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 매워새 )

2013.11.11 09:21

김사 조회 수:459 추천:29

순이와 매워 새
                                                                        
   13살 먹은 순이는 연지곤지 찍고 꽃단장하고 시집을 가던 날, 하늘도 파랗고, 앞산도 파랗게 물이 들어 청포 잎 치마 두른  어느 날 이었습니다.
   순이는 정든 집을 떠나기 전에 집안 구석구석까지도 눈에 담고 마음속에 새기었다가 보고 싶은 날 꺼내 보려고 알뜰살뜰 둘러보았습니다. 가꾸고 가꾼 터 밭에 물도 듬뿍 주고, 삽살개의 밥이라야 멀건 물, 보리밥을 남겨 얹어주어,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고마워 고마워합니다.

시집가는 날까지 뒷마루도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고, 외양간에 소도 풀을 듬뿍 주어 잘 있어라 하며 쓰다듬어주니 그 큰 눈에 물기가 돌며 고마워했습니다.
"저 가시 내가 시집을 가려하니 걸리는 것이 많나 보다고 어머니는 앞치마로 콧물을 훌쩍거렸습니다.
  순이가 시집간다고 앞집에 분이도 뒤 집에 사는 갑순 이도 부러워하며 놀려대던 것이 생각나서 눈물을 찔끔 짜면서 고단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순이는 방으로 기어들어 갑니다.
  
간밤에 신랑이 살며시 문을 열고 드려다 보고 갔지만,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기억도 없습니다. 텅 빈 방에 혼자 누워 있자니, 방은 휑하니 넓기만 합니다. . 순이는 누어서 천장에 붙어 있는 석 가래를 세어보고, 벽에 걸려 있는 신랑 옷을 쳐다보았습니다.  
  초례청에서 맞절하며 신랑이 술잔을 건너 줄 때 살짝 눈을 들어보니 키가 작고 조그마한 신랑입니다. 신랑은 잔뜩 겁먹어 보여서 저 사람이 내 신랑인가 하니 어떻게 의지하고 살 것인가 하는 마음이 서러웠습니다.

친정 엄마가 시어른들에게 말대답하지 마라, 신신당부하시기로 마음에 꼭 새겼습니다. 시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얼굴을 한번 들지 못하고 입을 꼭 다물고 눈을 내려 깔고 하얀 버선코만 내려다봅니다. .

새벽닭이 꼬끼오 하고 울면, 곤한 잠 속에서 닭이 우는구나 하면서도, 조금만 더 하면서 누워있으려면 시어머니는 "일어 나라" "여자가 늦잠 자면 집안 망하느니라." 긴 담배 대로 문지방을 탁탁 두드리면 바로 일어나야 합니다. 이녁 일어나지 않으면 시어머니는 방문을 열어젖히고 긴 담배 대로 머리를 한 대 때립니다. .친정 아버지의 꿀밤보다 더 아픕니다.                  

순이는 벌떡 일어나서 나가면 밖은 아직도 캄캄합니다. 부엌에 들어가면 어디가 무엇이 있는지 더듬거리고 넘어져 무릎도 깨기도 하였습니다, 이마를 기둥에 박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익숙하여 더듬지 않고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두운 밖으로 나올 때마다 무서워 마음이 콩당,콩당 하지만 워리 개가 어느새 쫓아와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줍니다. 시집에서 유일하게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것이 워리 입니다.  먹다 남은 것을 모아두었다가 주었더니 순이만 보면 눈을 반짝 뜨고 귀는 쫑긋하며 달려옵니다.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부엌에 있는 순이의 키만큼 큰 물독에 물을 길어다 채우는 일입니다. 물 길러 가는 길은 멉니다. 들을 지나 산 밑에 옹달샘에는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항상 쏟아져 나옵니다.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합니다. 이물을 이 동네에 복을 갔다 준다하여 얼마니 정성을 드리는지 아이들은 부정 탄다하여 가면 안 됩니다. 가을이면 우물을 깨끗이 치우고 고사도 드립니다.
  
