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솔나무

2023.01.06 22:06

조형숙 조회 수:25

피난민들이 폴란드 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중앙역에 내린 난민들이 구호의 손길을 기다린다.   난민들은 지쳐있었고 휘몰아 치는 추운 날씨에 얼굴과 손이 튼다. 아이들의 손이 갈라져 피가 맺힌다. 

선교 팀원들이 난민 캠프에 핸드크림과 얼굴에 바를 로션을 나누어주기 시작한다. 그 시간에도 우크라이나의 폭격은 계속된다. 자폴리시아에서 피난민을 구해 차에 태우고 폴란드 국경을 넘는다. 
차의 지붕 위에는 계속 포탄이 떨어져 내린다. 처음 7천달라의 차를 사서 보냈으나 얼마 안가서 고장이 났다. 도움을 주는 곳에서 2만불을 받았다. 거기에  1만불을 더해서 차 한 대를 샀다. 
그렇게 준비한 Big Ben에 구호물자를 빈틈없이 실어 포탄사이를 뚫고 필요한 곳에 전달하러 간다. 자동차에 총알이 박히고  유리창이 깨져도 총알 사이를 뚫고 달린다. 넓게 펼쳐진 벌판을 달린다. 
곳곳에 큰 컨테이너가 서있고 외벽에는 붉은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 그 것은 죽은자들이  모여 있다는 표시다.  
 구조된 사람을 데리고 나오느라 타이어는 펑크가 나고 포탄을 맞아 엔진이 터지고 차벽은 수많은 구멍이 났다. 죽은자들 옆을 지나 달린다. 저곳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속력을 다해 지나간다.
 
처음에는 국경에서 난민들을 차로 옮겨주는 일을 돕다가 매형의 동생이 250만불을 가져와서 창고를 지었다. 우크라이나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들을 그 창고로 보냈다. 
방탄조끼가 필요했다. 우크라이나 안에 큰 공장을 만들어 넘버 4의 가치로 인정받는 방탄조끼를 만들고 있다. 창고의 직원들은 방탄조끼 뿐 아니라 지혈대도 만든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는 총과 칼은 만들지 않고 지원하지도  않는다. 현지 주민들도 많이 참여해서 함께 일을하니 두배의 선교가 되는 셈이다.
 
플루티스트 송솔나무가 우크라이나로 선교의 길을 떠났다. 송솔나무는 줄리어드 예비학교 시절에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한 영재였다. 그는 쥴리어드를 나온 탁월한 플룻  연주자다. 
스위스 노잔 국립음악대를 수료했다. 드라마 이산의 OST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일생을 연주하는 생활을 했다. 음악과 동행하는 특출한 사람으로 살았다. 117개국으로 연주여행을 다녔다. 
그는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곳에 저를 보내주세요"라고 늘 기도했다. 죽음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온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후회가 없는 삶을 살기를 원했다. 
그러다가 생활을 변화시킨 한 사람을 알게 된다. 그는 바로 존 루트목사다. 노예상인이었던 그가 예수를 만나고 난 후에 쓴 찬송가 Amazing Grace를 듣고 마음에 변화를 가져 왔다. 
내가 하는 연주가 아닌 최고의 연주자이신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때만 아름다운 찬양이 되는 것을 깨달았다.  송솔나무가 연주하는 Amazing Grace는 산꼭대기에서 울려나오는 천상의 소리 였다. 
그는 온 몸으로 악기를 연주한다. 열정을 다해 악기의 구멍을 옮겨간다. 
두다리에 주어진 힘은 땅에 뿌리를 내려 튼튼히 서고  안경속의 두 눈은 은혜로 가득 차있어 가슴을 저며낸다. 
 
