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미사

2008.02.14 09:31

이윤홍 조회 수:606 추천:58

          



          야외미사





          귀를 연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눈을 뜬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우린 마냥 가벼워져
          거룩한 말씀
          달뜬 마음속에서 댕그렁 놓치고도
          오늘은 괜찮다 괜찮다
          땅 까지 내려온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속에서야

          그러나
          저 나무들
          공원 안 밖
          일년 삼백육십오일 매일듣는 소음으로
          닫힌 귀 찌든 눈 씻어주는
          참 고운 소리 맑은 소리에 온 몸을 열었다
          모처럼 성당 밖으로 나오신 말씀
          한 마디도 안 놓치고 온 몸으로 받았다

          언제나
          우리보다
          더 겸손한 나무들도
          오늘 만큼은
          미사 내내 잎 떨구며 마냥 제 자신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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