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전화
이월란(2012-8)
나의 수다를 사시겠습니까
나의 험담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소문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이름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인기를 사시겠습니까
나의 외모를 사시겠습니까
나의 학벌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직업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지식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재물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친분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거래를 사시겠습니까
나의 초대를 사시겠습니까
나의 실례를 사시겠습니까
나의 주정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권태를 사시겠습니까
나의 공감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추천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거만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제안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자랑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용서를 사시겠습니까
나의 봉사를 사시겠습니까
나의 모순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위선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거짓을 사시겠습니까
나의 진실을 사시겠습니까
스마트해진다는 폰을 들고
팔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
뚜뚜뚜뚜뚜뚜
이 번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파산했습니다
[시평] 미주문학 2014년 여름호 --------------------------- 유안진
이월란 시인의 「세일즈 전화」는 제목과 내용 등에서 참으로 발랄하고 탁월하고 우수했다고 칭찬하고 싶습니다. 작품의 감동이라는 보편성과 예술성 즉 특수성의 두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작품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자조나 비웃음도 진실도 비아냥도 넘치는 페이소스에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 삶은 이런 거짓과 날조 사기 치기 그럼에도 눈물겨운 진실과 진정 진리 등이 버무려져 있습니다. 일찍이 어떤 이는 말했습니다. “어떤 의인에게도 과거가 있고 어떤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다”라고, 여기서 과거는 치욕스러움이고 미래는 개과천선하여 의인이 될 여지 즉 시간“이 있다는 뜻이지요. 제가 아는 한, 어떤 시인도 쓴 적이 없는 새롭고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봅니다.
이 세상은 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자기 자신인 줄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제 스스로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과대광고 허위의 선전 과대 표장...의 거짓과 진실의 슬픔과 생존투쟁의 페이소스와 니힐니즘의 인생으로 탁월하고 진솔하게 생동감 넘치게 수다떨고 험담한 빠른 호흡의 전개가 좋았습니다. 내가 나에게 자신의 진실과 통화하였다고 읽어도 좋은 시가 됩니다. 다만, 나 같았으면 마지막에서 3번 째 행의 “팔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을 “팔아야만 살아갈 수가 있는”으로 숨겨진 비아냥과 조롱 조소의 부정을 긍정의 전반부의 흐름으로 어어갖면 이렇게 되고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해서요. 딱 한 마디만 한다면 “사시겠습니까” 보다는 “사세요” 적극적인 광고 선전의 표현이면 어떨까요? 거듭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