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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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느슨한 평상복에 납작한 신발을 즐겨 신고 다니는 나는 주일 예배드리러 갈 때 만큼은 옷차림에 신경을 좀 쓰는 편이다. 오래된 습관이겠지만, 옷을 단정하게 입으면 몸의 자세도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것 같다.

지난 주일은 지인이 다니는 미국교회에 갈 일이 생겼다. 내가 섬기는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그 차림 그대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미국교회로 갔다. 교회 로비에는 비집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사람이 붐볐는데 대부분이 바닷가에 놀러 나온 사람들처럼 차림이 자유분방하고 시끌벅적하다.

주보로 보이는 종이를 집어들고 극장처럼 어두운 예배당 안을 더듬거리며 들어갔다. 무대 위에는 젊은 남녀 7~8명이 악기와 노래로 신나게 찬양을 하고 있었다. 스크린에 찬양 가사가 뜨지 않았다면 세상 쇼 무대라고 해도 될 만큼 무대 조명이 화려하다.

찬양팀의 연주가 끝나자 무대 커튼이 내려지고 '코미디 클럽'이라는 형광글자가 커튼에 비친다. 한 남자가 커튼 앞에 나와서 코믹한 몸짓으로 한바탕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사람들의 박수와 웃음소리로 예배당 안이 떠나갈 것 같다. 그리고 그는 퇴장한다.

도대체 예배는 언제 드리는 거야, 투덜대는 심정이 되려는 찰나 찢어진 청바지에 발가락이 갈라지는 슬리퍼를 신은 한 사나이가 나타난다. 글씨가 여기저기 새겨진 허름한 셔츠를 입은 그가 입을 떼자 분위기가 달라진다. 목사님이란다. 딱 주유소에서 일하다가 달려온 차림이다. 빠르게 쏟아내는 영어 설교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교인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보건대 대단한 영적 파워를 가진 것 같다. 아까 코미디가 오늘의 설교 말씀 주제와 관계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다.

예배를 마친 후 고등학교 건물을 빌려서 예배를 드린다는 교회 안을 둘러보았다. 예배드리는 동안 젊은 부부들을 위해 아기들을 맡아 돌봐주고 있는 방이 웬만한 규모의 유아원 수준이다. 교인이 아기를 낳으면 산후 음식까지 챙기는 봉사 부서가 있다고 한다. 교인의 연령대가 젊은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밖에 나오니 격식타파가 자유와 직결되기라도 하는 듯 찢어진 반바지나 청바지에 발가락 갈라지는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정장 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내 모습이 저들과는 다른 별에서 온 것 같다.

기념 사진이나 한번 찍을까 싶어 폼을 잡으려는데 체구가 조그만 아시안 남자가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온다. 목사님이다. 한국성을 가진 미국사람. 아까 설교할 때 모습 그대로. 발가락이 갈라진 슬리퍼를 신고. 우리와 인사를 나눈 후 차림이 비슷한 교인들 속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크게 보인다.

차에 타서야 아까 받은 주보를 펼쳐보았다. 예배 순서지가 아니라 이 교회가 지향하는 미션과 추구하는 핵심가치에 대한 내용이다. "교회가면 재미없다고 누가 말했냐?!" 마지막 글귀가 참으로 미국답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를 심어줄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다.

미주 중앙일보 201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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