수는 이곳에서부터 주검의 장소인 골고다(Golgotha)에 이르기까지 무려 14번에 걸쳐 인간적 갈등을 감내(堪耐)해야만 했다.

헌데, ,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예수가 등골이 오싹한 체형을 당하고 죽음의 골짜기로 향하는가.

이쯤에서 잠시 시간을 되돌려 예수가 무슨 혐의로 십자가 형()을 받고, 주검을 향해 가는지 오버랩 해보자.

때는 서기(AC) 3344. 유대교 최고 재판정인 산헤드린(Sanhedrin)

산헤드린의회 내 법정은 판관들의 갑론을박(甲論乙駁)으로 시끌벅적거렸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연행한 라바이가 곧 도착하기 때문 였다.

판관들은 라바이에게 적용한 신성모독죄가 과연 성립될 수 있느냐를 놓고 이견이 분분했던 것이다.

이처럼 판관들의 이견이 엇갈리긴 했으나 결국 만장일치로 라바이에게 신성모독죄를 뒤집어 씌우기로 합의했다.

그러고는 최고 지도자인 나시 코헨 가들과 부판관인 아브 베잇 딘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수의 재판이 시작됐다.

의회 재판정에는 산헤드린 소속 23명의 판관(判官)들도 자리했다.

판관들은 의회 재판정에 선 예수를 요모조모로 뜯어보고 관찰했다.

판관들은 피의자 신분인 예수를 아무리 뜯어봐도 그가 주장한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었다.

체포과정에서 시달린 탓에 모습은 초췌 했으나, 이목구비가 또렷했고 외모는 수려(秀麗)했다. 생김새가 그렇다 해서 자신들이 섬기는 야훼의 아들 이라니……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판관들은 라바이가 과대망상증 환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품었다.

판관들이 예수를 곁눈질 하며 수군거리자 우쭐해진 요셉 벤 가야파가 기세 좋게 목청을 돋구었다.

가야파는 다름아닌 예수를 신성모독(神聖冒瀆)’죄로 체포한 대제사장이었다 .

가야파가 예수에게 물었다.

이보시게, 라바이(선생).당신이 군중들이 모인 장소에서 대놓고 하나님의 아들이라 했다는데, 사실인가?”

순간, 계단식 돌 의자에 앉은 모든 시선이 예수에게 꽂혔다.

하지만 예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수가 무반응 하자 가야파가 목소리를 한단계 높여 말했다.

라바이.그대가 스스로 하나님의 우편에 앉은 나라고 공언했다는데, 정말 그렇게 말했나?”

묵묵부답.

예수가 초지일관 침묵하자 다혈질인 가아파가 버럭 성질을 부렸다.

이봐, 라바이. 수많은 군중 앞에서는 실타래가 풀리 듯 막힘없이 말을 잘 하드만, 어찌 갑작스레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됐나? 가타부타 말을 해야 될게 아닌가!”

그래도 예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즈음에서 였다.

가야파의 심문을 지켜보던 판관 하나가 자리에서 벗어나 예수 곁으로 다가갔다,

매부리 코에 송충이 눈썹을 한 그의 이름은 헤로데아 아킴.

라바이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였다.

그는 판관들 사이에서 난폭자란 별명으로 불리었다.

불같은 성격의 아킴이 예수의 묵비권을 지켜보다 열을 받자 솥뚜껑 만한 손바닥으로 예수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파열음이 섞인 육두문자가 튀어 나왔다.

헤로데아 아킴이 내뱉은 쌍욕은 차마 글로 표현하기가 민망해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난폭자가 휘두른 폭력에 예수의 입술이 터졌다.

붉은 선혈(鮮血)이 입 주변으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예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불시에 타격(打擊)을 당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타났을 것이다.

허나, 예수는 초월자(超越者)처럼 그 어떤 미동(微動)도 없었다.

얼굴도 명경지수(明鏡止水)였다.

이처럼 가야파의 끈질긴 유도질문에도 끝내 침묵하자 급기야 판관들 가운데 일부가 예수에게 달려들어 정강이를 걷어차거나 옷을 찢는 등 히스테리를 부렸다.

