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흥 시인의 시작노트

2017.01.2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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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아름다운 여자는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의 속살이 얼마나 눈부신지

허리가 얼마나 신비한지

때로 머리칼 바람에 날리지만

그녀의 그늘은 위험하고

향기는 치명적이다

안간힘으로 다가가면

말없이 돌아서며

치맛자락만 감아 쥘 뿐

참으로 아름다운 여자는

서늘한 눈길도 주지 않는다



-- 이진흥 시인은 그의 최근 시집 <어디에도 없다>를 발간했다. 필자는 그의 시를 매우 사랑한다

   이유는 자신의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내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갈등을 고스란히 업고 달려온 삶을 시인 답게 살아온 분이기 때문이다.


    요번 시집에서 필자가 가장 맘에 드는 금강산 전문부처 시작하는 이 시인은 

    그 시의 배경을 작품 설명으로 대신하고 있다.




흔히들 시인을 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는 사물의 껍질을 꿰뚫고 본질을 보는 우수한 시력의

소유자로서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잘 보는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눈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만일 그 대상이 드러나기를 거부 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은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우수한 시력을 가진 사람도 그것은 볼 수가 없는게 아닌가?

가장 중요한 것, 예컨데 최고의 가치라고 하는 진.선.미는 그 자체로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런 뜻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보고 싶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은 더욱 자신의 몸을 숨겨버린다


중략



.. 그럼에도 이 시인은 자신은 보려고 한다고 외친다. 그렇게 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보이지 않게 되는 이유가 뭘까를 가지고 시들을 쓰며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러다 어느날 산책하다 무슨 소리를 듣고 문득 깨우친다. 

    자신의 소리, 

   즉 자신의 어린 자아의 소리를 듣고 전율한 것이다. 

   그 실존을 깨우는 소리, 곧 성찰의 고요한 희열이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또 겸허하게 전달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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