그에게는 4가지의 악기가 있다.
첫째는 드라마 허준을 따라다니며 연주하던 아주 비싼 악기다. 금으로 번쩍거리는 악기로 '오 신실 하신 주'를 연주했다. 
음정 하나하나에서 향기가 묻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악기라 했다.
두번째는 미국 전체에서 딱 두개 뿐인 악기다. 한개만 팔아도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비싼 악기다. 은으로 반짝이는 아주 큰 악기로 나즈막히 소망을 노래한다. 
 한번 뿐인 우리의 인생이다. 좋은 일을 하고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감동시키는 일은 참 귀하다. 은빛 플룻은 현악기와 어울려 더욱 화려한 잔상을 남기어 주었다.
세번째 악기는 2만원에 산 아주 작은 악기다.  연주 사이사이 지금의 생활을 간증처럼 이야기 한다. 연주를 하고 있는 지금도 송솔나무는 피난민 생각을 한다. 그들이 생각나고 보고싶어 눈물이 난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넘쳐나는 사랑을 입을 통해 뿜어낸다..
네번째는 처음에 선물받은 악기인데 다 부서진 것을 본드로 붙여 불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정도의 값이다. 본드를 붙인 악기를 연주 할때마다 불안불안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 같은 사람도 쓰시는데 어떻게 이 악기를 버릴 수 있을까 생각한다. 반짝이고 빛나는 금이나 은으로 된 악기보다 송솔나무에겐 더욱 귀했다. 아직도 소중하게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그는 자신을 그 악기만도 못한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작곡도 만들고 열심을 다해 연주 한다면  그 것이 최고의 악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하철은 잠자는 공간으로 바뀐지 오래다. 우크라이나는 85년동안  총성 한 번 없던 곳 이었는데 전쟁이 났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위해 그 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떠날수가 없어 송솔나무도 그 곳에 머물며 돕는다.  
비참한 현실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흐느껴 운다. 우크라이나에는 수많은 과부와  고아가 창고에서 지낸다.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우크라이나에는 곧 핵 폭탄이 터질 것 같다. 
우크라이나에 한 여인이 있다. 피난을 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피난시키지 못했다. 세상 떠난 남편을 아직 묻어주지 못했고 행방이 묘연한 아들도 찾아야 하니 갈 수가 없다고 버티고 창고의 일을 돕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닿을 계획을 하고 출발하기 전 아들이 코로나에 걸렸다. 송솔나무도 걸려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기침 한번도 없었고 혈압이 오른적도 없었다. 급기야 아내에게도 코비드가 찾아왔다.
 선교는 내가 원한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연주는 하루를 쉬면 3일을 연습해야 본래 소리가 난다. 코로나로 쉬는동안 우크라이나에 있는 시간에 쉬었던 플룻 연주를 위해 열정을 쏟았다. 
연주가 끝나면 큰 선교비를 받을 수 있었다.  미리 예약이 되어 있던 연주를 포기하지 않고  다녔다. 현지에서 그들을 돕는 일도 중요했다. 그러나 연주하고 받은 돈을 창고 직원에게 보내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하나님이 기회를 주셨기에 감사하게 연주했다.
 
먼지속에 진열되어 있던 정체불명의 작은 플라스틱 악기를 7만원 주고 샀다. 다섯번째 악기인 셈이다. 이산의 OST를 연주하고 큰 오케스트라 단원과 연주했다. 
 두개를 붙여 한 입에 불수 있도록 만든 A자 모양의 악기는 경쾌한 송솔나무의 악기로 태어났다.  한 입에서 두 개의 악기 소리가 난다. 구슬프고 쨍쨍한 소리로  높은 음을 치고 오른다. 
정상을 향한 몸부림의 소리였다.  금, 은으로 번쩍이는 악기나 작은 플라스틱 악기의 소리가 듣는 내게는 다 같았다. 연주자가 훌륭하기 때문이리라. 
그는 자신을 '하나님의 연주자'라고 부른다. 하나님의 연주자는 '연주'라 하지않고 '찬양'이라 부른다. '공연'이라 하지 않고 '예배'라고 부른다. 연주를 통해 감동을 주는 자가 아니고 '찬양을 통해 은혜를 끼치는 자'라고 말한다. 
스스로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의 연주는 구슬프고 아름답고 화사했다.
 송솔나무의 악기처럼 큰자와 작은자, 있는자와 없는자를 나누지 않고 모두 하나의 소리로 합쳐질 수 있다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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