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4 16:00

어둠 속 날선 빛

조회 수 136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41 낙화.2 정용진 2015.03.05 1346
940 분수대에서 성백군 2015.02.25 1251
939 비빔밥 2 성백군 2015.02.25 1182
938 언덕 위에 두 나무 강민경 2015.01.25 1365
937 슬픈 인심 성백군 2015.01.22 1358
936 수필 김우영의 "세상 이야기" (1)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 김우영 2015.01.12 1824
935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1338
934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4.12.16 1538
933 별 하나 받았다고 강민경 2014.12.07 1417
932 일상은 아름다워 성백군 2014.12.01 1264
931 촛불 강민경 2014.12.01 1558
930 수필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 김우영 2014.11.23 1596
929 엉뚱한 가족 강민경 2014.11.16 1315
» 어둠 속 날선 빛 성백군 2014.11.14 1369
927 얼룩의 소리 강민경 2014.11.10 1408
926 수필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김우영 2014.11.09 1996
925 10월의 제단(祭檀) 성백군 2014.11.07 1614
924 숙면(熟眠) 강민경 2014.11.04 1236
923 가을비 성백군 2014.10.24 1364
922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강민경 2014.10.17 1331
Board Pagination Prev 1 ...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119 Next
/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