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날을 위하여 / 기영주

2008.08.10 13:04

미문이 조회 수:108 추천:2

유월이 오고 흰 구름 높이 뜨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여정을 말해 두어야지 이웃에 진 빚 갚고 오래 보지 못했던 얼굴들을 찾아 보아야지 이별은 하나의 맺힘 조용히, 미소를 남기자 겨울 나뭇가지에 머무는 매마른 말들을 하나하나 풀어야 하는 여행은 운명에 대한 사랑 비오는 밤에 들을 지나고 석양에 눈 덮인 산을 넘어 살어름 풀리는 강가에 이르면 정과 운명에 대한 노래를 그리운 사람에게 띄워야지 오늘은 가방을 다 비우고 헌옷 한벌과 땀 냄새를 유월의 보리밭에 가득한 태양과 사랑하는 이의 살 냄새를 그리고 친지들의 주소록을 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