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이 월란
너와 나의 만남은
너무나도 흔한 만남
혹은 진정한 만남의 부재로,
너무나도 쉬운 이별
혹은 완전한 이별의 불감당으로
만남도 없고 이별도 없어
만남의 흔열도 이별의 눈물도 소진되어버린
낯선 도시의 일방통행로에서
잠시 어깨를 스치며 번갈아 사진을 찍어주었고
서로의 삶의 절면을 오각형의 프리즘 속으로
한쪽 눈을 감고 뷰파인더로 잠시 훔쳐보며
서로의 사진사가 되어 주었던 탓에
끝내 인화되지 못할 몇 장의 필름이
영원히 잠겨버린 가슴이란 암실에
가두어져 있는, 그런 것이 아닐까
2007-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