물을 길어 가지고 집에 오면 한참은 걸립니다. 새벽에 혼자 가려면 무서워 오금이 저리지만 워리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를 합니다.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고 앞서가면 순이는 마음에 넉넉하여 워리야 고마워 고마워합니다. 이른 새벽이라 밖은 캄캄하여 길도, 나무도 잠을 잡니다.
밤새 별들의 합창으로 뿌린 안개가 자욱하고 순이의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습니다. 달빛은 순이의 물동이 위에도 쏟아져 내립니다. 아직도 제집으로 들어가지 않은 별들은 순이의 발걸음마다 따라옵니다. 순이는 마음껏 별과 달과 바람에 이야기를 합니다.
"안녕 달아, 안녕 별아...오늘은 늦게 일어 나서 시어머니에게 야단맞았단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만 무서워,처음엔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단다. 우리 신랑은 나하고 자지 않고 사랑방에 잔단다. 그러나 한 달에 한번은 내 방에 들어 온단다. 지난 저녁엔 신랑이 나더러 더 많이 커서 어른이 되면 호강 시켜 준다고 했어, 조금만 고생하래, 너희들도 신랑이 있니, 나 오늘은 여기서 친구를 하나 만들었다. 옆집에 사는 나중에 시집 온 새댁인데 나보다 한 살 더 먹었어, 어제 담 너머로 우리는 말을 했어, 내일 다시 그 자리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 새댁 이름은 서운이야, 내일 또 말해 줄게, 나 빨리 가야 해 늦게 온다고 혼난다.  안녕 …….    
  세 번을 물을 길러 날라야 독에 물이 가득합니다. 그러면 아침은 어둠을 가르고 순이의 뜰 방까지 찾아와서 빙긋 웃어 줍니다.
시어머니는 댓돌 마루에 앉아서 긴 담뱃대로 담배를 뻐금뻐금 피우시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독에 물이 가득히 차면 뒤뜰에 있는 육중한 광문을 열고 보리쌀과 쌀을 내어다 줍니다.  
광문을 쾅 문 닫히는 소리와 덜컥 광문 채우는 소리를 아침마다 듣습니다. 이 소리와 함께 순이네 시집은 아침이 시작되고 하루가 열립니다. 보리쌀은 많고 쌀은 조금이라서 밥을 할 때 보리쌀 위에가 쌀이 다른 곳으로 못 가게 한 가운데 푹 박아 놓습니다.

반찬이래야 김치 독에서 김치 꺼내 놓고, 된장 퍼 다가 시래기 넣고 된장국을 끌이고, 고추장 퍼다 놓고 뒷밭에서 따온 고추를 옆에 놓으면 됩니다. 밥솥에 불을 때서 끊여 놓고, 작은 불을 모아 놓고 국 끊입니다.  
시아버지 상에는 반쯤 쌀이 섞은 보리쌀 밥입니다. 시숙은 조금 더 보리가 많이 섞어 있습니다. 남편은 시숙 보다 보리가 더 많이 섞입니다. 그 다음은 시어머니 그리고 머슴들 그리고 동서 그리고 순이입니다.
마지막으로 푼 밥은 밥그릇에 반도 못됩니다. 위에 동서와 순이의 밥은 깡 보리밥입니다. 고추장은 여편네가 먹으면 안 되고 남정네만 먹습니다. 동서와 순이는 부뚜막 걸쳐 앉아서 밥을 먹는데, 순이는 물 떠다 나르고 국 퍼서 갖다 주면 밥 먹는 시간이 없습니다. 순이는 부엌에 서서 된장국에 바닥에 남은 밥을 말아서 훌훌 들여 마셔야 합니다.

