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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국수 사랑- 예찬-

2022.11.11 17:29

양상훈 조회 수:28

국수 사랑-禮讚- 양상훈

 

, 남자친구한테 청혼을 받았어요.”

정말? 축하해! 이제 곧 국수 먹게 해 주는 거야.”

 

한 청춘남녀가 오랫동안 열애 끝에 사랑이 발효되어 익어갈 때 쯤.

기뻐서 자랑삼아 꺼내는 대화이다. 국수는 전통적으로 단순히 먹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결혼해서 대접을 받는 의미를 갖는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결혼식과 피로연에서 흔히 국수를 대접했었다.

<국수를 언제 먹게 되요?> 라는 말은 결혼식을 올리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국수를 과거에 가난의 대식으로는 하지 않았다. 오늘날에 주식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별식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도 국수를 좋아하는 편이다.

예로부터 국수는 잔칫날의 대표음식으로 밀가루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아주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좋은 날에 늘 함께 해 우리에게 친근한 국수는 깔끔하고 부담 없는 탓에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특히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서늘한 날에는 국수가 당긴다. 국수는 언제 먹어도 부담이 없고 배불리 먹어도 금방 소화가 잘 돼 오랜 친구를 만나 이야기 나눈 것처럼 뒤탈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소 시절 때부터 변함없이 국수를 즐겨먹어 왔다. 요즘도 어떤 날엔 밥반찬도 시원찮아 간단히 한 끼 해결하고자 할 때, 끓어놓은 육수에 지단이든 다 털어놓고 후루룩 후루룩 가족함께 잔치국수를 즐긴다. 가족사랑이 별건가. 때론 국수가 가족의 은근한 사랑을 담아 이어준다.

그동안 국수는 시류에 편승하여 인간의 취향과 별미에 따라 다양하게 변천하고 진화되어왔다. 국수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칼로 썰어 만드는 칼국수. 반죽을 틀에 넣어 뺀 틀국수, 손으로 만든 손국수가 그것이다. 또 굵기에 따라서는 굵게 뽑은 가락국수와 가늘게 뽑은 실국수가 있다

현대문명의 진전으로 인스턴트를 포함 수십 종의 국수류를 찍어내며 세상에 쏟아진다. 나는 어릴 때 어머님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손국수를 제일 좋아하였고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의 국수를 빚는 과정은 단순하면서도 정성과 사량의 향기가 묻어져있었다. 밀가루 반죽을 솥뚜껑 모양으로 나무밑판에 올려 단단한 홍두깨로 상당한 시간동안 여러 번 이리저리 민다. 밀가루를 고슬고슬 뿌리며 빚어낸 반죽이 종이처럼 얇아지자 칼질이 시작된다. 국수를 모두 가지런히 서른 다음 식판위에 잠시 말린다. 그때 정성 들어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손칼국수의 그 진 맛과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젖을 때가 있다 살아생전에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 어머니 표 손국수가 생각나면 동심으로 돌아가 엄마, 손국수!”를 외치면 따뜻한 웃음으로 기다렸다는 듯 해결해주시던 어머니의 사랑. 그 국수 맛은 이제 추억 속에서 잠들고 말았다.

근래 수십 종으로 진화되고 업그레이든 된 국수들이 범람하지만, 그때 어머니가 손끝솜씨로 만들어진 손국수가 내겐 백미였다.

원래 국수는 장수의 뜻이 담긴 음식이라 한다. 결혼이란 미완성의 기운인 남성 양기와 여성음기가 만나 완성된 하나가 된다고. 우리는 결혼잔치 집에 가는 것을 국수먹으러간다고 한다. 우리는 왜 결혼식에 국수를 먹을까? 결혼하는 남녀의 육체적인 결합 외에 영혼의 결합을 돕는다고 한다. 그 의미를 국수 가락 같이 길고 영원히 사랑하라는 의미에서 국수를 먹으며 인생여정을 오래 함께 동행 하라는 뜻. 국수는 길이가 길기 때문에 혼인잔치 같은 날에만 국수를 먹는 습관이 이어저서 요즘에도 결혼식에 국수를 먹는 거라고 한다 장수의 뜻이 담긴 국수는 <오래살고 싶으면 국수를 먹어라>는 격언처럼 생일 회갑연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먹는 국수는 음식가운데 길이가 가장 긴 까닭에 장수의 뜻을 담고 있다. 또 결혼식에 국수를 대접하는 것은 신랑 신부의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져가기를 바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언제 결혼할거냐를 묻는 뜻으로 국수 언제 먹여줄 거냐? 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한국에 국수는 오래전 고려시대에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왔다.

