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골프를 하려면
동아줄 김태수
알래스카의 여름은 환상적이다. 특히 골퍼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라운딩할 수 있다. 맑은 공기, 덥지 않은 기온, 그리고 여우, 무스, 흑곰 등 야생동물들을 수시로 만나며 라운딩할 수 있다. 이번 알래스카의 겨울은 끈질기고 위세가 대단했지만, 그 때문에 여름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것 같다. 다 때가 있는 법이라 철기가 지나면 언 땅에도 풀이 자라고 꽃이 핀다. 이곳에도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천혜의 자연 속으로 뛰쳐나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날씨가 유혹한다.
골프 애호가들은 푸른 옷으로 갈아입은 골프장 모습에 반하여 시간 나는 대로 잔디밭을 찾는다. 어둡고 추운 긴 겨울 동안 움츠렸던 가슴 활짝 열어젖히고 친구들과 라운딩하는 것만으로도 살 판이 난다. 7월이 시작되는데도 눈이 많이 내린 지난 추운 겨울 탓에 아직도 그린 상태가 온전하지는 않지만 그러면 어떠랴.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변화에 순응해가면서 좋아질 것인데.
골프(GOLF)라는 용어는 스코틀랜드의 말로 “치다”라는 뜻을 가진 고프(Gouft)가 어원이라고 하지만, GOLF 약자의 의미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사람들이 적절한 말을 붙여 골프의 의미를 나름대로 정의 내리려 했을 것이다.
남자(Gentleman) 만 하고(Only) 여자는(Lady) 금지된(Forbidden) 스코틀랜드 남성 전유물로, 상류층에서 시작한 놀이로 출발한 스포츠가 골프였다는 것이다.
또한, 푸른 잔디 위에서(Green) 맑은 공기 마시며(Ozone) 알맞은 햇빛을 받아가며(Light) 좋은 친구를 (Friend) 사귄다는 뜻이 있는가 하면, 잔디 위를(Green) 걸으며 건강을 위해 신선한 산소를 마시고(Oxygen) 여가를 즐기며(Leisure) 친구들과 어울리는(Friendship) 운동이라고도 한다.
원래 의미는 Grass, Oxygen, Light, Foot의 머리글자를 조합하여 만든 합성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즉, 초록색 잔디 위에서(Grass) 맑은 산소를 마시고(Oxygen)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가며(Light) 걸어서 하는 운동이란(Foot)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본래의 의미대로 골프가 친구들과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는 레저활동이고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를 푸는 운동일까? 그래야 하는데도 대부분 골퍼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골프를 즐긴다. 아니 즐긴다기보다 한 타 한 타에 희비가 교차한다. 자신의 실수에 스스로 화를 내 함께하는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즐겁지 못하게 만드는 게 비일비재하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를 받아들이고 적용해가야 할 곳이 바로 골프 경기다.
스스로 실수를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거나 골프 클럽을 내던지거나 욕설을 버릇처럼 내뱉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골퍼들이 있다. 물론 이러한 사람과는 라운딩하기가 거북스러워진다. 내내 심기가 불편해진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플레이하는 동반자를 위해 멈춰서서 지켜보고 좋은 샷을 날렸을 때 “굿샷!”이라고 말하기는커녕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여 스윙연습을 하고 있거나, 어드레스 취한 동반자에게 말을 걸어 집중력을 흐리게 하거나, 다른 동반자와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왜 그럴까? 골프 매너가 없고, 돈이 걸린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왜 하는가? 친목 도모를 위해서. 골프가 주는 즐거움과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골프를 한다고 아마추어 골퍼들은 대부분이 말할 것이다. 프로 골퍼라면 당연히 돈 벌기 위해서가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겠지만. 아마추어 대부분의 한인 골퍼들이 내기 골프를 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이 다르고 하는 게임 방식이 다를 뿐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돈 따는 재미로 골프를 즐긴다면 프로로 나가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아마추어 골퍼가 돈 따는 재미로 골프를 즐긴다면 그는 도박꾼과 다름없다.
나는 여름이면 골프를 즐긴다. 즐기려는 골프가 요즘 너도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스트로크 게임 방식의 내기 골프의 덫에 걸려 라운딩이 끝나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어쩌다 좋은 경기를 펼쳐서 돈을 딸 때는 기분이 흐뭇해진다. 바꿔 생각하면 내가 기분이 좋을 때 잃은 사람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속이 좀 쓰렸을 것이다.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대로 게임이 안 풀려서 더 화가 난다고 말하지만 그건 자신을 합리화하는 말에 불과하다. 어디 골프가 마음대로, 생각대로, 원하는 대로 되는 운동인가? 프로들도 마음대로 안되는 게 골프인데. 그렇다면 골프는 라운딩할 때마다 항상 화를 내야만 하는 운동인 셈이다.
