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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 소설 연구 (11)

2008.02.23 05:45

박영호 조회 수:829 추천:26

<미주 한인 소설 연구> (11)  

1980 년대의 미주 한인 국문 소설 (3)
송상옥의 등장과 미주한인 현대 국문 소설의 정착                                                                                                  

2) 최태응((崔泰應 1919-1998 百結)
(1) 최 태응(崔泰應 )의 생애와 작품 연보
  그는 1917년 5월 황해도 은율(殷栗)에서 출생하여 휘문고보를 졸업했고, 1941년 일본 니혼대학(日本大學) 문과를 수료했다. 그는 1939년에 창간된 문학 종합잡지 「문장」지 창간호에서부터 같은 고향 출신인 소설가 이태준(李泰俊)씨에 의해「바보 용칠 이」 (1939년 4월. 문장)「봄」1939. 9월 문장)그리고 「항구」(1940,3 문장) 이렇게 세 편이 추천되면서 1940년에 등단했다. 그의 문학활동에 싹을 키운 곳은 휘문고보다. 당시 휘문 고보 출신 문인으로는 박종화 이태준 박영희 김영랑 정지용 등, 이곳은 한국 문단의 요람 같은 곳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들로부터 문예활동 풍토를 익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다른 작가들처럼 암울한 일제 말기에 등단했던 관계로 일제 강점기라는 현실 때문에 사회성 이나 현실성을 주제로 다루지 않고, 비교적 불우하고 가난한 소외된 서민들을 통해서 보다 근원적이고 토착적인 인간 내면의 세계를 통해서 그들이 겪어야 하는 내면의 고통과 갈등을 표현하고, 아울러 인간의 순수한 원색의 인간애를 표현한 작가다. 그는 학업을 마친 뒤 고 향에서 교직에 종사하다가 8•15광복 후 단신으로 월남하여 《민주일보》정치부장, 《민중 일보》편집부장, 《부인신보》편집국장 등, 주로 언론기관에 종사 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고, 1946년에는 곽종원, 서정주 김동리 조연현 등과 함께 좌익문인들에 맞서 이른바 순수문학 을 주장하면서 한국청년문학가 협회를 결성하여 활동했고, 6•25사변 중에는 종군작가로 최 전방에 참전하여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의 초기의 작품 세계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보 용칠 이」 등을 통해서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과 근원적인 애증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숭고한 사랑의 정신을 주로 표현했고, 제 2기의 작품 세계라고 할 수 있는 광복 이후의 시기에 발표한 작품 세계는 초기의 작품 세계와는 달리, 주로 이데오르기적 문제와 함께 현실적인 문제를 통해 주로 사회적인 측면을 표현했고 이러한 작품으로는 《고향》(1948) 《까치집 소동》(19 51) 《전후파》《고지(高地)에서》(1951)와 《슬픈 생존자》(1957)《추억을 밟는 사람들》(19 58), 《여로》(1959), 등이 있고, 다음으로 제3기라고 할 수 있는 후기에는  인간의   애 정을 중심으로 한 애정 모럴과 함께 여성문제를 포함한 숭고한 인간애를 집중적으로 다룬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 시기의 작품으로는《역풍의 계절》(1964),《서울은 하직이다》 (1969), 못사는 이유(1977 현대문학) 《외롭지 않은 날들》(한국문학1978) 《만춘》 (1982년 한진 출판사 간)등이 발표되었다.
  그는 일찍이 상처를 한 관계로 줄곧 독신으로 지내다가 1979년 8월 63세의 나이로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고, 처음 정착한 곳은 시카고 밀 워키였지만 다음에 샌프란 시스코의 오클랜드로 이주했고 그 곳에서 재혼을 했다. 그리고 이민 소설인 단편 '샌프 란시스코는 비'(1985) '하나 남은 천사'(1988 미주문학)그리고 '노마네'를 발표했다. 작품집에는《전후파》와《슬픔과 고난은 가는 곳마다》 등이 있고, 총 76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또한 1996년에는 권영민(서울대평론가)씨의 도움으로《최태응 문학전집》 (태학사 전 3권)이 출간 되었고, 같은 해에 미주문인 협회에서 주는 미주 문학상을 수 상했다, 그는1998년 8월에 79세에 작고했고, 슬하에 1남 2녀가 있으며 현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2) 최태응의 작품 세계

