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등불 밝히다/오연희
진달래 벚꽃 유채화가 숨 막힐 듯 만발하고
아지랑이와 물방울이 영롱한 빛과 함께 떠다니는
화면 가득 환상의 봄 풍경
저 황홀함에 혹하지 않을 이 없겠네
가까이 들여다보면 치이고 부러지고 벌레 먹은 꽃 없으랴만
꽃은 꽃으로 충분한 꽃 나라
천상에서 바라보는 지구도 저와 같을까
아지랑이와 물방울과 영롱한 빛으로 가득하고
꽃보다 아름답고
꽃처럼 쉬이 지지 않는 인생들
꽃만큼 민감하여 속수무책 계절에 휘청거리는
살아있음 속에 기생하는 상처의 운명이여
꽃처럼 뽐내다가 꽃처럼 절망하네
그럼에도 호흡은 늘 봄
숭고한 노래의 후렴처럼 순례자의 길을 되뇌네
지구 화면 가득 장엄한 향기 출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