순이는 항상 배가 고픕니다. 신랑인 인수는 그래도 색시라고 입맛이 없다고 하면서 밥을 반만 먹고 입 맛 없다고 상을 물립니다. 반 남김 밥을 순이에게 주려고 하였는데, 시어머니는 "그 밥 이리 가져오너라. "하십니다. 신랑이 남긴 밥을 시어머님께 가져다 드립니다. 여자자 밥을 많이 먹으면 둔해져서 못쓰느니라 하십니다. 시집와서 배가 고파 김치 독을 열어 김치를 먹고,  물로 배를 채우고 변소에 연신 다녔습니다. 머슴도 둘이나 두었고, 가난하게 살지 앉는데 시어머니는 모자라게 밥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일 년이 되어가니 순이는 동네 새댁들도 알게 되고, 새댁들이 마실 을 와 얼굴도 익히고, 조금씩 정들어 갑니다. 봄이 되어 앞마당에  버드나무가지에 잎이 피고, 산천에 개나리꽃이 한창이더니, 그 꽃이 스러지고 진달래가 만발하여 온 동네가 꽃처럼 붉어져 갔습니다.
순이의 마음속에도 진달래도 피고, 개나리도 피고, 아지랑이가 일고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시집올 때 돌이 지난 막내가 지금쯤 뛰어 다니겠지 보고 싶어집니다.  
뒷마당에 심어 놓은 무궁화 꽃나무에 잎이 많이 나왔겠지. 이런저런 생각에 밤은 깊어가고, 잠이 안 옵니다. 밤늦게  순이 방에 들어온 신랑은 게면 적고 수집은 얼굴로
"색시야 힘들지"  "조금만 참아 내 얼른 커서 색시 고생을 안 시킬게"
하면서 순이의 등을 두드려 주며 웃어 주었습니다. 생각을 하니 얼굴이 붉어집니다.얼마 더 있어야 어른이 될까, 우리는 어른이 되어야지 같이 방을 쓴다고 합니다.
밤마다 혼자 자는 방은 크고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순이는 늦잠을 잤습니다. 오늘은 동네 새댁들과 나물을 뜯으러 가는 날인데 이렇게 늦잠을 잤으니, 겁이 났습니다. 허둥지둥 옷을 주워 입고, 면경에 얼굴을 비추어 보지 못하고 나오니 시어머니는 댓돌 마루에 담배 연기를 길게 품으며 긴 담배 대로 마루를 두들기며  "여자가 해가 중천까지 뜨도록 자면 그 집구석 망한다" 하시며 호통을 치십니다.
신랑이 방에 오는 날은 시어머니는 깨우는 것을 안 하신다. 아침 물독은 머슴이 길러다 채웠습니다.  

  시어미니 가 내어주는 쌀과 보리쌀로 밥을 짓고, 아침을 차리니, 순이의 밥은 그나마 밥그릇에 바닥에 깔려있습니다. 아침을 치우고 시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나물 뜯으러 새댁들과 갔습니다. 다른 새댁은 점심을 가져가는데 순이만 밥을 안 주어 그냥 따라 갑니다. 순이는 시름도 잊고, 산에 널려 있는 작은 나무와 숲과 노래하며 예쁘게 올라오는 작은 새싹들을 열심히 뜯어 바구니에 넣고 친정 집 어머니의 얼굴도 담았습니다.  
  친정집에서 동생과 야산에 가면은 나물은 안 뜯어오고 왼 통 진달래와 나리, 철쭉꽃만 잔뜩 꺾어다 바구니에 채우고 오면 어머니는 "계집아이가 먹는 나물을 안 뜯어오고 먹지 못 할 것만 가져 왔구나." 하셨습니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말소리는 화가 나있지 않았습니다.

"새댁 무얼 해, 나물은 안 뜯고, 먼 산 만 보고 있어, 얼른 이 산만 지나면 점심을 먹을 거야 알았지"  옆집 서운 네가 어깨를 툭 치고  말합니다. 그 사람들의 뒤를 그냥 따라 가면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할 텐데 점심을 안 가져 왔다고 말하기 싫어, 그들과 멀리 떨어져 가다가 방향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서 나물을 뜯으면서 친정집에서 부르던 노래를 아무도 없는 곳이니 목청껏 불러 댔습니다 .
나무들도 듣고 하늘도 듣고 바람도 불다가 멈추어서 듣고 골짜기마다 울리고 부딪치어 온 산속에 순이의 노래 소리는 하늘 높이 높이 메아리칩니다.  

   다시 순이에게 돌아온 메아리에 순이는 행복했습니다.
간밤에 신랑 인수가 조금만 고생하면 커서 호강 시켜준다고 하였고 내년이면 친정집에 보내 준다고 하신 시어머니님이 좋아지려고 합니다.  
나무숲을 헤치며 노래를 부르니, 풀숲에 있던 다람쥐가 팔딱 뛰어가고, 개구리도 폴짝 뜁니다. 이름 모를 벌레들도 순이의 노래를 듣고 귀를 쫑긋거립니다. 같이 온 일행은 순이를 찾다가 그냥 자기네들끼리 점심을 먹고서 잡담을 하고 있을 때 순이가 나타나니, 옆집 서운 네가 "새댁 어디 있었어. 아무리 찾아도 없어 우리끼리 밥을 먹어서 미안해" 합니다. "나도 저기서 먹었으니 미안해 하지 마, 나는 다람쥐와 새들과 같이 먹었어" 순이는 대답하였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같이 먹었나 하며 의아했습니다.