그의 작품 세계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바보 용칠이'이와 같은 시기에 함께 발표된 '봄'  '항구' 등 주로 초기 작품들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주로 인간의 원형적인 순박한 인간애를 표현한 것이 특색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숙명적으로 불우하고 소외 된 인물을 통해서 그들의 내면적인 고통과 갈등의 세계를 표현하고. 이를 저항이나 폭발이 나 아니면 보복 등으로 처리하지 않고, 이를 인내하고 순응과 화합이라는 아름다운 정신으 로 극복해가는 따뜻한 인간의 사랑의 감정이 아름답게 서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이 특색 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그의 서정적인 표현에 대해 일찍이 배경렬씨(평론가)는  '오 영수씨와 상당히 유사한 그의 작품 세계 는 한국문단에 서정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 만 하다'라고 말하는 점에서도 그의 뛰어난 서정성을 잘 엿 볼 수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 세계는 휴머니즘 극치로 때묻지 않은 인간의 순박하고 아름다운 인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그를 두고 한편으로는  '서민성의 대가'라고 칭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주로 압박 받고 가난한 서민의 슬 픔이나 고통을 알리고 그러한 고통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좌절시키지 않고 어디까지나 순박한 인간애로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인간애의 표현은 사회와 인간의 감정을 아름답게 정화 시키는데 바로 소설로서의 높 은 미학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는 이러한 인간의 내면 표현이 중심이던 초기의 작품 세계와는 달리, 그의 작품 세계가 주로 인간 의 외부적이고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대상으로 바뀌는데, 이러 한 점은 자신이 처해있던 당시의 절박성 현실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고, 소설이 체험의 문 학이라는 점을 들면, 당시 그의 직업이나 체험을 생각해 볼 때 극히 당연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색은 그의 장편 소설 《전후파》(51년 11- 52년 4월 평화신문 연재)에 집중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그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60년대의 작품은 주로 여성문제에 관심을 둔 새로운 여인상 을 표현하려 했던 점이 특색으로 이에 대한 대표작은 작품  '허기' (1961 현대문학) 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새로운 여인상을 대두 시키고 이를 통해 가정문제의 제시와 바른 해 결을 통해 시대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정질서와 새로운 윤리에 대한 가치관을 표현하려 했던 점이 특색이고, 그의 말기라 할 수 있는 칠팔십 년대의 작품 경향 역시 만춘 (198 2 년 한진 출판사)을 비롯해 '아빠보고 우는 아기'(1978 3 한국문학) 등을 통해서, 핵가족으 로 변화되어가는 가정 문제나 새로운 애정 모럴을 사회 전반의 문제와 연관지어 이를 개선 해보려는 주제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특색이다,
그의 나이 오십 대 중반부터는 거의 절필하다시피 했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에도 별로 작품을 쓰지 않았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는 비' '노마네'  '하나 남은 천사 ' 이 세 단편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는 이 세 단편을 통해서 노년기 이주자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함께 향수나 회한의 고통 이나 슬픔을 표현하고 있고, 이러한 그리움이나 회한의 감정을 하등의 원망이나 미움 없이 너그러운 사랑과 순응의 감정으로 극히 서 정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결국 따뜻한 인간애가 잔잔히 흐르는 한 편의 서정시와도 같은 아름다운 작품 들이다.

(3)작품감상
'샌프란시스코는 비' (단편)
  이 작품은 표제가 다분히 상징적이다. 노년기에 이민을 와서 그들이 이국에서 겪어야 하 는 고통과 갈등과 소외감이나 외로움이 '비'라고 하는 상징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이 작품 에 등장하는 인물은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두 사람이다. 그들은 이민의 꿈이나 개인적 인 목적이 아닌, 단자 자식들과 합류하기 위해서 무엇엔가 떠밀려오듯 고국을 떠나온 사람들 이다. 따라서 젊은 이민자들과는 처지가 다르지만, 그 고통이나 황당함이나 외로움은 그들 과는 또 다르게 혹독한 것일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곽 교장은 화자가 삼 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올 때 시카고 행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동갑내기로 그들은 시카고에 비행기가 도착할 즈음 이미 10 년 지기나 다름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화자는 지금 그를 방문하기 위해 시카고 행 비행 기 속에 앉아 있다.
화자는 주로 이 친구인 곽 교장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제 노을 속으로 사라져 가는 자신들 노년기 이민자들의 외로움과 고통과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우선 곽 교장과 화자는 둘 다 모태 신앙인으로 이북에서 월남을 했고, 전쟁과 가난 등 혹 독한 시련을 겪었던 슬픈 기억들이 가슴 속에 하나의 한으로 각인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장선생! 나는 막연하지만 지금 심정이 꼭 망명객의 심정만 같아요."
"우리가 젊어서 교회를 등진 것은 우리가 타락해서가 아니고 세월이 거센 마귀가 같았고, 우리는 유독 패배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셈인지도 모르지.'"