갑자기 분위기가 개싸움 투견(鬪犬)판처럼 어수선하자 나쉬 코헤 가둘이 신고 있던 가죽 신발을 벗어 붙박이 탁자에 신경질적으로 내리쳤다.

나쉬가 말했다.

이런, 빌어먹을! 도대체 저자는 원래 벙어리인가, 아니면 혀가 짧은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구 묵비권을 행사해? 이봐요, 가야파 대제사장. 더 이상 저, 라바이를 상대로 심문할 것 없어요. 당장 판결을 내려요.”

예수는 형식과 절차가 무시된 불법 재판을 통해 신성모독죄명을 쓰고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끌려갔다.

총독 법정. 46

총독관저(官邸)내 사택에서 두 중년의 남녀가 소근거리듯 밀담을 주고 받고 있었다

총독 빌라도와 그의 부인 클라우디아 프로클라였다

두 사람은 매우 초췌한 표정이었다

법정에 세워 둔 라바이의 심문이 내키지 않아서 였다

부인이 말했다

“나리께서 방금 말씀하셨듯이 법정에 서 있는 젊은 선생은 아무런 범죄 혐의도 없어요.그러니 신중하게 처신하세요."

빌라도가 말했다

“물론이요교활(狡猾)고 야비한 바리새인놈들 같으니…..지놈들은 손에 피한방울 뭍이지 않으려고 저 친구를 나에게 떠 넘긴거요. 하지만 고구려 속담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했소. 하여, 저놈들의 얄팍한 수작에 넘어갈 내가 아니지."

여기까지 말한 빌라도가 사택 아래로 보이는 법정에 시선을 주었다

법정 담벼락 한 켠에는 채찍과 쇠꼬챙이를 비롯한 각종의 고문도구들이 을씨년스럽게 내걸려 있었다

포승줄에 묶인 예수는 죄수를 고문하는 형틀 근처에 머물렀다.

빌라도는 아내와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예수를 주시했다.

헌데, 웬일인지 그의 모습이 거대한 산맥(山脈).처럼 느껴졌다

별일이군.

빌라도는 속으로 이렇게 뇌까렸다

부인이 빌라도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2주 전경비대 사령관 부인과 함께 갈릴리에 위치한 다볼산(산상수훈(山上垂訓) 현장갔었어요."

“거기에는 왜?"

빌라도가 흠칫하며 물었다

”소문 그대로 였어요영 라바이가 기쁜소식(福音)을 들려준다 하기에 갔지요.

빌라도가 물었다

"그래서.저 친구가 뭐랍딥까?

부인이 답했다

“사랑을 말했어요.’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해라하며 시종일관 사랑을 강조 했어요심지어는 원수까지도 감싸고 보듬으라이렇게 가르치는 선생에게 무슨 죄를 묻겠 어요."

부인의 말을 귀담고 있던 빌라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시 법정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송사(訟事)처리는 진퇴양난이었다.

흙탕물에 발을 담근 격이었다

유대인들의 교묘한 술책에 걸려 들었다는 자괴감이 은근히 화를 돋구었다

빌라도는 산만해진 머리를 추스르기 위해 아내가 청동기 잔에 가득 따라 준 포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빌라도가 말했다

“부인나도 다 생각이 있소그러하니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계시구려.

10분 후

로마 복식(服飾)인 토가를 걸친 빌라도가 서재에서 천천히 계단을 밝고 내려왔다.

그러고는 법정 한가운데 서 있는 예수에게 다가갔다

빌라도는 예수와 시선을 부딪쳤다.

순간, 빌라도의 심장이 바짝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허파 속의 모든 에너지가 순식간에 방출(放出)되는 느낌이었다.

고통을 참지 못한 빌라도가 법정을 지키고 있는 당직 부사관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콘스탄틴. 어여, 물가져와!”

빌라도의 다급한 재촉에 놀란 부사관이 황급히 물을 떠 빌라도에게 가져갔다.

빌라도는 청동 잔에 가득 담긴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정신없이 물을 들이킨 빌라도는 그제서야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빌라도가 입가에 묻은 물기를 옷깃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이봐요젊은 선생. 대체, 여기에는 왜 온 거요?"

예수는 대답대신 빌라도를 보았다.

예수의 눈빛을 받은 빌라도가 또 다시 움찔했다.