<고려사> <고려도경> 등에 국수가 고급음식이고 제사 때에 주로 쓰며 절에서 만들어 팔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고려시대에 귀한 음식이었던 국수는 특별한 잔치 날 에만 먹을 수 있는 혼인잔치에 국수를 내는 관습이었다. 조선시대는 국수에 꿩고기 삶은 즙에 말아서 쓴다는 기록으로 보아, 국수가 대중적 음식으로 정착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끈기가 없는 메밀이 흔하여 메밀국수가 많았고, 밀국수가 흔해진 것은 1900년대 이후다 지역적으로는 추운 북쪽지방에선 냉면을, 더운 남쪽지방에서는 이열치열(以熱治熱)식 밀가루로 만든 온면과 장국국수를 발전시켜왔다. 국수는 면을 다루는 법도 중요하지만, 맛을 내게 하는 양념국물이 관건이다.

국수 양념장의 황금 레시피의 비법을 보면, 육수 양념장으로 고춧가루, 멸치, 진간장, 국간장, 설탕, 물과 청양고추, 통깨 약간, 참기름 약간 등등을 일정비율로 배분 잘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낸다. 국수는 면과 육수 고명의 삼박자가 맞아야 맛있는 국수로 탄생한다고 한다. 국수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으로 국수를 종류마다 소스가 다르고 독특하기 때문에 한 가지를 온전히 먹어야 고유한 맛을 깊이 느낄 수 있다

. 국수는 지구촌 어디에도 관계없이 국제화 흐름에 인류식생활의 큰 목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맛 집 마니아국수집이 즐비하다. 명동칼국수부터 삼각지 옛, 날집. 을지로 우래옥 등 내노라하는 국수집이 40여개나 손꼽혀 옛 깃발을 흔들며 서로 원조라고 강조하고 있다. 장안에서 70여년의 3대 냉면집으로 유명하다는 을지로 우래옥집’.에 갔던 날. 골목안의 입구부터 인산인해의 관경에 놀랄 만큼 관록이 있고 맛도 일품이었다.

평창 영동고속도로변 한적한 산등성이에 덩그렇게 위치한 평창 옛날 공이메밀국수란 기다란 입간판에 막국수가 아니고 메밀국수란 이색적인 표지에 메밀국수진미를 강조하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공이는 메밀반죽에 면을 뽑기 위해 넣는 한 덩어리) 어쩌든 혀끝이 녹을 정도로 맛은 기가 막혔다. 번지수가 다르지만 소문으로 특별히 국수 먹으러 찾아간 음식점- 서울속 <프랑스,서래마을 건강맛집>이라는 곳-이국적인 정취가 풍기는 동네. 고급 프랑스 요리가 물씬한 이곳에 국수집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대 의외로 서래마을 쌀국수맛집, 서초면옥, 양꼬치랑 옥수수국수 등 프랑스 매뉴판 중에서 국수매뉴를 곁들은 레스토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이한 향기에 양도 많고 시원한 국수는 또 별미였다.

서초구 몽마르트공원 올렛길 정상에서 한국 속의 작은 프랑스로 도심 속의 자연을 즐기며, 국수 한 그릇으로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자연 속 힐링이리라.

국수집은 거창한 현대식 건물에 보다 골목길목의 좀 허접하지만 향수분위기에 할매 어머님 이모들이 정성껏 만들어 낸 손맛 국수가 더 친근감이 든다. 부모님 묘소에 성묘를 하던 날 어머님을 생각하며 옛날 손국수를 그리며 여러 상념에 눈시울이 젖었다. 귀가 길에 평소 가고 싶었던 국수집. 조카의 특별안내로 요즘 인기 있다는 안동국시집에 들렸다. 쫄깃하고 고소한 안동국시의 참맛에 부침개 편육 보쌈 등이 조연으로 푸짐하게 등장했다. 국수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