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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2020.08.05 16:00

조강지처(糟糠之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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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KNOWN


내 이름은 한국남(韓國男)

나이는 52

결혼 26년 차()

무자식(無子息)

직업은 시신(屍身)을 다루는 장례 지도사(Funeral Diretors)

현재 천사의 도시 LA에 거주

 

마누라 이름은 밝히기 곤란함.

천사의 도시 코리아 타운에서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

나이는 55.

직업은 대물(大物)호스트 바 여주인.

 

내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정론직필(正論直筆)신문 독자난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다름아니다.

마누라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사단(事端)의 발단은 이랬다.

소화불량장애를 지닌 나는 잦은 방귀로 고통을 겪고 있는 처지다.

나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갈겨대는 님들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일 것이다.

 

지난 밤.

6개월만에 치루는 방사(房事)도중 너무 흥분한 탓에 그만 방귀를 내지르고 말았다.

그것도 한방이 아닌 연속으로 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방귀 냄새가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지독한 탓에 기겁을 한 마누라쟁이가 나를 세차게 밀쳐내며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저주성 발언은 너무나 끔찍하고 황당해 차마 글로 재생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마누라는 옷을 챙겨 입는 것도 잊은 채 알몸으로 나를 걸쳐 앉아 엉덩이로 깔아 뭉개며 말했다.

, 썩어 문드러질 씨방새야. 네가 인간이냐? 네 눔이 하도 딱해서 두 눈 질끈 감고 모처럼 아내 역할을 하려 했는데, 방귀를 내 질러? 우라질 눔! 스컹크도 사랑할 때 만큼은 조신하게 행동한다 이눔아.”

화들짝 놀란 나는 마누라 앞 전에 다소곳이 무릎을 끓고 백배사죄 했다.

하지만 통할리 만무였다.

연산군보다 더 포악한 성깔의 마누라는 이 참에 다시 군기를 잡는다며 나를 거실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팔 굽히기 108번과 물구나무서기 30분의 체형(體刑)을 가했다.


때는 밤 12시였다.

기고만장(氣高萬丈)한 마누라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소파에 큰대자로 널브러진채 전신 마사지를 요구했고, 근력(筋力)이 딸려 손놀림을 멈추기라도 하면 인정사정없이 발길질을 해댔다.

나는 단지 방귀를 사출(射出)했다는 이유만으로 마누라에게 이토록 설음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모진 고난의 밤이 지났다.

 

그리고 새벽녘.

마누라에게 엄청난 시달림을 당한 나는 지친 몸으로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헌데, 날벼락도 유분수지…..

집 안이 들썩일 정도로 마누라가 경끼를 일으키며 소리를 질렀다.

, 씨방새야. 신발장에 숨겨 둔 컵라면 네가 처먹었냐?”

순간, 나는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 듯 온 몸을 떨며 전율했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그 컵라면이 마누라 것이었다니….

나는 중죄를 저지른 죄인처럼 마누라 면전에서 고개를 떨구고 이실직고를 했다.

그리고 처분만 기다렸다.

목과 이마에 핏대를 고추 세운 마누라가 말했다.

, 씨방새야. 처먹을 것이 따로 있지 내가 아끼고 아껴둔 컵라면을 도둑질해 처먹어? 이런 돼지우리에 처 넣어도 시원치 않을 눔!”

마누라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네 눔이 서방 구실을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이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 머리 속에 똥만 가득찬 새끼! 아무튼 네눔은 어디곳 하나 쓸모가 없어. 내눔이 호스트 바 이병현이 10분의1만큼만 닮아도 내가 서방으로 인정하겠다 만, 너는 컵라면만 축내는 인간버러지일 뿐이야.”

 

아직도 잠이 덜 깬 상태인 나는 마누라의 격정(激情)이 꿈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하여, 내가 두 눈을 멀뚱이며 미동도 하지 않자 발끈한 마누라가 발로 정강이를 걷어찼다.

공포에 질린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끓고 고개를 떨구었다.

 

나의 나약한 모습에 우쭐해진 마누라가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야, 이 씨방새야. 내가 컵 라면을 사다 놓을 때마다 네 눔은 남김없이 쳐 먹었어. 해서 안되겠다 싶어 컵 라면을 내 신발장에 숨겨 놓았더니 도둑고양이처럼 나몰래 훔쳐 먹어? 이런 라면 국물에 튀겨 죽일 눔!”

 

여기까지 말한 마누라는 왕년의 프로 레슬러 박치기 왕 김일처럼 나의 연약한 이마를 들이 받았다

기습적인 박치기로 머리의 통증을 견디지 못해 무릎을 굽히는 사이 뒷쪽에서 연달아 방귀가 터졌다.

냄새 역시 역겨울 정도로 지독 했음은 물론이다.

마누라가 경끼를 일으키며 소리를 질렀다.

“스컹크보다 못한 눔. 오늘 당장 이혼이다.도장 찍을 준비나 해둬!”

집안이 들썩일 정도로 악을 쓰고 집을 나간 마누라는 이후 발걸음을 끊었다.

코리아 타운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마누라는 자신이 운영하는 대물 호스트 바 정우성과 뜨거운 사이라 했다.

설령 마누라가 그렇다 해도, 또한 폭군 연산군보다 더 잔혹하고 폭력적이라 해도 나는 결코 마누라를 포기할 수 없다.

왜냐?

싫든 좋든 26년 동안 한 지붕 아래서 지낸 조강지처(糟糠之妻)이기 때문이다.

 

하여, 오늘 출근길에서도 아내를 그리워 하며 가슴을 적시는 것이다.

서두에서 이미 밝혔듯 내 직업은 죽은 자를 다루는 장례지도사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주검을 만지며 염습(殮襲)을 하고 있다.

 

주검들을 다루며 생각한다.

저마다 다양한 일가(一家)를 이뤘을 것이라고.

 

어떤 주검은 지구별에 와서 평생 사랑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주검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폭력을 휘둘렀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주검은 살아 생전 주는 것을 기쁨으로 여겼을 것이다,

덧붙여 어떤 주검은 증오와 불화 만을 조장하다 고통속에서 생을 마감 했을 것이다.

이처럼 숨이 멈춘 주검들은 다양한 비밀을 간직한 채 아무 말없이 1천도 화굴(火窟)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차디찬 스테인리스 시신대()위에 누워 있는 주검들을 살피면 모두가 한결같은 모습이다.

()하다는 것이다.

 

나는 주검을 만지며 생각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악()한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악해지는 건가?

 

한편, 나는 어제 마누라의 변호사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았다.

이혼 사유는 이랬다.

서방이 시도 때도 없이 질러대는 방귀와 훔쳐먹는 버릇으로 결혼생활이 불가해 이혼을 제기(提起)한다‘

청천병력과 같은 이혼 통보를 접한 나는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서럽게 눈물을 쏟았다.

 

님들아!

댓글을 달아다오.

방귀가 과연 이혼 사유에 합당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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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해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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