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2008.03.17 01:52
고요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한 밤중,
혹은 새벽녘 잠을 깬다
잠깨어,
돌돌 말아 꼭 껴안던 어둠을 손놓고
몸을 연다
왼 종일 소음 속에 숨어있던
고요가 다가선다.
바로 가까이서
바깥 어둠속 아주 머 언 곳에서
나팔 통만한 귀라도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대로 스쳐가는
귀 있어도 못 듣는 소리로 다가 선다
그 소리에 가만히 몸을 연다
몸속에 달려있는 큰 귀, 작은 귀 다 열어 놓는다
한 마음 꼬-옥-잡아 터놓은 물길로
느릿느릿 더디게 고요는 들어서고
고요가 고요하게 들어서면 설수록
몸은 가벼워져
이렇듯 가벼워져
고요 모르게
고요하게
퉁, 치면
내 몸, 빈 소리
바깥귀에 까지 들린다
아, 고요는 이렇게 가벼운 것이구나
그 고요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22 | 네 잎 클로버 | 이윤홍 | 2007.12.30 | 886 |
| 221 | 물방울 하나 | 이윤홍 | 2007.11.21 | 809 |
| 220 | 삼월 -2- | 이윤홍 | 2008.02.26 | 682 |
| 219 | 할머니의 십자가, 성당 찾아가는 길 | 이윤홍 | 2007.03.13 | 825 |
| 218 | 3월, 한 해의 첫 달 | 이윤홍 | 2007.03.13 | 703 |
| 217 | 그리움의 문제 | 이윤홍 | 2007.02.25 | 567 |
| » | 고요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 이윤홍 | 2008.03.17 | 976 |
| 215 | 야외미사 | 이윤홍 | 2008.02.14 | 606 |
| 214 | 나의 사제, 부르노 | 이윤홍 | 2007.02.14 | 492 |
| 213 | 폐광촌 | 이윤홍 | 2008.02.14 | 658 |
| 212 | 꽃밭에서 | 이윤홍 | 2007.02.10 | 584 |
| 211 | 2월, 짧아서 더 소중한 | 이윤홍 | 2007.02.10 | 469 |
| 210 | 그냥 사랑이면 어때 | 이윤홍 | 2007.02.09 | 304 |
| 209 | 사제司祭의 방 | 이윤홍 | 2007.02.09 | 307 |
| 208 | 생명 | 이윤홍 | 2007.02.03 | 317 |
| 207 | 새해 | 이윤홍 | 2007.02.03 | 277 |
| 206 | 잡초 | 이윤홍 | 2007.02.03 | 236 |
| 205 | 희망 | 이윤홍 | 2007.02.03 | 218 |
| 204 | 흔적 | 이윤홍 | 2007.02.03 | 192 |
| 203 | 흔들리는 것이 어디 나뭇잎들 뿐이랴 | 이윤홍 | 2007.02.03 | 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