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풀나기
이 월란
겨우내 묻어둔 그리움이
봄 내음에 경련을 일으키면
소리없이 다가오는 춘정
숨가쁜 입김으로 언 땅을 헤집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찬피동물처럼
굽잡힌 아지랑이 스멀스멀 혈류를 따라
닿는 손끝마다 열매되어
대지 가득 맺히는 절박한 몸소름
한기에 움츠렸던 꽃잎을
저린 손마디마다 피워 물고
주춤거리며 발 딛는 곳마다
허무를 갉아먹고 피워낸 파란 멍꽃
봄은 그렇게 당신의 손길처럼
소리없이 다가와 미명을 달리며
매일 동면하는 나의 대지에
무채색의 봄꽃을 피웁니다
2007-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