야산은 고사리며 도라지며 더덕이 없다 하여 다음엔 멀리 깊은 산으로 가자고 합니다. 오는 길목에 풀잎 속에서는 메뚜기가 뛰어갑니다,                            
지난 여름 장사래 논에게 메뚜기를 잡아서 병에다 가득 담아 노을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오면서 내년에는 더 많이 잡아 주겠다는 준이 오빠의 약속이 생각이 납니다.  준이 오빠는 순이가 제일 예쁘다고 하면서 이담에 크면 각시하고 살자고 하며 이빨을 드러내며 해사하게 웃는 모습이 생각이 나, 눈물이 납니다. 오빠는 무얼 할까 나를 생각을 하여 줄까 갑자기 보고 싶어집니다.  

순이 걸음은 바람을 등에 지고 뛰어 달립니다. 같이 오던 이들이 "같이 가, 작은 새댁 "소리를 지릅니다.
또 남편 인수의 얼굴이 스치면서 순이의 생각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 그냥 뛰었습니다. 옆집 새댁도 순이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 같아 안 보이려고 뛰면서 "어서와 늦었어."하며 소리 지르면서 달립니다. 산도 달리고 나무도 달리고 하늘도 달리고 구름도 달리면서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나무 사이에  있던 다람쥐며 개구리도 같이 뛰어 갑니다.

  집에 오니 시어머니는 점심 안 싸고 갔는데도 배고프지 않니 하는 소리가 없습니다. 부엌에 들어가서 김치 조각도 먹어보고 된장도 찍어 먹어보고 물 한 대접 마시고 방으로 와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엄마"하고 불러봅니다. 친정 엄마라면 아가 배고프지 할 텐데 슬픈 마음이 마음에 앙금이 됩니다. 순이는 시어머니가 내년에는 친정에 가라고 하시었는데 조금만 있으면 갈 수 있는데 하고 위로를 합니다. 어서 해가 지고 날이 가거라. 합니다.
  
  화창한 어느 날 동네 새댁들이 깊은 산으로 나물을 뜯으러 간다고 하더니, 순이도 같이 가게 하라고 사촌 시누이님이 시어머니에게 말하여 허락을 받았습니다.                    
순이는 그날 밤을 설치면서 생각을 합니다.  지난 번 나물 뜯으러 가서 혼자서 불러본 노래를 이번에도 많이 불러 보리라 생각을 했습니다. 순이는 노래를 잘 부른다고 동네 어른들이 항상 먼저 노래 부르게 하였습니다.
시집와서 시어른에게는 말을 대답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대로 입을 꼭 다물고 눈만 끔벅 껌벅 하며 고개만 끄덕 끄덕 하다 보니 답답하였습니다.

시어머니가 "아가 너도 가고 쉽냐 "하시는데 큰소리로 가고 싶어요. 하고 싶지만 겁먹은 커다란 눈으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 이었습니다. 시어머니는 깊은 산으로 나물 뜯으러 간다고 보리밥에 고추장을 넣어 점심을 싸주십니다 .순이는 점심을 흔들고 가면서 지난번 때와는 달리 그들과 보조를 같이 하고 많이 웃고 많이 말도 합니다.
"새댁 오늘 좋은 일이 있어" ,
"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신랑이 지난밤에 자고 갔어.", 합니다. 금방 새댁은 얼굴이 붉어집니다, "아니야 보름 있어야 오는 날인데" 하며 얼굴이 붉어집니다.

