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집으로 


입력 : 2015.08.24 03:00

집으로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대 집에
죽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고
냉기 가득한 그대 부엌
큰솥을 꺼내 국을 끓이세요.
어디선가 지쳐 돌아올 아이들에게
언제나 꽃이 피어 있는
따뜻한 국이 끓는
그대 집 문을 열어주세요.
문득 지나다 들르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당신 사랑으로 끓인 국 한 그릇 떠주세요.
그리고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목숨 바쳐 사랑하세요.

ㅡ고현혜(1964~ )

                2015082302388_0.jpg


                /송윤혜

고현혜 시인은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가 살면서 영어와 한국어로 시를 쓴다. 그는 시 '전업주부 시인'에서 "이제 시 쓰는 것보다/ 밥하는 게 더 쉬워요// 서점에서 서성이는 것보다/ 마켓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더 길고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 펴낸 그녀의 시집을 보니 모국어로 쓴 시편들이 높고 따뜻하고 특별하게 섬세하다.

이 시에서 시인은 사랑이 넘치는 집을 꿈꾼다. 화초가 싱싱하게 되살아나고, 부엌에는 온기가 가득한 그런 집을 꿈꾼다. 가족에게 따뜻한 국을 끓여 차려주는 사랑의 행위는 외로운 사람들에게도 베풀어진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목숨 바쳐 사랑하세요."라고 쓴 시구(詩句)를 읽는 순간 "그녀의 하얀 팔이/ 내 지평선의 전부였다"라고 짧게 쓴 막스 자코브의 시 '지평선'이 떠올랐다. 때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고 살기도 한다.
-문태준 시인 -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7 박복수 시인 세계한국 작가대회 참석, 부산국제 사진전 오픈 [1] 미주문협관리자 2016.01.03 559
536 장효정 시인 허난설헌상 수상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1.03 466
535 최문항 소설가 단편소설 '팔색조' 출간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1.03 365
534 정종진 단편소설. 중편소설. 수필집 출판 기념회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1.03 512
533 석정희 시인 ‘문앞에서’ 외 4편 세계시인대회 고려문학 본상 수상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2.29 218
532 손용상 에세이.칼럼집 '우리가 사는 이유' 출간 [2]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2.10 420
531 정해정 수필집 '향기등대' 출판기념회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2.02 454
530 김태수 시인 전국시조 공모전 수상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1.10 432
529 고현혜 시집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출판 및 북 사인회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1.01 786
528 김수영. 김영교 시인자매 시집. 수필집 나란히 발간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0.27 464
527 이윤홍 시인 모친상 한국방문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0.22 123
526 김명환 변호사 소천- 미주문협 초대 이사장 [2] 미주문협관리자 2015.10.21 662
525 김수영 시집 출판 기념회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0.18 665
524 제 15회 창작 성가의 밤 file 시스템관리자 2015.10.14 170
523 박경숙소설 <바람의 노래>노근리평화문학상 수상 & 북 사인회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0.01 388
522 고현혜시인 문화일보 인터뷰 기사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0.01 209
521 고 석상길 시인 유고시집 출판기념회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09.16 217
» 고현혜의 집으로- 조선일보 문태준의 '가슴으로 읽는 시'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08.24 1006
519 김태수 시인-제 17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수상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8 601
518 조옥동시인-밝은미래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수상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0 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