내기에 지면 어떻게든 본전 생각이 나서 되찾기 위해 더 큰 판을 벌이려 한다. 지금까지는 잃었어도 다음에는 행운이 따라줄 것 같은 묘한 심리가 작용한다. 이때부터는 친목이고 여가고 예절은 작은 그린 홀컵 속에 숨어버리고 오직 돈 따라서 일희일비가 엇갈린다. 볼이 돈이 되어 그 넓은 골프장 전체를 누비고 다닌다. 까다롭게 골프 규정을 따지고, 맞네! 틀리네 하며 다투기까지 한다. 이러한 라운딩을 끝내고 나면 개운하지 않다. 내가 왜 이런 골프를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도 또 함께 어울려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내기 골프를 하곤 했다. 이제는 처음 정했던 한도를 벗어나 판을 키우는 게임을 거절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처음에 부담 없이 가볍게 시작한 내기 골프 정신? 을 지키려 한다.
이유와 명분이 어떻든 돈 놓고 돈 먹는 경기가 되어 개인 골퍼의 호주머니 속으로 돈이 들어가는 게임은 도박이다. 가능하다면 적당히 스트레스도 받고 재미도 있는 경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러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음식에 맛을 더하는 양념처럼 동반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적당한 내기 골프는 오히려 골프의 색다른 맛을 더 느끼게 한다. 양념이 지나치면 음식 본래의 맛을 잃어버린다. 알맞은 내기는 골프 게임의 양념이다. 적절하게 양념이 가미 될 때 맛이 나는 골프가 된다.
게임비나 저녁 식사 정도 한도 내에서 내기를 걸고 경기를 하면 훨씬 편한 마음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트로크 게임 방식을 하려거든 홀마다 돈을 딴 사람이 가져가는 게 아니라, 저금통을 만들어 집어넣고 게임이 끝났을 때 함께 배분하거나 게임에 참가한 골퍼의 식사비 등 공금으로 사용한다면 좋지 않을까?
라스베이거스 게임처럼 매 홀 마다 2인이 한편이 되어 하는 경기(매 홀 티 샷 후 좌2인 우 2인이 한편이 되거나, 1위가 꼴찌와 한팀이 되거나, 꼴찌가 동반자를 정해서 한팀이 되는 팀 대 팀의 게임) 방식도 좋다. 한인 골퍼들은 유독 스트로크 개인플레이 게임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 저변에는 도박심리가 작용한다. 팀워크보다는 나부터 이익을 챙기려는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금액을 묻고 그 한도 내에서 승자가 가져가는 스킨스 게임도 있다. 이 게임은 홀마다 승부를 가리는 경기방식으로 한 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이 승자가 된다. 이 말은 사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냥꾼들의 노획물은 곧 동물 가죽(pelts, skins)을 의미했다고 해서 스킨스 게임이라는 말도 생겨났다고 한다.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던 중세 때 값나가는 동물 가죽을 걸고 게임을 한 걸 보면 내기 골프는 예나 지금이나 골퍼를 사로잡는 매력 덩어리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판돈이 크면 도박이고 작으면 오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우리는 지금 도박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골프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내기 골프가 도박이 안 되려면 개인 호주머니 속으로 타수에 따라 돈이 들락날락하는 게임을 삼가야 한다. 묻어 둔 돈을 성적에 따라 배분하는 게임이거나, 승자가 묻은 돈을 성적에 따라 가져가는 게임이거나, 핸디캡을 적용한 순위나 성적에 따라 미리 정해진 금액을 내놓는 게임이거나, 팀플레이 게임, 홀 매치 게임 등 좋은 게임으로 라운딩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게임비나 식사비용 한도 내의 금액에서 말이다. 그래야 편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고 우정과 친교, 즐거움이 함께하는 골프가 된다.
한인 골퍼들이여, 제발 즐기는 골프, 친목을 다지는 골프를 하자. 홀마다 볼썽사납게 현찰 박치기하며 현금에 침 튀기는 게임에서 벗어나 골프 본래의 의미를 생각하며 게임에 임해보자. 스킨스 게임을 해도 서양 사람들은 현장에서 현찰 주고받는 일은 거의 없다. 골프 예절과 규칙을 숙지하고 있되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동반 플레이어에게는 유연하게 적용하자. 티 샷 할 때마다 사행심과 승부욕을 하늘에 날려버리고 맑은 알래스카의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웃으며 라운딩을 즐겨보자. 알래스카의 계절은 짧고 여름해는 길다.
