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이월란(2012-8)
뛰어든 것일까, 풍덩 빠진 것일까
높은 데서 떨어진 이 위험한 영토
뉴에이지에 감전된 소리가 전파를 타면
자면서도 춤을 추는 해초들은
뿌리를 꼬리처럼 흔들며 떠다니곤 한다
파장을 벗어나면 무서운 파도에 휩쓸린단다
젖은 손으로 플러그를 만진 듯
세상은 도체가 되어 화상을 입힌다
이안류에 휩쓸려 실종된 사체들이
해저의 침묵으로 쌓이면
귀로 헤엄을 치는 눈이 큰 물고기들은
쉬이 몰리고 쉬이 흐르는 촉수를 뻗친다
오늘도
빛은 산란하는 물고기처럼 알을 낳고
종적을 알 수 없는 터널을 따라
무지갯빛으로 아롱지며 사라졌다
금괴 같은 산소통을 업고 내려오는 다이버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프로필을 닮아 있다
천국이 깔려 있는 화이트 비치가 있다고 믿는
뇌가 늙지 않는 상어 한 마리
퇴행하는 인간의 머리를 먹고 산다
머물기 위해서도 사지를 움직여야 하는 땅
수면에 비친 별빛이 매일 수장되는 자리마다
얼음처럼 차다, 물속 같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