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2008.02.20 11:37

이용애 조회 수:631 추천:118

    겨울 나무

              이 용 애

골목 어귀에
홀로 서있는 정원수
뭉턱 뭉턱 잘려 나간 팔 쳐들고
겨울 바람에 떨고 섰다
너무 아려 내리지도 못 한 채

무성한 가지 키워
그늘 풍성히 드리운 죄였을까
저토록 무참하게
난도질을 당한 까닭은

소리 죽여 호소하는 너를
차마 바로 볼 수 없어
고개 돌리고 지나는데
빗방울이 후두둑 내 볼을 적신다
아! 봄을 재촉하는 이 비

봄이 오면
저 아린 몸에서도
새 잎이 돋아 날 수 있을까
잔 가지도 뻗어 날 수 있을까

흉하게 잘린 팔
눈부신 새 옷으로 감싸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꺼야
봄이 오면
그래, 봄이 오면


            2. 2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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