순이는 너희가 내 맘을 어떻게 알아 나는 오늘 점심을 가지고 간단 말이야 입 속으로 말합니다.  깊은 산은 시오리를 들어가야 합니다. 하늘이 안 보이도록 빽빽이 들어선 나무사이로 자라나는 나물을 파란 물감을 들어부어 온통 파랗습니다.  그 속에 자라는 나물들은 연하고 윤이 나며 향내가 짙게 묻어납니다. 도라지는 뿌리가 깊게 박혀서 캐면 주먹만 하기도 합니다. 순이의 일행은 만나는 곳을 정하고, 가지고 온 점심을 나무에 걸어 놓았습니다. 순이의 것도 그들 속에 나란히 걸어 놓으니 든든합니다. 사촌 시누님과 옆집 새댁 서운이 먼 친척 동서 와 동네 처녀들입니다.

순이는 산 속 깊숙이 다른 사람이 안 보이는 곳으로 갔습니다. 더덕도 캤습니다. 도라지도 캤습니다. 고사리도 따고 깊은 산 속에서만 자라는 나물을 땄습니다. 깊은 산 속에 자라는 나물들은 그 향내가 그윽하고 아름답습니다. 깊은 산 속은 버섯은 야지에서 키우는 버섯과는 다릅니다. 색깔도 분홍빛으로 예쁩니다.  도회지서나 야지에서 보지 못하는 머루며, 다래가 여기저기 열려서 점심이 없어도 따 먹으면 허기는 면 합니다. 개암도 따서 깨먹고 으름도 따서 먹었습니다. 으름은 깊은 산 속에서만 있으며, 그 맛이 달콤하고 씨가 까맣고 작고 많아 참외 씨 같으며 씨도 같이 먹습니다.
  
    순이는 외 꼬바라기 버섯을 한바구니 따고, 머루도 다래도 따고, 으름도 따서, 이것은 남편 인수를 주어야지 하고, 바구니 깊숙이 넣어 감추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는지 사촌 시누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까부터 친정에서 보던 까만 옷에 하얀 테를 입은 까치가 머리 위에서 워 워 하면서 날아다닙니다.  
준이 오빠를 보는 것같이 반가웠습니다.  까치는 순이의 머리 위를 한 바퀴를 돌고 날아갑니다. 까치를 보면 재수 있다고 모두들 반가워합니다.

"올케 어디 있어"  시누님의 부르는 소리에  달려갔습니다.
"나 여기 있어 하면서"  아까 보았던 까치가 어디서 나타나서 순이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면서 깍 깍 워 워 합니다.  점심을 나무 가지에 걸어 놓은 자리에는 새댁과 시누님과 동서도 이미 와서 있습니다.
  그들은 점심 도시락을 펴놓고 어서 오라고 손 짖을 합니다. 순이는 걸어 놓은 점심을 찾으니 없어 졌습니다. "내 점심이 없어 졌네 어디 갔지"하며 순이는 나무 밑도 내려다보고 여기저기 찾아보았습니다. 여전히 까치는 날게 활짝 펴고 밥을 먹는 그들 위를 워 워 하며 날아다니며 워 워 합니다. 순이는 주위를 돌아 다녀 보니 저쪽 끝에 순이의 도시락 보자기를 묶었던 것을 풀어져 있고 밥하고 고추장이 없습니다, 놀란 순이는 하늘 높이 날으는 가치를 쳐다 봅니다.                    
  
순이는 워 워하는 까치를 쳐다보면서 "까치야 네가 내 밥을 먹었니. 고추장도 먹었니." 시누님은 어머 형님 도시락을 까치가 먹고 맵다고 "매워, 매워" 하나 봐요.  그러고 보니 까치는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매워 매워하면서 그들의 하늘 위를 원을 그리면서 날아다녔습니다. .  
깍 깍  매워 매워하면서 …….
  순이는 오늘도 밥을 먹지 못하였습니다. 까치가 다른 사람의 것을 다 두고 순이 것을 가져다 먹었습니다.
  고추장을 먹은 까치는 순이가 나물 캐는 곳까지 와서 매워 매워하였습니다.  
"매워서 어떠하니 까치야 미안하다 " "다음번에는 안 매운 것으로 가져올게 미안하다 까치야 " 매워 새는 고개를 끄덕 끄덕 조아리며 훠이 하늘 높이 날아다닙니다 .
                              
