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2008.03.17 01:52

이윤홍 조회 수:976 추천:105




고요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한 밤중,
혹은 새벽녘 잠을 깬다  
잠깨어,
돌돌 말아 꼭 껴안던 어둠을 손놓고
몸을 연다
왼 종일 소음 속에 숨어있던
고요가 다가선다.
바로 가까이서  
바깥 어둠속 아주 머 언 곳에서
나팔 통만한 귀라도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대로 스쳐가는
귀 있어도 못 듣는 소리로 다가 선다
그 소리에 가만히 몸을 연다
몸속에 달려있는 큰 귀, 작은 귀 다 열어 놓는다
한 마음 꼬-옥-잡아 터놓은 물길로
느릿느릿 더디게 고요는 들어서고
고요가 고요하게 들어서면 설수록
몸은 가벼워져
이렇듯 가벼워져
고요 모르게
고요하게
퉁, 치면
내 몸, 빈 소리
바깥귀에 까지 들린다

아, 고요는 이렇게 가벼운 것이구나

그 고요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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