모두가 곽 교장이 하는 말 들이다.  우리는 이 곽 교장의 말들 속에서 이 두 노인들이 겪어야 했던 힘들었던 전 생애의 인생 노정을 엿볼 수 있고, 그들은 남달리 민족적인 비애 까지 함께 지니고 살아온 사람들이란 점을 통해서,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와 그 아픔을 다 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이어서 바로 나타나는 것이 노년 이민자로서 느끼는 이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이다. 이러한 실망은 처음 그의 손자들과의 대면에서 곧바로 나타난다. 그들은 이미 미국적인 사고에 의 해 동양적인 우리의 고유한 유교적 전통이나 관습을 알 리가 없다. 이어서 배금의 물질주의 에 젖어있는 아들 내외에게서 느낀 실망은 실로 가슴 아픈 실망이다. 이러한 가슴 아픈 실망 을 곽 교장은 '그 겨울은 가슴 속 깊이 멍이 든 겨울' 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그의 제자가 살고 있는 엘애이를 방문하고서 느끼게 되는 제자들에 대한 실망이다.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그는 모텔에서 머물다 단 이틀 만에 화자가 살고 있는 오클랜드로 날아 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십여 일을 머물다가 떠난다. 그래서 4월에 왔다가 5월에 떠나 면서 "4월뿐인가, 우리 민족에게 잔인하지 않은 달이 없었다.'는 말만 남기고 갔었다.
그를 만난다는 기쁨으로 시카고에 도착했지만 그는 공항에 나오질 않았다. 그의 건강 아주 중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를 그렇게 만나보려고 다녀가라고 신신 당부를 했었던 것이다. 그는 우선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이곳 교회에 실망을 느끼고 나가지 않고 있었고 이곳 생 활에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곽 교장 내외에게 샌프란시스코로 이주를 권유한다. 곽 교장 내외도 이미 이주를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를 승낙하고 곽 교장은 그를 따라 우선 다녀오기로 하고 항공기 티켓을 예약한다. 화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의 처에게 전화를 하고 묻는다

"그래 지금 상황 일기는 어떤거 같우?"
"아이고 말도 말아요. 그냥 줄기차게 비가 쏟아지고 있어요 어제부터.."

