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반드시 썩을 것이니  
  네 몸 또한 반드시 썩을 것이니
  생애 단 한번만이라도
  네 몸을 보고 싶었다 온몸을
  샅샅이 샅샅이 탐하고 싶었다
  노래를 마친 여편네야
  너까지 왜 강물에 몸 던진 것이냐
  내가 사랑했었는데 너를
  내 갖고 싶었는데 네 몸을

  폭풍우의 밤길을 헤치고 가거나
  눈보라 휘몰아치는 거리를 헤매다 가거나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돌아오는 길에 벼락에 맞아 죽어버린들
  교통사고로 즉사해버린들
  암, 미소 띤 얼굴로 죽어갈 것이다
  그 밤을 못 넘기고 싸늘히 시체 되어도
  사랑을 이루었다면 기쁨에 겨워
  황천길도 춤추며 갈 수 있을 것이다
  암, 빛처럼 웃으며 갈 수 있을 것이다

  노래 부르다 밤을 만든 조물주여
  한여름 밤의 앙가슴을 찢어발기는
  천둥과 벼락으로 나를 축복하라
  단 한 번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하여
  나는 살아왔고 지금 살아 있다
  살아 숨쉬고 있기에 만월을 향해
  뜨겁게 딴딴하게 발기하고 싶었다
  네 몸 끝내 한 번도 어루만지지 못했는데
  너는 벽제 화장터에서 한 줌
  뼛가루가 되고 말았다

  한탄강에다 너를 뿌렸다
  가루는 금방 가라앉았다
  원했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
  이 세상에 너는 없고
  미치고 싶도록 사랑한
  내 오래 숨겨두었던 사람……
  그대 입술과 가슴,
  아, 머리카락 냄새까지도 사랑하였다  
  딱 한 번만이라도 갖고 싶었다……
  내 이 머리 누구처럼 하얗게 새기 전에





(원문출처 : '이승하시인의 작품 : 한탄강에서 공후인을 듣다' - 문학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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