젊은 라바이의 눈빛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 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없이 자애로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빌라도는 예수로부터 방출(放出)되는 예측 불가능 한 ()때문에 감히 가까이 접근할 수 가 없었다.

예수와 거리를 둔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선생. 당신이 그랬소? 유대의 왕이라고 말요?”

예수가 비로소 말했다.

그렇다.”

순간, 법정 밖에서 예수의 대답을 들은 군중들이 경끼를 일으키며 소리쳤다.

저자가 신성을 모독한다. 당장 주리를 틀고 심장을 도려내라!”

바리새인과 군중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빌라도를 옥죄이자 그는 우물쭈물 하다가는 자신만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

빌라도는 임기웅변으로 기발한 착상을 떠올렸다.

유대 명절에는 죄수 하나를 석방하는 관습이 있다.

빌라도는 이것을 떠올린 것이다.

그는 법정 주변을 둘러싼 군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씨리즌(시민여러분)! 당신들이 처형을 원하는 이는 누구입니까? 하나님의 아들이라 칭하는 이, 라바이입니까, 아니면 바라바입니까?”

군중들이 팔을 흔들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바라바를 석방하고, 예수를 골고다로!”

군중의 다수는 유대 열심당원이었다.

그리고 바리새인들의 일당(日當)품삯을 받고 동원된 군중들도 무수히 섞여 있었다.

이들은 미친듯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꺽고 라바이를 처형하라고 주문했다.

빌어먹을, 유대인들……”

빌라도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뒷걸음질 쳤다.

빌라도가 콘스탄틴에게 말했다.

이봐, 부사관. 지금 당장 졸병을 시켜 옥에 가둔 바라바를 끌고와.”

(바라바 석방과 관련된 대목은 마태복음서에서 개략(槪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결국 바리새인들의 흉계(凶計)대로 젊은 라바이를 구속 수감한 빌라도는 졸병이 내온 청동 대야에 손을 담궈 물로 세척한 뒤 자신은 이번 재판에서 불법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음을 애써 자위했다.

한편 빌라도의 평결(評決)로 열심당 우두머리인 바라바가 석방되자 군중들은 미친듯이 환호작약(歡呼雀躍)하며 그를 무등 태워 행진해 나갔다.

바리새인들은 바라바가 석방되자 내심 불쾌해 하며 입맛을 다셨다.

왜냐하면 그도 자신들의 장애물이였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예수가 대신 구속 됨으로써 위안으로 삼았다.

이틀 후

총독 관저에서 부인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던 빌라도는 예수 때문에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빌라도 역시 배울 만큼 배운 군 출신 정치인이었고 사리판단도 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총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하여, 이렇다 할 죄도 없는 라바이를 사형시킨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법리에도 위배(違背)되는 것이었다.

신성모독죄라니….로마에서는 어떤 신이라도 자신의 아버지가 될 수 있지 않은가.

빌라도는 고심 끝에 예수를 살리기 위한 묘책을 강구키로 했다.

다름아닌 채찍형()이었던 것이다

엄청난 고통을 수반(隨伴)하는 채찍질로 예수를 능욕함으로써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 일개 범부(凡夫)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바리새인과 유대인들에게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빌라도는 자신의 꼼수를 실현키 위해 로마 병사 가운데 고문 전문가들을 동원 예수에게 채찍질을 하명했다.

채찍질에 동원된 고문 병사는 힘이 좋은 엄청난 거구였다.

거구는 하의만 가린 예수를 쇠로 만든 고문 틀에 무릎을 꿇리고 등에 기름을 뿌렸다.

그러고는 채찍을 바짝 꼬나 쥐었다.

채찍은 3대가 물려 쓴다는 터어키 산 물소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었다.

1미터 길이의 채찍은 모두 39 개의 가닥으로 묶여 있었다.

39개 가죽에는 짐승의 날카로운 뼛조각과 담금질한 쇠를 칼 날처럼 갈아 잘라낸 쇳조각을 비롯한 쇠구슬과 장미 가시 등 치명적인 흉기들이 부착됐다.

가죽 채찍은 예수의 체형을 위해 전날밤 물에 불린 상태여서 거구가 휘두르기에 안성마춤이었다.

