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개요 / 성백군
선풍기 바람에
베란다에 내놓은 꽃봉오리들이 다 떨어졌다면
누가 믿을까
삼백두 명의, 태반이 십 칠팔 세 소년 소녀들이
한순간에 인당수에 제물이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 오천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죄악과 허물을 그들에게 몽땅 뒤집어씌워
바다에 처넣은 것이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아서
누가 누구를 정죄하는가, 오히려 감사할 일 아닌가
살아있는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어린 생명들이 죽었으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거늘, 탓 탓---
돌아보니 다 내 탓이다
돈 앞에 비굴했고
권력 앞에 치사했고
불의 앞에 눈 감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도 지우고 이웃도 짓밟아 버렸으니
정의가 도망가고 바다가 대한민국을 삼킨 것을
그런데, 그런데 왜 이국 만 리 하와이
추모 분향소 앞에 국화 한 송이 받치고 나오는데
어인 눈물인가
국가가 흘려야 할 눈물을 그것도 하와이에서
개인이 울어야 하는가?
그래, 그래 조국의 마른 슬픔을 우리가 대신 울어
물꼬를 트고 상처가 치유된다면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온종일 울어
지금이라도 바르게 살지 못한 삶을 회계하고 하루라도 빨리
변화된 민족의 새 모습을 그들의 영전에 받쳐야 하리
그들의 죽음이 성화 되어야 하리
살아남은 자, 은혜를 입은 자, 온 한민족, 디아스포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일을 이루는데
모두가 제물이 되어야 하리
595 – 04292014
*하와이 한국일보 지면에 발표(5.6.2014, : 알로하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