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
전체:
320,235

이달의 작가

청춘

2022.06.09 21:49

조형숙 조회 수:56

청춘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나 그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청춘이란 단어는 푸른 잔디밭에 누워 해맑게 웃으며 떠드는 젊은이를 떠올리게 한다.  청춘을 젊음과 같은 이미지로 생각해 왔다. 청춘의 나이 기준이나 정확하게 정해진 경계는 어디일까? 어리다는 시간을 벗어나 젊고 파릇파릇한 나이에 들어서면 청춘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젊음과 청춘은 거의 비슷한 느낌을 주는 단어지만 청춘은 젊음 자체보다 젊음이 가지는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청춘이란 단어가 젊은이 들에게만 제한되고 국한 되었었다. 100세 시대가 된 지금에는 은퇴해도 인생의 반을 조금 더 산 것이다. 지금은 어느 회사도 정년이나 은퇴 후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청춘을 20-30대로 말하는 것은 이제는 아니라고 본다.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없고 해 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 보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청춘이다. 아름답고 귀한 청춘의 시기를 대학입시나 취업난으로 또는 징병으로 날려버린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여 평생 직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시기를 청춘이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제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청춘은 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젊음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젊은 생각이 있다면 청춘인 것이다. 
 
파사데나 가필드 공원(S Pasadena Garfield Park)  햇살 아래 앉아 있다
9월에 개강하는 노인대학에서 우쿨렐레 강의를 맡게 되었다. 가르치는 것은 내가 다시 배우는 길이다. 이른 아침 젊고 우아한 선생님과 공원에서 만났다. 아침 하늘에는 구름이 끼고 날이 흐려 있었다. 기온도 조금 떨어져 있어  잔디밭 밝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알미늄 깔개를 깔고 그 위에 담요와 타올을 펼친 뒤 간식들을 꺼내 놓았다. 신발을 벗고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긴 기지개를 하고 아름다운 꽃과  바람이 좋은 자연을 오랜만에 누리고 있다. 보면대 위에 악보 꾸러미를 펴놓고 하나씩 리듬을 만들어 간다. 이문세의 옛사랑을 G code로 시작해 부른다. 옛사랑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고 있다.
 
 조용히 구름이 걷히고 해가 중천으로 뜨기 시작하며 햇살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해가 너무 강하게 쪼였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양말과 바지 사이에 나와 있던 발목이 붉어지며 따가웠다. 얼른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그늘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공원은 주택가 안에 있고 바로 옆에는 아이들 학교가 있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걷고 있던 엄마들의 관심이 음악소리 나는 곳으로 옮겨졌다. 무슨 악기냐고 묻는 엄마에게 "하와이안 기타인데 우쿨렐레라고 부른다" 대답해 드렸다.아이들에게 작은별을 들려 주었다. 아이들이 박수치면서  함께 노래 불렀다.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Up above the world so high. Like a diamond in the sky.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아주 작고 소박한 기쁨이 공원 안으로 퍼져가고 있다. 바람을 타고 코 끝을 간질이는 풀들의 향기가 귀한시간을 더 애틋하게 만들어 준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심리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라고 셰익스피어가 말했다.그리움으로 손짓하며 부르는 청춘의 흐름이 숫자에 가려지려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따라 가고 있다.영원할 줄 알았던 내 육체의 청춘은 아픔과 행복과 고뇌의 모든 감정을 안고 지나갔다. 갈 수도 없고 다시 올 수도 없는 청춘을 다 내려놓고 맘 먹은대로 할 수 있다고 믿고 살아간다면 청춘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이 말하는 대로 그렇게 살면 그 것이 청춘이다. 생각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인생의 어느 순간부터 청춘을 버리기 정말 싫었다. 지난 세월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가지씩 하고 있다. 나를 청춘이라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어 늘 청춘이기를, 늘 열정적이기를 힘쓴다. "할머니가  젊다" 라는 말보다 "할머니의 청춘"은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펌프질하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있고 눈에서 생기의 빛이 난다. 지금의 나의 청춘은 고뇌도 고통도 없는 행복하고 성실한 시간으로 차고 넘친다. 삶의 찬가를 마음 속의 교향곡으로 울릴 수 있다면 나는 청춘인 것이다.
 
 
한솔 문학 8월호에 올린 글이다.
'작은 불 꽃 하나가 국경을 넘어' 도 함께 올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5 페어 헤이븐 언덕 (Fair Haven Hill) 조형숙 2023.02.01 13
74 청동 문고리 [3] 조형숙 2023.01.31 25
73 송솔나무 조형숙 2023.01.06 25
72 작은 밤의 노래 [3] 조형숙 2023.01.03 33
71 크리스 조형숙 2022.12.04 8
70 만약에 조형숙 2022.11.18 14
69 용서 받고 싶은 사람에게 [1] 조형숙 2022.11.07 47
68 로살리토 조형숙 2022.07.31 40
67 유월의 스케이트 조형숙 2022.07.31 48
66 상징 조형숙 2022.07.09 51
65 6월이 왔다 조형숙 2022.06.16 52
» 청춘 [3] 조형숙 2022.06.09 56
63 패캐지 조형숙 2022.03.30 43
62 시옷 [1] 조형숙 2022.03.24 55
61 달 밤 조형숙 2022.02.25 59
60 어른 친구 [2] 조형숙 2022.02.19 25
59 튜닝 조형숙 2022.01.22 19
58 정전 [2] 조형숙 2021.10.21 69
57 호랑나비야 날아봐 조형숙 2021.10.01 77
56 기분 좋은 불합격 조형숙 2021.10.01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