예수에게 다가선 거구는 꼬나 쥔 채찍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복근에서 끌어 올린 기()를 다해 사정없이 등을 내리쳤다.

순간, 예수의 등에서 붕어의 부레가 터지듯 탁한 파열음(破裂音)이 일었다.

뿐만 아니라 예수의 입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단발마(斷末魔)의 신음이 새어 낳았다.

거구가 손에 쥔 채찍에는 너덜너덜한 수많은 살점이 박쥐처럼 매달려 있었다.

채찍에 부착한 쇠구슬은 예수의 등을 타격하며 찢어진 근육조직에 더한 상처를 가했고, 뼛조각은 살 거죽을 뜯어내는 역할을 했다.

처음 채찍을 가한 등에는 수십 가닥의 살점이 뜯겨 나가면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피를 본 거구는 흥분한 탓에 첫번째 채찍질과는 달리 더욱 힘을 실어 등과 목덜미 허리 등을 내리쳤다.

채찍이 등에 닿는 순간 그것을 무게로 환산하면 대략 1톤에 가까운 파괴력이었다.

이정도의 힘이라면 아무리 항우(項羽)장사라도 그 자리에서 탈진(脫盡)할 것이다.

두번째 채찍은 척추를 타격했다.

근육을 파고든 채찍은 손바닥 만한 크기의 살점을 뜯어내며 척추의 일부를 손상시켰다.

채찍이 등에 달라붙는 순간 26개의 척추(脊椎: Vertebral Column)가운데 등뼈(胸椎:12)일부가 금이갔다.

7개의 골()로 조직된 목뼈(頸椎)도 채찍으로 얻어 맞아 심한 부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다.

열이 받친 거구가 인정사정없이 내리친 채찍으로 타격을 당한 갈비뼈(肋骨)24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금이 가거나 부러졌다.

뼈에 균열이 생기면서 끔찍한 고통이 따랐다.

그 고통을 감히 글로 형용할 수 있겠는가.

(만약 예수가 당한 고통이 궁금하다면 당신도 똑같은 채찍으로 한번 맞아 보시라.)

순간, 예수의 입 안에 고인 뜨거운 고열(高熱)이 기도(氣道)를 차단했다.

자칫하면 심장이 멈췄을 것이다

예수의 입에서는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거친 소리가 세어 나왔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이처럼 광포(狂暴)한 고통속에서도 혼절하거나 의식을 잃지 않았다.

예수 곁에서 체형을 지켜보고 있는 부사관 콘스탄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거구를 곁눈질했다.

한편으론 놀라움에 질린 표정이었다.

왜냐?

여태껏 수많은 범죄자들을 채찍 체형으로 처벌한 이들 로마 병사들이었다.

아무리 쎈 놈이라도 채찍질 두어 차례면 모두가 혼절해 버렸다.

그러나 저, 라바이는 어찌된 영문인가?

두 번의 채찍을 맞고서도 눈빛은 또렷하지 않은가.

어리둥절한 것은 거구도 마찬가지 였다.

소위 고문의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자신한테 채찍질을 당한 죄수들은 열이면 열 모두 두 방에 스러지고 말았다.

헌데,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바짝 약이 오른 거구가 다시 한번 복근부터 끌어올린 모든 기()를 모아 채찍에 실은 뒤 한 호흡에 등을 향해 내리쳤다.

21세기 현대인들은 이 순간을 목격하지 못해 별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置簿)할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로마시대 채찍을 목격해 보시라.

단번에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공포다.

그리고 저주다.

채찍을 보는 순간, 그리고 그것을 만든 창작자를 떠 울리는 순간 지구별에서 가장 악랄하고 사악한 동물은 다름아닌 인간벌레라는 것을 자책하게 된다.

예수는 부활한 뒤 채찍으로 흉측하게 찢겨나간 몸을 성녀(聖女)비르짓다에게 발현(發顯)해 보여주었다.

성녀 비르짓다는 예수 부활 후 그 생생함을 많은 이들에게 증언했다

한편, 채찍을 휘두르는 거구의 체력은 갈 수록 소진됐다.

반대로 살과 골격 근육까지 찢겨나간 예수는 단 한번의 혼절(昏絶)없이 묵묵히 고통을 감내(堪耐)했다.