동아줄 김태수
알래스카의 여름은 환상적이다. 특히 골퍼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라운딩할 수 있다. 맑은 공기, 덥지 않은 기온, 그리고 여우, 무스, 흑곰 등 야생동물들을 수시로 만나며 라운딩할 수 있다. 이번 알래스카의 겨울은 끈질기고 위세가 대단했지만, 그 때문에 여름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것 같다. 다 때가 있는 법이라 철기가 지나면 언 땅에도 풀이 자라고 꽃이 핀다. 이곳에도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천혜의 자연 속으로 뛰쳐나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날씨가 유혹한다.
골프 애호가들은 푸른 옷으로 갈아입은 골프장 모습에 반하여 시간 나는 대로 잔디밭을 찾는다. 어둡고 추운 긴 겨울 동안 움츠렸던 가슴 활짝 열어젖히고 친구들과 라운딩하는 것만으로도 살 판이 난다. 7월이 시작되는데도 눈이 많이 내린 지난 추운 겨울 탓에 아직도 그린 상태가 온전하지는 않지만 그러면 어떠랴.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변화에 순응해가면서 좋아질 것인데.
골프(GOLF)라는 용어는 스코틀랜드의 말로 “치다”라는 뜻을 가진 고프(Gouft)가 어원이라고 하지만, GOLF 약자의 의미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사람들이 적절한 말을 붙여 골프의 의미를 나름대로 정의 내리려 했을 것이다.
남자(Gentleman) 만 하고(Only) 여자는(Lady) 금지된(Forbidden) 스코틀랜드 남성 전유물로, 상류층에서 시작한 놀이로 출발한 스포츠가 골프였다는 것이다.
또한, 푸른 잔디 위에서(Green) 맑은 공기 마시며(Ozone) 알맞은 햇빛을 받아가며(Light) 좋은 친구를 (Friend) 사귄다는 뜻이 있는가 하면, 잔디 위를(Green) 걸으며 건강을 위해 신선한 산소를 마시고(Oxygen) 여가를 즐기며(Leisure) 친구들과 어울리는(Friendship) 운동이라고도 한다.
원래 의미는 Grass, Oxygen, Light, Foot의 머리글자를 조합하여 만든 합성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즉, 초록색 잔디 위에서(Grass) 맑은 산소를 마시고(Oxygen)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가며(Light) 걸어서 하는 운동이란(Foot)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본래의 의미대로 골프가 친구들과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는 레저활동이고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를 푸는 운동일까? 그래야 하는데도 대부분 골퍼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골프를 즐긴다. 아니 즐긴다기보다 한 타 한 타에 희비가 교차한다. 자신의 실수에 스스로 화를 내 함께하는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즐겁지 못하게 만드는 게 비일비재하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를 받아들이고 적용해가야 할 곳이 바로 골프 경기다.
스스로 실수를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거나 골프 클럽을 내던지거나 욕설을 버릇처럼 내뱉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골퍼들이 있다. 물론 이러한 사람과는 라운딩하기가 거북스러워진다. 내내 심기가 불편해진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플레이하는 동반자를 위해 멈춰서서 지켜보고 좋은 샷을 날렸을 때 “굿샷!”이라고 말하기는커녕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여 스윙연습을 하고 있거나, 어드레스 취한 동반자에게 말을 걸어 집중력을 흐리게 하거나, 다른 동반자와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왜 그럴까? 골프 매너가 없고, 돈이 걸린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왜 하는가? 친목 도모를 위해서. 골프가 주는 즐거움과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골프를 한다고 아마추어 골퍼들은 대부분이 말할 것이다. 프로 골퍼라면 당연히 돈 벌기 위해서가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겠지만. 아마추어 대부분의 한인 골퍼들이 내기 골프를 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이 다르고 하는 게임 방식이 다를 뿐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돈 따는 재미로 골프를 즐긴다면 프로로 나가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아마추어 골퍼가 돈 따는 재미로 골프를 즐긴다면 그는 도박꾼과 다름없다.
나는 여름이면 골프를 즐긴다. 즐기려는 골프가 요즘 너도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스트로크 게임 방식의 내기 골프의 덫에 걸려 라운딩이 끝나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어쩌다 좋은 경기를 펼쳐서 돈을 딸 때는 기분이 흐뭇해진다. 바꿔 생각하면 내가 기분이 좋을 때 잃은 사람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속이 좀 쓰렸을 것이다.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대로 게임이 안 풀려서 더 화가 난다고 말하지만 그건 자신을 합리화하는 말에 불과하다. 어디 골프가 마음대로, 생각대로, 원하는 대로 되는 운동인가? 프로들도 마음대로 안되는 게 골프인데. 그렇다면 골프는 라운딩할 때마다 항상 화를 내야만 하는 운동인 셈이다.
