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와 어머니/양영아

2013.06.10 07:26

김학 조회 수:137

꽈리와 어머니
                                                          양영아        

꽈리는 햇살과 바람과 공기를 안고 주홍색으로 여물어갔다. 얼기설기 삭아버린 주머니 속에서 빨간 꽈리가 어머니처럼 애처로웠다. 젖꼭지 같은 빨간 열매를 잎자루에서 살며시 떼어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 듯 파르스름한 게 자식 걱정하던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이것아, 결혼하면 3년 안에 네 서방이 죽는대.”
꽈리를 가시로 콕 찔러 봤다. 아픔을 참아내듯 동그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나왔다. 입으로 얼른 핥아 보았다. 어머니의 시린 마음처럼 새콤했다.
“그놈, 아무것도 없고 머리만 좋단다. 네가 알아서 해라.”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대신 큰오빠에게 일임한 우리의 결혼이었다.
가시로 꽈리 속을 후벼 팠다. 그이와 내가 사귀던 6년 동안 어머니의 가슴을 후벼 파듯 그렇게 후비고 또 후볐다. 어머니의 녹아내린 애간장이 씨앗이 되어 줄 줄 쏟아져 나왔다. 10년 병시중도 보람 없이 하늘나라로 가버린 지아비를 그리는 어머니의 통곡도 쏟아졌다. 당신마저 중풍으로 누우셨던 4년간의 외로움도 흘러나왔다. 꽈리는 한 줄 남은 심줄을 붙들고 기진맥진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속살 심줄이 끈을 놓았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러 어머니도 가셨다. 적삼 아래로 쪼그라진 어머니의 젖꼭지가 달랑 붙어 있었다.
‘저 젖 물고 우리 9남매가 자랐구나!’
텅 빈 꽈리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랑의 완성이고 비움 속의 충만이었다.
어느 날 동생이 말했다.  
“누나, 엄마가 누나 결혼 전 어느 밤중에, 나를 어떤 네거리로 데리고 가서 뭔가를 파묻게 하셨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
끝내 한마디 말씀도 없었던 비나리! 37년이 지나서야 시리고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며 두 손을 모았다. 속살이 곱게 떨어진 동그란 꽈리를 입술에 얹어 윗니로 지그시 눌러 봤다. "꽈드득!"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까지 살아오느라고 애썼다. 이젠 됐다.”
공기를 가득 채워 다시 한 번 지그시 눌러 봤다.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머니의 얼굴에 흘렀던 그 눈물이 내 얼굴에도 자꾸자꾸 흘러내렸다.



출생지 : 전북 남원
경력 : 전주교육대하 졸업/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직

약력
대한문학 등단(2010년 가을 호)
한국문인협회회원
전북문인협회회원
전북수필문학회회원
영호남수필문학회회원
행촌수필문학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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