이 고통은 인간 세계인 지구별에 오기 전 예정설(豫定說)속에 포함된 것이었다.

예수는 하데스의 지옥보다 더 끔찍스런 채찍형을 당하면서도 속으로 기도했다.

그것은 지구별의 인간벌레들이 저지르고 있는 다양한 악행에 대한 죄사함이었다.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 있을 때에도 똑같이 말했다.

저들은, 저들이 범하는 악행에 대해서 조차 어리석게 행하고 있다.저들의 죄를 사함은 나를 버려 대속(代贖)하는 일이다.’

인류사(人類史)이래 이처럼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인물은 없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그 누가 이와 같이 사랑을 실천했는가?

예수는 이 지구별에서 신의 세계를 보여준 최초의 인간이었다.

등과 허리 엉덩이와 허벅지의 살점과 근육까지 뜯겨 나간 예수의 육체는 말 그대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마치 야비한 하이에나에게 갈가리 찢긴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두 손으로 고문 틀을 붙들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묵묵히 참아냈다.

그 고통을 스스로 맛봄으로써 비로소 하늘과 땅의 소통이 이뤄졌음을 확인한 것이었다.

예수를 향해 마지막 채찍을 휘두른 거구가 입에서 단내를 뿜어내며 부사관에게 말했다.

! 도대체 저, 인간은 뭡니까? 이정도 채찍을 맞았으면 진즉 저승길로 가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런데, 보십시오.아직도 저토록 정신이 말짱하다니….이게 말이나 될법한 거요? 혹시 저, 라바이 정말 하나님이라는 신()의 아들 아뇨? , 세상에 그렇지 않구서야 어찌 저리도 멀쩡하답니까!”

거구의 말을 듣고 있는 콘스탄틴 부사관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투였다.

연신 고개만 좌우로 갸우뚱 할 뿐이었다.

부사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 한 일이라고 뇌깔였다.

놀란 것은 비단 이들 뿐만 아니었다.

빌라도 역시 할말을 잃은 채 전전긍긍했다.

관저에서 예수의 체벌을 내려다보고 있는 부인 클라우디아 프로클라도 심장이 뛰었다.

클라우디아는 갈릴리에 위치한 다볼산()에서 예수가 행한 산상수훈(山上垂訓)을 떠 올렸다.

그리고 방금 눈앞에서 채찍질 당한 예수를 생각했다.

순간, 클라우디아 프로클라는 웬지 모르는 벅찬 감동에 휩싸였다.

이 두 장면에 대비(對比)된 예수의 모습은 그 자체였다.’

클라우디아는 감동을 추스르며 요단강에서 세례를 준 요한의 말을 떠 올리기도 했다.

그는(예수)하늘의 독생자(獨生子).”

이렇게 생각을 고쳐 잡은 빌라도의 아내는 더 이상 괴롭고 불안하지 않았다.

또 한 고통스러움도 사라졌다.

이제 자신은 예수를 편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죽어서 다시 자신 곁으로 살아올 것이므로.

빌라도의 아내는 곁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남편을 달랬다.

그리고 예수가 걷는 인간의 길에 순응하라고 말했다.

이틀 후     

예수는 총독청을 떠나기 앞서 머리에 면류관을 썼다.

로마 군인들이 대추나무 가지를 잘라 만든 면류관을 왕관이라고 비아냥 하며 머 리에 씌운 것이다.

면류관은 예루살렘 야생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추나무 가지를 잘라 만든 것이었다.

헌데, 대추나무 가지에는 크고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나무 가지에 날카롭고 촘촘하게 박혀 있는 수많은 가시들이 머리 피부를

파고들며 엄청난 고통을 수반(隨伴)했다.

뿐만 아니었다.

칼날처럼 예리한 가시들이 피부를 파고들자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선혈이 낭자한 피는 땀과 섞여 하염없이 눈 속으로 스며들었다.

십자가의 무게로 가뜩이나 몸을 바루기 힘든 상태에서 시야마저 불투명해 진퇴양난이었다.

십자가에 무게는 대략 70킬로였다.

80킬로 쌀 한 가마니와 비슷했다.