내기에 지면 어떻게든 본전 생각이 나서 되찾기 위해 더 큰 판을 벌이려 한다. 지금까지는 잃었어도 다음에는 행운이 따라줄 것 같은 묘한 심리가 작용한다. 이때부터는 친목이고 여가고 예절은 작은 그린 홀컵 속에 숨어버리고 오직 돈 따라서 일희일비가 엇갈린다. 볼이 돈이 되어 그 넓은 골프장 전체를 누비고 다닌다. 까다롭게 골프 규정을 따지고, 맞네! 틀리네 하며 다투기까지 한다. 이러한 라운딩을 끝내고 나면 개운하지 않다. 내가 왜 이런 골프를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도 또 함께 어울려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내기 골프를 하곤 했다. 이제는 처음 정했던 한도를 벗어나 판을 키우는 게임을 거절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처음에 부담 없이 가볍게 시작한 내기 골프 정신? 을 지키려 한다.
이유와 명분이 어떻든 돈 놓고 돈 먹는 경기가 되어 개인 골퍼의 호주머니 속으로 돈이 들어가는 게임은 도박이다. 가능하다면 적당히 스트레스도 받고 재미도 있는 경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러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음식에 맛을 더하는 양념처럼 동반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적당한 내기 골프는 오히려 골프의 색다른 맛을 더 느끼게 한다. 양념이 지나치면 음식 본래의 맛을 잃어버린다. 알맞은 내기는 골프 게임의 양념이다. 적절하게 양념이 가미 될 때 맛이 나는 골프가 된다.
게임비나 저녁 식사 정도 한도 내에서 내기를 걸고 경기를 하면 훨씬 편한 마음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트로크 게임 방식을 하려거든 홀마다 돈을 딴 사람이 가져가는 게 아니라, 저금통을 만들어 집어넣고 게임이 끝났을 때 함께 배분하거나 게임에 참가한 골퍼의 식사비 등 공금으로 사용한다면 좋지 않을까?
라스베이거스 게임처럼 매 홀 마다 2인이 한편이 되어 하는 경기(매 홀 티 샷 후 좌2인 우 2인이 한편이 되거나, 1위가 꼴찌와 한팀이 되거나, 꼴찌가 동반자를 정해서 한팀이 되는 팀 대 팀의 게임) 방식도 좋다. 한인 골퍼들은 유독 스트로크 개인플레이 게임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 저변에는 도박심리가 작용한다. 팀워크보다는 나부터 이익을 챙기려는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금액을 묻고 그 한도 내에서 승자가 가져가는 스킨스 게임도 있다. 이 게임은 홀마다 승부를 가리는 경기방식으로 한 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이 승자가 된다. 이 말은 사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냥꾼들의 노획물은 곧 동물 가죽(pelts, skins)을 의미했다고 해서 스킨스 게임이라는 말도 생겨났다고 한다.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던 중세 때 값나가는 동물 가죽을 걸고 게임을 한 걸 보면 내기 골프는 예나 지금이나 골퍼를 사로잡는 매력 덩어리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판돈이 크면 도박이고 작으면 오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우리는 지금 도박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골프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내기 골프가 도박이 안 되려면 개인 호주머니 속으로 타수에 따라 돈이 들락날락하는 게임을 삼가야 한다. 묻어 둔 돈을 성적에 따라 배분하는 게임이거나, 승자가 묻은 돈을 성적에 따라 가져가는 게임이거나, 핸디캡을 적용한 순위나 성적에 따라 미리 정해진 금액을 내놓는 게임이거나, 팀플레이 게임, 홀 매치 게임 등 좋은 게임으로 라운딩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게임비나 식사비용 한도 내의 금액에서 말이다. 그래야 편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고 우정과 친교, 즐거움이 함께하는 골프가 된다.
한인 골퍼들이여, 제발 즐기는 골프, 친목을 다지는 골프를 하자. 홀마다 볼썽사납게 현찰 박치기하며 현금에 침 튀기는 게임에서 벗어나 골프 본래의 의미를 생각하며 게임에 임해보자. 스킨스 게임을 해도 서양 사람들은 현장에서 현찰 주고받는 일은 거의 없다. 골프 예절과 규칙을 숙지하고 있되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동반 플레이어에게는 유연하게 적용하자. 티 샷 할 때마다 사행심과 승부욕을 하늘에 날려버리고 맑은 알래스카의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웃으며 라운딩을 즐겨보자. 알래스카의 계절은 짧고 여름해는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