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2017.03.28 14:37

김수영 조회 수:78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알라딘의 요술램프는 Arabian Nights (천일야화)에 나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주인공 알라딘은 요술 램프의 덕으로 부자가 되고 술탄의 딸 공주와도 결혼하게 되고 술탄의 후계자로 행복하게 세상을 다스리며 살았다. 그가 원하는 무엇이든 요술 램프의 거인에게 말하면 이루어지는 신기한 요술랩프였다.

   뒤 마당에 토끼장을 먼저 주인이 지어놓고 이사를 했다. 나는 텅 비어 있는 토끼장을 볼 때마다 토끼나 닭을 한 번 키워보면 어떨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 있다가 신기하게도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이루어져 갔다.

   나는 애완동물들을 무척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중에 개를 더욱 좋아한다. 핏불이란 개를 키우고 있었다. 성깔이 사나워 개줄에 매어 달아 개집에서 키웠다.

어느 날 내 소원대로 이루어지는 날이 드디어 오고 말았다. 아들이 닭 한 마리를 상자에 담아 들고 집으로왔다.아들 사무실을 찾아온 친구가 닭을 키워 보라며 닭을 주고 갔다는 것이다자기는 키울  없으니 엄마가 키워 보라며 나에게 주고갔다. 수십   시골에서 보았던 닭을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닭을 보다니 꿈인가 생시인가 눈을 비비며 닭을 쳐다보았다닭이 공작새처럼 닭털과 벼슬이 참 예뻤다나는 정성스레 먹이를 주며 열심히 키웠다색깔이 하도 예뻐 먹이를 주며 쳐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암탉이 혼자 사는 것이 외롭게 보여서    마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몇 달이 훨씬 지나서 닭이 제법 컸을 때였다깊은 잠이 들어 곤하게 자고 있는데 느닷없이  우는 소리가 조용한 주택가의 새벽을 깨우며 ‘꼬꼬데 꼬고꼬꼬데 꼬꼬’ 우는 것이 아닌가나는 일찍 새벽에 일어나 닭장에 가보았다 닭이 갑자기 울었을까뱀이 지나갔나어디 아픈가염려하면서 조심스레 다가갔다이게 어찌 된 인가달걀 3개가 놓여 있었다알을 낳느라 닭이 그렇게  것을 알았다. 신기한 일은 닭이   며칠을 두고 새벽마다 울면서 모두 22개의 달걀을 낳았다내가 키운 닭이 22개의 알을 낳다니 나는 별로  것도 없는데 효녀 닭이었다 기특하고 그렇게 귀할 수가 없었다.

   어느  외출했다가 어둑어둑할  집에 돌아왔다 정원에서 개가 우렁차게 짖어대고 닭이 ‘꼬꼬’ 하면서 퍼득퍼득 날아다니고 있었다.  개가  뒤를 좇고 있었다 낯선 개가 우리 집에 와서 이렇게 설치고 있는가 놀라지 않을  없었다개는 우리  개가 아닌  셰퍼드였다콘크리트 바닥엔 핏자국이 여기저기 군데군데 얼룩져 있었다내가 그렇게도 아끼던 닭이 개에게 물려서 피를 흘린 것이 틀림없었다나는깜짝 놀라 숨어있는 닭을 찾아 닭장에 집어넣고 아들에게 전화로 무 영문인가 물어 보았.

   친구가 셰퍼드   마리를 갖고 와서 키우라며 주고 갔다는 것이다개를 줄에 메지 않고 닭과 장난치며 놀라고 그냥 뒤뜰에 풀어 놓은  화근이었다장난기가 많은 아들의 실수였다그다음  아침에 닭장에 가서 살펴보니  발가락이 물려서퉁퉁 많이 부어 있었다나는 급한 대로 항생제를 매일 발라 주었는데 꾸덕꾸덕 마르면서 낫는 것처럼 보였다닭이 완전히 나은  알고 나는 안심하고 있었다.

   어느  아침 닭장에  보았더니 내가 그렇게도 아끼던 닭이 죽어 있지 않은가.틀림없이 물린 발가락에 염증이 생겨 죽은 것이로 생각하게 되었다. 애지중지 키우던 닭을 잃어버리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아들이 토끼  쌍을 상자에 담아서 키우라고 가지고 왔다아는 친구가 키우라고 선물로 주고 갔다는 것이다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했다복잡한 LA 도심 사무실에 이렇게 연거푸 동물들을 들고 오는 친구들이 신기했다 친구들도 모두 LA  사는 바쁜 친구들이다그런데 도대체 이런 동물들이 어디서 날아들어 왔으며 아들 사무실까지 가지고 왔을까.

   나는 아리비안나이트의 알라딘과 마술 램프를 생각해 보았다주인이 소원을 말하면 그대로 척척 이루지는 요술쟁이 램프는 정말 신기했다이것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천일야화에 나오는 얘기이지만 내가 실제로 꿈만 꾸면그대로 척척 현실로 이루어지는 일이 알라딘 램프처럼 신기하기만 했다.

    대신 토끼  쌍을 열심히 키웠다 잃은 슬픔을 잊은  토끼를 키우는 일에 정성을 쏟았다토끼는 번식률이 얼마나 높은지 모른다  만에 수십 마리가되었다토끼장을 열어놓고 키웠더니  잔디밭은 토끼 똥에 누렇게 죽어갔다대소변이 그렇게 독한  몰랐다잔디에게는  미안했지만 동물을 좋아하다보니 방목을 한 것이다. 밖에 가끔 나가 돌아다니는 토끼를 동네 아이들이 보고 달라고 졸라댔다.

   몸이 아파 병원에 일주일 입원하고 있는 동안 딸이 집에  있었다퇴원하고 집에 돌아오니 토끼가  한 마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너무 놀라 어찌  영문인지 딸에게 물어보았다.동네 애들이 때를 지어 몰려와서 토끼를 달라고 졸라대어   버렸다고 했다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말로 표현할 수가없었다엎질러 놓은 물인데 어떻게 하랴엄마가 토끼 키우는 것이 안쓰러워 그렇게 했다고 변명을 했다토끼와의 결별은 그렇게이루어졌다.

     퍼드는 다른 사람에게 주고 원래 키우던 핏불만 키우고 있었다그렇게 정성스레 키우던 닭도 죽어 없어지고 토끼 수십 마리도 사라지고 허전한 마음 달랠 길이 없었다때마침 집보험회사에서는 핏불개 때문에  보험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이가 많아 누구에게  수도 없고 살려  방도를 마련해 보았지만 살려볼 방법이 없었다 수 없이 카운티 동물 보호소에 전화했더니 안락사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나는 눈물을 머금고 개를 차에 태워 보호소에 갔다 맡겼다개는 유난히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모습이 주인을 원망하는  죽음을 예감이라도   슬픈 표정이었다.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돌아서서 집으로 차를 몰고 와서 방에 들어가서 혼자 문을 잠그고 엉엉 울었다 뒤로는 다시는 동물들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런데 어제 친구가 주고 간 치와와를 보는 순간 봄눈 녹듯이  마음  사라지고 아픈 상처가 말끔히 가시었다. 치와와를  껴안고 뽀뽀를  주면서 행복해지기시작했다그동안 못다 쏟은 애정을 마음껏 쏟으면서 새로 입양된 치와와에게는 좋은 가족이 되기를 소원하면서.....

   알라딘 램프처럼 소원이 척척 이루어진 사실이 아직도 나에겐 불가사의한 일이다.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0
어제:
22
전체:
223,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