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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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이 맺힌 눈물 이희숙
피로 사순절을 쓴다
자신을 포기하고 연하디연한 살결이 찢기고 그 속에서 겪여난 붉은 상처
나 대신 고통을 감당코자 골고다 향해 끌리던 발걸음 네 방향으로 벌어진 채 가슴에서 녹여낸 가장 무거운 약속
휘청이는 이파리들 사이로 피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깊은 밤 숨죽여 기도를 쓴다 영원히 살아 오르는 소리 나지 않는 언어로
상처 입은 껍질을 벗어내고 살아난 작고 붉은 열매 겹겹의 가지 끝에 숨겨져 다시 피어난 이토록 환하게 빛나는 이유를 층층나무 아래서 오래도록 묵상한다
*층층나무(Dogwood) : 낮은 가지들이 층을 이루듯 자라는 모습에서 이름이 붙었다. 봄철에 흰, 분홍 꽃을 피우고, 붉은 열매를 맺는다. 십자가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고 하여 고난과 부활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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