   깊은 산으로 들어 왔기에 한 시간 반이나 걸어야 집을 갑니다. 까치가 순이의 밥을 먹어  배고프고 바람은 불어서 추었습니다.  구름이 모여 오더니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 순이는 발길을 재촉 하지만 집에 반도 못 가서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소나기가 쏟아 집니다.. 피할 수 있는 바위 밑도 없고, 비는 굵은 비가 되어 순이의 머리와, 가슴과, 어깨로, 쏟아져 빗살에 은가루가 부셔지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빗살에 부셔지는 은가루를 한 아름 안고 달립니다. 빗살도 달리고 산도 달리고 순이의 마음도 달립니다.

친정 집 뒷골에서 분이와 멱을 감다가 비가 억수 같이 쏟아져서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빗 사이를 달리는데 준이 오빠는 비속을 걸어오다가 순이를 보더니, 잠바까지 걸쳐 주었을 때  순이의 옷은 젖었고 몸에 달라붙은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드는 것을 보고, 빙긋 웃어 주던 오빠가 생각이 납니다.  순이는 그 생각을 지우려고 열심히 달리고 달렸습니다.

집에 오니 시어머니는 댓돌 마루에 앉아 계시고, 인수 남편도 그 옆에 앉아서 순이를 쳐다보면서 남편은 "많이 젖었네." 합니다. 그래도 시어머니는 말이 없으시다 못 마땅하신 모양입니다.  부끄럽고 송구스러워 얼굴 들지 못하고 산에서 캐어 가지고, 온 산나물을 부엌에 던져놓고  방으로 가서 이내 옷을 갈아입고, 부엌에서 저녁을 만들었습니다.  

  온 몸이 차츰 추어 오는 것을 입을 꼭 꼭 다물고 밥을 다 하고 치우고 나서, 순이는 이불 뒤집어쓰고 누우니  온몸이 풀솜처럼 잦아집니다.  
순이는 어디를 하염없이 갑니다. 아무도 없는 길입니다.
안개가 자욱하고 서쪽 하늘로 부터 빛이 비쳐 오더니 순이를 감싸고 있습니다.
순이는 황홀하여 빛을 따라서 갑니다.
낮에 본 매워하던 까치도 날아와서 순이의 어깨 위에 앉아서 말을 하는 것입니다.
" 순이야 아까 고추장 매웠어, 다음번에는 안 매운 것으로 가지고 와," 하면서 순이의 어깨에서 앉아서
휘파람으로 노래를 부르는 있습니다. 순이가 잘 아는 노래였습니다.
순이도 따라서 부르고 또 부르고 목청껏 불렀습니다.
진달래꽃도 피었고 개나리꽃도 피었고 순이가 좋아하는 코스모스 꽃도 피어 있습니다,
파랑새도 종달새도 함께 노래 부릅니다 .
순이가 가고 있는 길에는 꽃들이 합창을 하고 새들이 노래하며 춤을 춥니다,
순이는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순이는 오래 오래 잠을 잡니다.
시어머니가 깨워도 무섭지 않나 봅니다.  일어나지 않습니다.                    
남편 인수도 흔들어 깨워도 들리지 않나 봅니다.
순이는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나 봅니다.
순이는 지금도 매워 까치와 노래 부르고, 꽃들과 합창을 하고, 새들과 노래를 부르며, 별들과 달이 있는 곳에서 춤을 추며 날고 있나 봅니다. 순이는 꿈속 여행에서 돌아오고 싶지 않나 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 만남 2 savinakim 2016.07.06 224
13 아동 문학( 무주 구천동 반딧불 ) 김사 2013.11.11 745
12 햇살 한줌 김사 2013.11.11 346
11 아동문학 (이사 가는 날) 김사 2013.11.11 497
» 아동문학 ( 매워새 ) 김사 2013.11.11 459
9 노란 병아리 김사 2014.01.20 717
8 기다림 김사 2014.01.03 202
7 너를 보내면서 김사 2013.12.25 284
6 크리스마스 날 풍광 김사 2013.12.25 202
5 1 흑석 삼동 79번의 사랑 김사 2013.10.24 703
4 어디까지 돌보아야 하는지 김사 2013.10.24 223
3 기다리다 김사 2013.10.24 147
2 아침 뜨락 김사 2013.10.15 249
1 지난 것은 그리움이다 김사 2013.10.15 229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3
전체:
9,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