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靑馬)
2017.04.17 05:30
청마(靑馬)
김수영
하나님은 각양각색의 동물과 식물들을 아름답게 빚으셨다. 동물 가운데 말과 개를 특히 좋아한다. 올해는 청마의 해를 맞이하여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말을 보고 있노라면 그 외모에 압도당하고 만다. 큰 키에 쭉 뻗은 미끈한 다리와 털이 많은 긴 꼬리 큰 눈과 잘생긴 머리통과 몸통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외모다. 금상첨화로 달리는 모습은 일품이다. 어떤 동물과도 비교가 안 되는 늠름함과 의연함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창조주 하나님이 어쩌면 그렇게도 완벽한 동물을 만드셨나 생각하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말은 동물 가운데 개와 함께 지능지수가 매우 높다. 훈련을 잘 받은 말은 조련사 아니면 주인이 하라는 데로 따라 한다. 우리 집 동네에 말 훈련소가 있어서 많은 사람이 와서 말타기를 배운다. 나는 손녀들을 데리고 이곳에 여러 번 가 보았다. 큰 손녀가 말을 타고 싶다고 해서 등록을 하고 말타기를 배웠다. 말은 정말 영특한 동물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손녀 말타기를 통해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길들이지 않는 야생마는 사나워 사람의 말을 잘 안 듣는다. 조련사의 힘든 훈련을 통해 준마가 되던지 명마가 된다. 말은 영화에도 자주 나온다. 특히 서부영화에 많이 등장하는데 서부의 넓은 평원을 종횡무진 달리면서 백인을 등에 태우고 인디언과 싸우는 장면은 말이 아니면 그렇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영화 ‘벤 허’에서 주연을 맡은 찰턴 헤스턴의 라이벌과의 마차경주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며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멋지게 달리는 한 쌍의 명마가 아니었다면 찰턴 헤스턴이 마차 경주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찰턴 헤스톤이 그의 명연기를 인정받아 아카데미 주연상을 탈 수 있었던 것도 말의 공로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말을 탄다고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슈퍼맨’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경마 경주대회에서 말에서 떨어져 목뼈를 다쳐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어 재활을 열심히 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옆에서 열심히 간호하며 재활을 도왔던 부인마저 목숨을 잃은 비극은 우리를 참 슬프게 만들었다. 승마할 때는 늘 경계심을 갖고 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옛날 교통수단이 별로 없었을 때 말은 유일무이한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말을 타고 쏜살같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고 적과 싸울 때도 활과 창을 들고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갑오년 말띠의 해다. 그것도 청마의 해다. 백마 흑마 갈색마는 늘 보아 왔지만 단 한 번도 청마를 본 적이 없다. 청마는 푸른 말이란 뜻으로 ‘푸르다.’라는 것은 봄을 말한다. 사람으로 보면 청년기다. 생동감과 역동성을 지닌 청마는 하늘로부터 받은 기운을 사람들에게 전파해서 인류사에 큰 공헌을 했다고 한다.
나는 띠에 대해서 잘 모른다. 부모님께서 자녀가 태어날 때 무슨 띠로 태어났는지 알려 주셔서 나는 알게 되었다, 미국에는 띠란 것이 없다. 청교도 신앙을 가진 선조가 영국에서 건너와 세운 나라라 하나님 잘 믿으면 복 받고 잘 산다고 생각한다. 나도 띠라는 것은 미신이라고 생각했다. 말띠로 태어난 여자는 팔자가 사납다고 어릴 때부터 들어왔다. 특히 청마로 태어난 여자는 더 팔자가 사납다고 한다. 하지만 말띠로 태어난 여자들이 내 주위에 있지만 아무 탈 없이 평생 잘 살아가고 있는 것 보면 띠와 사람 팔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기독교인이라 띠에 대한 해석을 믿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띠를 가지고 그 사람의 성격을 말하고 팔자를 얘기하는 데 어떤 때는 맞을 때가 있어서 놀라곤 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띠는 미신이 아니고 통계학적으로 얻은 확률이다.’라고 믿게 되었다. 작년에 돌아가신 큰 오라버니가 말띠였다. 정말 말처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가였다. 성격도 말처럼 활달하시고 팔십 일세에 돌아가셨지만, 도량이 넓으시고 통이 컸다.
여하튼 올해는 청마의 해를 맞아 우리 모두에게 복되고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청마는 천마(天馬)라고 했듯이 우리가 모두 하늘을 나는 청마처럼 끝없는 꿈을 펼치는 귀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한국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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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馬 - 유치환의 호인것빼고는 전에는 청마를 들어보지 못했읍니다. 띠에서도 靑馬가 있는것은 처음 알았구요. 말에대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것은 스필버그의 War Horse를 보고난후 였지요. 아무리 영화 얘기지만 말을통해 그런 감동을 받기는 처음이었구요. 주인공 말이 말과 말의 관계, 그리고 말과 인간관계를 동시에 승화시켜주는 아름다움은 어떤감동얘기 못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