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4 (견공시리즈 125)
이월란(2012-8)
어느 날 부터인가 하얀 토비는
소파 등받이에 오롯이 앉아 빈집을 지킨다
사라져 기다리게 한 님이 되어 돌아가면
인적이 사라진 지붕 아래
목재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기다림이
밤새 내린 눈처럼 하얗게 쌓여 있다
얼마나 많은 차들을 보내며 눈을 깜빡인 것인지
차고로 꺾이는 핸들을 보자마자 펄쩍 뛰어오르는
사람의 것처럼 결코 지치지 않는, 저 하등한 신앙
풀어 헤친 미물의 가슴으로 낳은
알을 품고 기다린 새 한 마리
무인도 가득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