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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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갈등의 출구 / 수필

2021.07.12 20:12

민유자 조회 수:82

갈등의 출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데믹으로 모두 어수선하고 힘든 상황에 적응하느라 마음도 몸도 편치 않은 요즘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종간의 갈등문제가 연일 보도되는 상황은 날이 갈수록 더 활활 타오르는 불길 같아서 불안석에 염려를 놓을 수가 없다.

 

 외출을 금지당한 자택 격리로 영화를 많이 보던 중 넷플랙스에서 캐서린 스토킷의 원작인 영화 ‘프’를 봤다. 이 소설은 캐서린 스토킷이 고향 미시시피의 향수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얻은 영감으로 썼다고 한다.

 

‘헬프’는 5년 동안 60여 번의 거절을 당하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빛을 보게 된다. 2009년에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즈와 아마존에서 베스트 러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발표된 이래 아마존에서는 116주간, 뉴욕 타임즈에서는 109주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3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큰 성공을 이룬다.

 

‘헬프’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하 여 4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고, 미니 슨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 외에 여러 나라의 국제적인 상을 많이 받았다.

 

작품도 훌륭하고 연기도 좋다. 주제는 흑인들은 변변한 직장을 가질 수 없던 시절, 거의 모든 흑인 여성들은 평생을 백인 가정의 가사 도우미로 일하며 신적으로 백인들의 자녀를 애정으로 양육하고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그들이 받는 대우는 보잘것없다. 피부색으로 인한 인종 차별은 박해를 넘어 인간의 기본적인 면모조차 지킬 수 없을 만큼 심하다. 그럼에도 분노조차 할 수 없는 억압된 그 시대의 사회상을 다루고 있다. 요즘 신문에 떠들썩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 사살된 사건의 이슈와 맥락을 함께해 더욱 흥미롭게 감상했다.

 

 1963년 남부 미시시피의 잭슨, 스키터 역의 마 스톤은 당시 부자 남편을 만나 정원이 딸린 집에서 가정부를 두고 사는 것을 최고의 삶으로 여기는 대부분의 여성과 달리 대학을 갓 졸업하고 신문사에 취직한다.

 

 살림 정보 칼럼 대필을 맡게 된 스키터는 베테랑 가정부인 에이블린의 도움을 받으면서 둘의 관계는 깊어진다. 그녀는 17명의 백인 아이를 헌신적으로 키워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외아들은 잘 돌보지 못해서 비 오는 날 트럭에 치어 잃어버린 쓰라린 속정이 있음도 알게 된다. 에이블린의 친구 미니는 비바람 몰아치는 날 밖에 따로 분리된 화장실을 쓰지 않고 집 안의 화장실에서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즉시 해고된다.

 

 한편 스키터의 문장력이 좋음을 알고 있던 출판사로부터 세상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에 대해 써보라는 요청을 듣고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들의 고충 어린 에피소드를 소재로 재미있는 글을 써서 출판사에 보낸다. 출판사의 반응은 좋았으나 책으로 내려면 훨씬 많은 에피소드를 써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당시는 백인들에 대한 불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흑인 가정부들은 아무도 이에 도움을 주려고 선뜻 나서지 못한다. 스키터의 끈질긴 설득으로 난색을 표하던 흑인 가정부들은 하 나둘 그들의 억울한 사정을 어놓게 되고 일은 일사천리로 마무 리된다.

 

 스키터는 자신을 어려서부터 길러주었고 29년이나 함께 살아 온 흑인 가정부 콘스탄틴이 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왔을 때 없는 것에 실망하고 가당치 않은 이유로 해고되었다는 사실에 아연한다. 스키터는 자기가 직접 겪은 이 에피소드를 하나 더 첨부하여 출판사에 보낸다. 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여기에 참여한 모든 가정부들은 생각지 못한 엄청난 고료를 공평히 나누어 받게 되고 스키터는 성공한 작가가 되어 뉴욕으로 떠난다.

 

 억압의 압축된 힘은 결국 폭발하게 되어 있다. 검은 피부에 대한 차별의 역사는 뿌리 깊다. 이 흑백의 갈등은 과연 언제쯤이나 해소될 수 있을까? 현재 흑인 사회의 범죄율과 낮은 교육 수준의 실태를 생각하면 요원하다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절규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방화와 절도 같은 난폭한 폭동으로는 절대로 갈등의 출구를 찾아낼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https://youtu.be/vJ-XWkZgd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