허나, 아무리 힘이 좋은 장사(壯士)라 해도, 초주검이 다되도록 모진 체형을 당하고 이같은 무게를 지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왼쪽 어깨에 십자가를 짊어졌다.

십자가는 동서남북(東西南北)을 뜻한다.

즉 예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죄를 십자가에 달아 대속(代贖)한 것이었다.

예수의 어깨에 놓인 십자가는 산딸나무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중부 이남 지방에서도 자생하는 산딸나무는 중근동 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과실수(果實樹).

십자가를 어깨에 짊어지고 총독청에서 첫 발을 내디딘 예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을 향해 빗발치듯 쏟아내는 비난과 비아냥에 분노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사서고생한다는 자책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예수는 그렇지 않았다.

예수는 비아 돌로로사의 길을 오르면서도 오직 세상의 구원만을 생각했다.

14처를 오르면서 예수는 자신에게 다가와 연민(憐憫)을 표하는 이들을 오히려 다독이며 위로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자신은 곧 돌아올 것이므로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이같은 예언은 불과 3세기 만에 이뤄졌다.

예수를 죽인 바리새인(유대인)과 로마인들이 모두 예수교()라는 울타리에 종속(從屬)된 것이다.

한편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구부리고 십자가를 이끌고 있는 예수는 3지점에 도달하자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속의 산소가 희박해 지면서 호흡이 거칠어진데다 이마에서는 여전히 선지처럼 묽어진 피가 땀에 섞여 끊임없이 눈 안으로 스며든 것이 이유였다.

설살가상으로 끔찍스런 채찍이 뜯어낸 자리에 근육들이 늘어나면서 신경조직을 압박해 육체적 고통을 더욱 배가(倍加)시켰기 때문 였다.

갈지자 걸음으로 앞으로 나간 예수의 발걸음이 갑자기 중심을 앓고 열 십자로 꼬였다.

순간, 왼쪽 어깨에 짊어진 십자가가 예수의 몸을 짓누르며 널브러졌다.

동시에 십자가 모서리에 짓눌린 등과 어깨에서 붉은 피가 꾸역꾸역 솟아 올랐다.

생각조차 끔찍스런 채찍이 뜯어낸 근육에서 나오는 선혈(鮮血)이었다.

힘에 부친 예수가 비틀거리며 땅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빼곡히 들어찬 군중들이 예수의 힘겨운 모습을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봐, 라바이. 당신이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지금 당장 십자가를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들라구. 그러면 지금처럼 힘들이지 않고 골고다까지 갈 수 있을걸세.’

어이, 예수. 당신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죽은 나사로를 살렸고, 실로암 연못에서 늙은 맹인(盲人)을 눈뜨게 했지. 당신은 그 밖에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요술(妖術)을 많이 보여 주었어. 대표적인 것이 오병이어(五餠二漁)였어. 헌데, 지금은 왜, 요술을 부리지 않는거지? 혹시 약발이 다 떨어져서 그런거 아냐?”

군중들은 낄낄거리며 예수를 향해 온 갖 비아냥을 퍼부었다.

군중들이 떠나갈 듯 웅성거리자 예수 곁을 따라 붙은 로마군 호위병들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라바이. 꽤 부리지 말고 어여 일어나.”

호위병들은 그러고는 창 끝으로 예수의 어깨를 쿡쿡 찔러댔다.

땅바닥에 주저 앉은 예수는 엄청난 피로와 더위 때문에 도저히 움직일 수 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많은 없는 노릇이었다.

기력을 다해 골고다까지 가야할 것이었다.

호위병들의 채근으로 다시 십자가를 어깨에 짊어진 예수는 온 힘을 다해 허리를 폈다.

80킬로에 달하는 십자가도 간신히 들렸다.

순간적으로 기력을 다한 탓에 또 다시 온몸에서 비오 듯 피와 땀이 쏟아졌다.

피범벅으로 혼합돼 땀은 눈을 마구 파고 들었다.

시계(視界)는 제로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존할 것은 오로지 정신 뿐이었다.

무기력한 예수를 바라보는 군중들은 하이에나처럼 더욱 기고만장하며 날뛰었다.

예수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아냥을 들으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세상의 모든 위선과 원죄(原罪)를 걸머지고.

(계속)

이산해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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