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뿐이네/오연희
핸들에 머리 박고 울다가
빵빵거리는 뒷 차 소리에
스스로를 달래가며
공원에 오던
그 때는
눈물 마를 날
하마 올까 했다
거꾸로 박혀있는 화병 바로 세워
꽃 꽂아 놓고
회한에 젖는 순간은
잠시
옛 동산에라도 오른 듯
탁 트인 주위를 둘러본다
잘 다듬어진 초록공원 여기저기
땅 아래로 방금 거처를 옮긴
이
여럿 보인다
한 몸 뒤척일 수도 없는 작고 낯선 집 지붕 위로
생 살 듬성듬성 보이는 잔디가
덮여있고
그 곁에
사람모양의 화환 몇 채
시체처럼 누워있다
땅 위의 인연 제 집으로 다 가고
꽃,
뿐이네
오연희 선생님,
꽃병에 꽃을 꽂으며
아픈 꽃 피어있던 공원을 찾아가시는 시인 그리고..처연한 슬픔이 꽃처럼 놓인 세상이라는 공원...다 아름답습니다..
꽃 지는 봄에..
오연희 (2008-04-01 22:42:08)
"공원"
그렇게 환한 이름을 가진 곳에는 소풍만 가는줄 알았는데...
사람이 묻히네요.
아름다운 사람만...
고맙습니다.
허 경조 (2008-04-07 05:08:04)
오연희사부님
전번글 "이것또한 지나가리라"와 이번 시인 "꽃뿐이네"의 언어들이 제마음속 깊이 자리를 잡고 떠나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멕시코 단기 선교를 이틀전 다녀왔고 그곳에서의 감동들을 마음에 계속 간직하려고 애쓰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것들 또한 지나가고 꽃뿐만이
남게될 세상일에 대한 아쉬움때문일 것입니다.
지나간 시간과 다가오는 시간사이에서 현재라는 시점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보며...
오연희 (2008-04-07 23:11:53)
잘 다녀오셨나 보네요.^*^
꽃뿐만이 남게 될 세상에 대한 허무는
이땅에 남은자의 몫일테지요.
이생이 끝이 아님을 믿는 신앙인이라 하더라도...
최근 전 이용규선교사의 "내려놓기"를 읽었습니다.
내려놓을것이 많은 사람에게나 해당되는줄 알았는데...
내려놓아야만 채워지는 기쁨이...
가진것 별로 없는 저에게도 있더라구요.
아쉬움도...내려놓을수 있다면...
허 경조 (2008-04-08 12:15:32)
내려놓아야만 채워지는 기쁨을 선교지에서 체험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막장같은 생활을 하는 그곳의
아이들이 처음에는 불쌍하고 동정이 갔었읍니다.
그런데 오는날 차에 장비를 싣고 가려는 순간 여러 아이들이 몰려왔고 그중의 한 작은 여자 아이가
제게 안기며 제뺨에 뽀뽀를 하는 순간 제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흐르더군요.
먼지구덩이속의 그 아이들이 더 이상 불쌍한 존재가 아니고 작은 예수로 느껴졌습니다.
마치 지극히 작은 소자에게 행한것이 내게 행한것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느껴지며 그간의 고생이 기쁨이 되고 그 아이들의 나를 쳐다보는 눈동자속에서
참기쁨과 평안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그 감동이 마음에 자리잡고
그래서 일상생활에 밀리는 느낌이 아쉽기만 합니다.
오연희 (2008-04-10 13:14:51)
전..아직 그런 감동..가진적 없습니다.
그 순수가 부럽습니다.
일상속에 소중에 품어야 할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