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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에게 19

2004.12.02 17:36

최재환 조회 수:84 추천:6

                 들꽃에게.19
                   
                          
                          시 최재환
                   

내 아버지가 이 세상에 
무심코 한 개의 씨알을 떨구었을 때
그것은 한숨 속에 싹이 트였거니
햇살 드는 양지를 골라
젖은 발목 거두는 심정으로 하늘을 펼친다.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손등이 트도록 땅을 일구고       
들녁을 색칠하다 호홉이 멈추어버린 
어린 생명들에게
꽃은 약속 없이도 창을 활짝 열어
나 이제 한 아비의 아들이 아닌
한 아들의 애비로 거듭 나
뿌린 씨알 거두고
훗날의 다짐만 남겨두리.

아침마다 새로 피는 나팔꽃처럼
세월 흐르는 길목을 장승처럼 버티고 서면
바늘귀만큼 트인 실눈 사이로
조수潮水도 바뀌리니
가창오리 떼 어둠을 밝히는 날
천천히 천천하게 
그리고 대문을 나서도 늦지 않으리.   

                 200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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