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2020.03.11 21:00

김세명 조회 수:34

오솔길

                               김세명

 

   요즘 나의 일상은 오솔길을 따라 기린봉에 오르는 일이다. 오후 4시면 기린봉아파트 뒤로 한 시간 정도 산에 오른다. 왜 음산한 오솔길을 택했을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과의 만남을 막고 마스크로 전염병 확산을 막는데 동참하기 위해서다. 공공이용시설물은 폐쇄하고 가급적 집에서 나가지 말라고 한다. 온 세계가 비상이다. 나의 인생도 황혼길에 접어드는데 이런 시련은 처음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라는 말이 돌고, 자식들도 밖에 나가지 말라고 성화다. 사람을 피해 자구책으로 오솔길을 택했다.

 기린봉아파트를 지나 오르다 보면 왼쪽에 선린사()란 작은 절이 있고, 산수유나무에는 노랑꽃이 피었다. 봄이 왔다는 신호다. 춘래불사춘이다. 나의 인생길도 큰길보다 오솔길을 걸어온 것 같다. 혼자 걸어가다 보니 옛날 어려서 걸었던 피난길도 생각난다. 험난한 고개를 잘 넘어 여기까지 왔는데 요즘 일상은 몹시도 불편하다.

 시내에는 사람들이 드물고 마스크와 손소독이 일상화되었으며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마다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처량하다. 일상의 행복이 뭔지 모른 채 살아온 세월이다. 잠깐의 시내 나들이와 친구랑 어울려 소주 한 잔 마시던 게 행복인 것을 이제야 알겠다. 답답한 미세먼지도 친구요, 쾨쾨한 매연조차도 친구였던 걸 모른 채 살았다. 인간의 오만함을 꾸짖는 재앙일까? 모두 보고 싶고 그리운데 햇살 드리운 창가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봄바람에 코로나가 소리 없이 날아가고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오기를 소망해 본다.

 영생을 주장한 L교주의 입이 교활하고 가증스럽다. 1931년 경북 청도에서 출생한 그는 박태선의 천부교, 유재열의 장막성전 등 소위 신흥사이비종교를 전전하다가 19843월 신천지를 창립했다. 혹세무민의 사이비한 말로 성경을 곡해 신도를 모집하여 지역사회 에 대단위로 감염을 시켰다. 영생이 아니라 신도들에게 전염병을 확산시키고 오히려 피해자라고 한다. 과유불급인데 교인과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해를 끼친 그도 죽으면 한 줌의 부토로 돌아갈 텐데 왜 그렇게 과욕을 부릴까? 오솔길을 걷는 평범한 노인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국가적인 재난을 슬기롭게 이겨내길 바라면서 어제는 적십자 성금모금에 동참했다. 운동을 하려고 일회용 마스크도 구입을 못해 쓰던 마스크를 헤어 드라이로 불어 쓰고 오솔길을 걸어 만보를 채우고 아파트 계단을 이용하여 집에 와 샤워를 했다. 승강기도 누가 타고 내렸는지 모르니 계단을 이용했다. 사람의 입은 음식을 먹고 말도 하며 병균도 입을 통해 들어온다. 재앙의 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입과 코를 통해 들어오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가 조심하는 게 사회분위기다. 일상생활의 불편을 감수하고 정부 재난사태 극복에 따라야 한다. 은퇴한 나의 입장에서 보면 특별히 갈 곳도 없으니 참을 수밖에 없다. 일상의 기적은 특별한 게 아니고 땅을 걸어 다니는 것이다.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하고, 산책을 하는 등  훌륭한 두 발 자가용을 가지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는 게 기쁨이고 행복이다. , , 입 다 가지고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면서 공기를 마시고 있다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의료진의 말에 의하면 우한폐렴에 노출되면 폐가 딱딱해져 산소 공급을 못해 죽는다고 하며 완치되어도 평생 약을 먹어야한다고 하니 조심할 일이다. 오솔길을 걸어가면서 생각해 보니, 숨 쉬고 밥 먹고 두 발로 걸으며 용변을 잘 보는 일상이 행복인 걸 이제야 ㅜ알 수 있겠다.

                                                                                 (20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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