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뜰에 핀 수선화를 바라보면서

2017.06.28 07:51

김수영 조회 수:65

앞마당에 핀 수선화.jpg

                                                              앞마당에 핀 수선화를 보면서......

앞뜰에 수선화를 바라보며/수필미학, 여름호에(2017년)

   봄이 오면 우리 집에는 제일 먼저 보랏빛 선인장 꽃이 핀다. 얼른 보면 채송화 꽃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채송화 꽃으로 착각했다. 유채꽃처럼 무리 지어 피기 때문에 얼마나 색깔이 곱고 예쁜지 모른다. 꽃은 수개월을 피고 지기를 계속한다. 선인장 다음으로 피는 꽃이 수선화인데 2 중순쯤에 피었다가  2 후에 꽃이 지고 만다. 꽃이 피는 기간이 짧아서 아쉬움이 남는 꽃이다.

   샛노란 꽃이 어찌나 예쁜지 약간 고개 숙인 앞마당에 피어 있었다. 매년 수선화를 바라 그저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올해에는 느낌이 달랐다. 이번에 팽목항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세월호 때문이라 생각해 본다. 2014 4 16 세월호 참사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304명의 귀한 생명이 생각난다. 노란 수선화가 노랑 리본으로 다가오면서 이들의 영혼이 꽃으로 피어난 그리도 애틋하게 느껴지는지 편을 쓰고 싶었다.

비목이  수선화 (시 )

차마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고/비바람 속에서도 곱게 피었다/분홍 빨간  속에/노란 수선화가 눈부시다/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리본으로 다가오는 노란 /말없이 슬픔을 삼키고 있다/ 가슴 절절히 스며드는/비명에 죽어  어린 순들의 넋이/저리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가/ 맺힌 서러움이 향으로 피어나는가/노란 향기가 모락모락 예쁜꽃으로 피는 것인가/너의 고독한 아름다움에/ 마음은 저만치/포항신항에 가 있다/ /슬픈 에밀레 종소리가 들려온다/수선화는 말없이 꽃잎을 떨군다.

   세월호에 승선한 476명 가운데172명만 구조되고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가 남아 있어 가족들은 애타게 3년 동안 자녀들의 유해와 유품을 찾으려 기다리고 있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1,075일 만에 세월호가 반잠수정 선박 위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1091일 만에 포항신항 앞바다에서 완전히 육지에 올리는 세월호의 이양작업이 끝났다.

   온 국민이 겪었던 아픈 상처를 나타내듯 세월호는 옛날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슬고 곳곳에 긁힌 자국과 일그러진 모습이 처참하다. 세척 작업이 끝나 세월호 안쪽을 수색한다고 한다. 미수습자 부모. 형제들의 아픈 마음은 오죽할까. 하루빨리 미수습자들의 유해와 유품이 발견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얼마 전에 잠수정을 타고 북대서양 해상에서 3,773m해저에 침몰한 타이태닉호를 관광한다는 여행상품이 나왔다고 신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관광비용이 일 인당 10 5,129불이 드는데도 선착순 9명의 예약이 이미 끝났다고 한다. 105년 전에 2,224명을 태운 타이타닉호에는 대다수가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에서 미국에 이민 가는 이민자들이었다고 한다. 새 대륙에 도착하여 개척정신으로 새 삶을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큰 꿈에 부풀어 항해했을 그들을 생각해 보았다. 나도 미국에 이민 온 이민자로서 그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침통해진다.

   그 당시 최고의 초호화판 유람선이라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했을 것이다. 북대서양에 빙산이 떠돌아다니니 조심하라는 보고를 선장이 받았지만 설마 이렇게 크게 튼튼하게 만든 배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하리라고 상상도 했을 것이다. 방심과 교만은 항상 불행을 초래할 있다는 경고가 아닐 없다.

   바늘구멍만 구멍이 배에 생겨도 배를 침몰시킬 있다는 교훈을 우리는 무시해서는 것이다. 타이타닉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을 구조 하려고 끝까지 배에 남았다가 찬송가 내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바이올린 연주를 끝으로 배와 함께 물속으로 침몰했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 이들의 행동이 타이타닉호의 선장과 선원들과 너무나 대조되어 더욱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

   세월호 구조작업을 지켜보면서 2014 4 16 그날의 참상이 역력히 떠오른다.  T.S. Eliot 황무지에서 읊었던 4월은 진정 잔인한 달인가. 내년 이른 봄에 피는 수선화는 정녕 아름다운 꽃으로만 피기를 원한다. 활짝 피워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어린 생명의 넋이 수선화로 곱게 피어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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