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7 20:29

낙관(落款)

조회 수 524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관(落款) / 성백군


   늙은 재두루미 한 마리가
   물가를 걷고 있다
   가다가 멈춰 서서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고는
   날개를 들먹거려 보이기도 하지만
   물속에 든 제 모습을 바라보고, 날지 못하고
   흐르는 물에 발자국만 꾹꾹 찍는다

   제 마음에는
   제가 살아온 날 수 만큼 제 몸이 무거워
   흔적은 남길 수 있다고 믿었겠지만
   몸이 무겁다고 물이 찍히나
   찍힌다 하더라도 흐르면 그만인 것을

   나도 한때는
   허방에 어른거리는 내 그림자를 믿고
   내 멋에 취하여 허공을 걸어봤지만
   걷는다고 다 길이 되지 않더라
   길이라 하더라도 발자국은 남길 수 없는 것을

   재두루미야
   우리 서로 해 넘어가는 자리에서 만났으니
   너는 내 안에 나는 네 안에 낙관(落款) 하나씩 찍어놓자
   그리고 빈 하늘에
   저녁노을 찰랑거리는 그림 그려 꽉 채우고
   지평이든 수평이든 암말 말고 넘어가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0 스위치 2 - Switch 2 박성춘 2011.03.26 455
669 옥편을 뒤적이다 박성춘 2011.03.25 477
668 마음이란/ 박영숙영 박영숙영 2011.03.24 404
667 흙으로 사람을 - out of earth 박성춘 2011.03.23 595
666 나는 아직도 난산 중입니다 강민경 2011.02.15 584
665 무상성(無償性)에 굴하지 않는 문학-이숭자 선생님을 추모하며 황숙진 2011.02.12 954
664 김학송 수필집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22매) 김우영 2011.02.12 907
663 김명수 작품집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28매) 김우영 2011.02.10 809
662 한때 즐거움 같이 했으니 강민경 2011.01.26 568
661 일본인 독서 김우영 2011.01.14 724
660 91. 한국 전북 변산반도 책마을 김우영 2011.01.12 822
659 새해에는 김우영 2011.01.10 550
» 낙관(落款) 성백군 2011.01.07 524
657 고향고 타향 사이 강민경 2011.01.07 752
656 나이테 한 줄 긋는 일 성백군 2010.12.10 773
655 살아 가면서 박성춘 2010.10.22 806
654 밤하늘의 별이었는가 강민경 2010.10.06 938
653 티끌만 한 내안의 말씀 강민경 2010.09.01 908
652 바다로 떠난 여인들 황숙진 2010.10.03 900
651 맥주 박성춘 2010.10.01 819
Board Pagination Prev 1 ...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