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릴리스
오연희
뒷마당 한 구석에
허연 가루 풀풀 날리는 메마른 땅 한 줌 있다
무슨 희망 있으랴
눈 질끈 감고 그 곁을 지나다가
아, 감아도 보이는 거기
잡초인 듯 난초인 듯
연두 이파리 불쑥 솟아있다
애잔한 눈길 잠시 머물었을 뿐
연두 잎 진 그 자리 가뭇가뭇 잊혀질 쯤
꽃 보쌈 매단 벌거벗은 꽃대
뱀 대가리처럼 쭉 올라온다
한 알뿌리에서
이파리 한 시절
꽃 한 시절
지상의 사랑 못내 서러워
독을 내 뿜듯 펑펑 분홍빛 그리움
피워 올리고 있다
어긋난 우리 인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