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삼매경(三昧境)

2012년 10월19일/여주신문
                                  정용진 시인

10월은 상(上)달이다. 그래서 우리의 조상들은 해마다 시월이오면 햇곡식으로 음식을 마련하여  조상님들의 묘를 찾아가서 시제(時祭)를 올렸다.
등걸 없는 회초리가 없고 뿌리 없는 후손이 없기 때문이다. 10월은 성숙한 가을의 계절이기 때문에 곡식들은 속 알이 영글고, 짐승들은 살이 오르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은 영혼이 맑아지는 계절이다.
선인들은 가을을 일러 말은 살찌고 하늘은 높다.(天高馬肥) 선비들이여 등불을 밝히고 책을 읽어라.(燈火可親)라고 독려하였다. 성균관 명륜당에는 ‘해와 달의 두 바퀴는 하늘과 땅의 눈이요, 시서 만권의 책속에 성현의 마음이 깃들어 있도다.“(日月兩輪 天地眼 詩書萬卷 聖賢心) 라고 쓴 귀한 현판이 걸려 있다. 이곳은 과거에 선비와 무관들이 학문과 무예를 연마하여 과거시험을 통하여 고급 관료로 등용되어 나라를 다스리던 인재 양성의 요람이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뜻을 두어 성공한 사람을 일러 형설의공을 이루었다 말한다. 이는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하였는데 진(晉)의 차윤(車胤)은 집이 가난하여 기름을 얻을 길이 없어서 여름날 성근 베주머니를 만들어 수십 마리의 반딧불을 잡아넣고 그 번쩍이는 불빛으로 밤을 새워 책을 읽어 상서랑(尙書郞)의 벼슬에 올랐고, 손강(孫康)은 성품이 청개하고 사귐이 잡되지 아니하였으나 가빈하여 기름을 얻을 수 없어서 겨울날 많은 눈이 내리면 큰 함지박에 눈을 가득히 담아 눈(雪)에 비치는 그 밝은 빛으로 책을 읽어 후에 관지 어사대부(御史大夫)에 올랐다.
(螢雪之功)
晉車胤武子 幼 恭勤博覽 家貧 不常得油 夏月以練囊 盛數十螢火
照書讀之 以夜繼日 後 官至 尙書郞 今人以書窓 爲螢窓由此也.
(연랑 : 성근 삼베 주머니)
晉孫康 少 淸介 交流不雜 嘗映雪讀書 後 官至御史大夫今人
以書案爲雪案 由此.   (출전. 後晉 李漢著 蒙求) *동의어 雪案螢窓. 車螢孫雪. 映雪讀書.
후세 사람들이 이를 일러 형설지공(螢雪之功)이니 형창설안(螢窓雪案)이니 함은 이에 말미암은 것이다. 명시인 도연명(陶淵明)도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지 아니하고,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아니한다.’(一日難在晨 歲月不待人)고 게으르기 쉬운 인간들을 독려하였다.
요즈음 아이들이 책을 일기 보다는 게임방에 몰두하고 집안 보다는 밖에서 즐거움을 얻으려고 배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다.
가정은 행복의 샘터다. 어린 생명들은 부모를 통하여 인생의 첫 학습을 배우고 학교에서 스승을 만나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과 방법을 배운다.
어른들이 모여서 화투치기나 하면 아이들은 모여서 딱지치기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어른들의 방심과 무책임이 어린 생명들을 병들게 하고, 사회의 악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고국 사회를 멀리서 바라보아도 답답하고 가슴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툭하면 성폭행이고 기사가 났다하면 사기와 횡령이니 어디서 무엇부터 잘못인지 분간이안가는 오늘의 현실은 선과 악이 도치 된 불행한 사회상이다.
진시황은 삼신산의 불사약을 먹고 만년을 살려고 안간힘을 쓰며 주위가 항상 두려워 만리장성을 쌓고, 사회가 자기 말에 순종을 아니 하고 말이 많은 것은 학문이 깊은 유생들 때문이라고 큰 구덩이를 파고 많은 학자들을 묻어죽이고 서책들을 불살랐다.(焚書坑儒) 그러나 만리장성은 오늘날 유물로 남아 세인들의 관광지가 되어 중국의 부를 더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성현 공자는 학문 몰두에 심취하여 밥 먹는 것을 잊었고(發憤忘食), 책 표지를 쇠가죽으로 씌워 세 번이 닳도록 읽으라고 가르쳤다.(革皮三絶) 가을이오니 앞뜰의 감 알들에 단물이 고여 오고 뒤 뜰 연못에는 무지갯빛 비단잉어들이 연꽃사이로 유영을 하고 있다. 한가하고 여유로운 표정이다. 이 풍성한 가을! 자연이 순리를 따라 성숙하듯(無爲自然) 우리 모두의 삶도 아름답고 고귀하게 완숙하도록 최선을 다하자. 책속에 길이 있다 많이 읽고 바로 살자. 독서삼매경은 인간의 영혼을 살찌우는 최상의 명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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