이 일기에 대한 표현은 어쩌면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야 할 그들 노년의 이민생활을 암시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화자는 이 소설을 통해서 노년의 이민자의 생활을 비라고 하는 슬픔으로 표현하여 노년 이민자들의 외롭고 힘든 삶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노마네' (단편.,『서른 세 사람의 만남』신예선 편저)
  이 소설은 1995 년에 출간된 『서른 세 사람의 만남』(최 태응 신예선 편저) 속에 수록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그의 생을 일면을 간략하게 압축 표현해 놓은 듯한 자전적 스케치와도 같은 아름다운 작품이다.
사십여 년 전 고국에서 이웃에서 살았던 노마의 어머니가 자식들을 방문차 도미해서, 주 인공인 장 장로가 다니는 교회로 찾아와 서로 만나게 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마네 라고 하는 노마의 어머니는 작가 자신인 장 장로가 일찍이 상처를 하고 세 자녀를 데리고 홀로 힘들게 살았던 어려운 시절에 그의 막내와 그녀의 큰 딸인 노마는 동갑내기로 같은 학교를 다녔고' 그래서 아이들은 같은 집안처럼 아주 가까이 오가며 지냈었다.
장 장로는 노마 어머니의 돌연한 방문과 재회로 인해 불현듯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떠올 리게 되고, 이를 돌이켜 보는 회상에 잠긴다.
장 장로는 해방이 되자 홀로 월남을 해서 평생을 타향이나 다름없는 서울에서 힘들게 살아 왔고, 노년에 이른 지금은 이곳에서 공부를 끝낸 큰딸의 초청으로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와 서 재혼을 해 살고 있다.
'이민-이라기보다도 해방 이래 몇 번이나 앉은 자리를 떨려나듯, 그냥은 견딜 수 없는 피 난 이랄까 도피라 할까, 아니면 망명 생활 15년을 지내고 어느덧 16년 머리에 접어든 오늘 의 장 (동규)장로는 이제 지난날의 10년씩을 갈라놓고 뒤척여 온 일들을 불살라버린 지도 오래요, 사실상 대부분이 망각의 혜택 속에 사라져 주기도 했다. '
이처럼 생각하고 난 장 장로는 앞에 앉아 있는 노마의 어머니인 노마네가 하도 오랜만이라 얼마만큼 반가움을 표시해야 하는지 어림을 못한 채, 그녀와 헤어져 집에 돌아오지만 옛 생 각들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결국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서울에 있는 막내딸에게 전화를 건다.
그는 까마득한 옛 시절에 노마네와 같은 동네에 살던 노마네와의 얽힌 이야기들을 막내딸 로부터 전해 듣는다.
"그랬었구나, 느네들이……"
"오죽하면 노마네 식품점 소주는 오로지 우리 아버지와 친구 아저씨들이 다 마셔 버린다구 소문이 났었잖아요. 것두 외상으로……"
"그 아주머니는요…… 아버지! 언니들과 제가 학교에 어머니를 모셔가야 할 때, 몇 번이나 돌아가신 엄마 대신 학교를 찾아가 주시기도 했구, 운동회나 야유회, 수학여행 같은 때두 그랬어요."
하고 말소리가 잦아지다 수화기를 놓는 폼으로 보아 울음이 뒤따르는 줄을 알 수 있어서 그 는 말할 수 없는 감회와 슬픔에 젖게 된다. 어머니 없이 홀아버지 밑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 았던 막네 딸의 눈물겨운 회상이 화자의 눈앞에 떠오른다.
사건의 진행이 거의 없는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외롭고 가난하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에게는 눈물겨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작품 역시 그의 모든 작품에 훈훈히 녹아 흐르는 우리의 순박한 사랑의 정서와 이름다운 인간애가 우리의 가슴에 촉촉히 젖어 들게 하는 작품이다..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돕고 이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을 사랑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왔던 우리 모두의 옛 시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담이 그대로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 남은 천사 '(단편, 미주문학 1988)
화자의 두 쌍의 손주 중에서 아직 천사로 남아있는 막내 외손자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티없이 맑은 동심의 세계를 밝히고 있고, 석양을 향해 기우는 노년의 애상을 아름답고 잔잔하게 베어있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천사와 같이 티없이 맑은 손주와의 몇 마디의 짤막한 전화 통화를 통해서 손주와 할아버지 사이에 흐르고 있는 끈끈한 정이 맑게 표현된 동화와도 같은 아름다운 작품이다.


3) 최인훈 (崔仁勳, 1936 -)

최인훈은 1960년에 발표한  《광장》아라는 소설로 한국의 대표적인 이데 오르기 작가로 부상했던 작가다.
《광장》은 한국이 지니고 있던 역사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민족이 겪었던 수난을 한 개인의 행적을 통해서 그 고통과 갈등의 세계를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다루었던 문제작이다. 따라서 그는 개인적인 꿈이나 개인적인 진실문제 보다는 극히 국가적이고 사회적이며 역사적인 측면에서 인간의 참된 가치와 자유와 사상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의 소설은 전쟁이 묘사되지 않은 또 하나의 전쟁 소설이며 우리민족의 진행형 현대 역사소설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광장은 이미 소설로서는 끝이 났지만 사실적 내용인 이념문제나 피난 생활 등은 아직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샘이다. 이런 관계로 작가는 <광장 >이후에도 그의 다른 소설들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었고, 그는 드디어 그 이야기를 이제 광복 직후의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배경을 미국과 소련까지 확대시켜 총괄적으로 다시 이 이야기를 전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화두》는 바로 《광장》의 후속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화두》의 중심 주제는 단연 이념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배경으로 양대 이념믜 종주국인 미국과 소련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어서 하나의 주요 화두로 새롭게 대두되는 것이 바로 화자와 화자 가족의 이민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일찍부터 미국의 국무성과 대학들의 초청을 받아 미국에 수 차례 드나들었고, 그의 가족은 1960년대 말부터 시
작해서 1970년대에 이미 모든 가족이 미국에 옮겨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장남인 그는 이민을 가지 않고 홀로 고
국에 남았다.
  "가족들이 미국으로 떠나고 나서 나는 회령역에서 시작된 그 피난대열에서 나 홀로 남겨진 전쟁고아처럼 느꼈다"(화두 101p)
그의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떠난 다음 그가 개인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 표현에서 우리가 유의 할 점은 그가 미국이
민을 하나의 피난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있고, 자신이 전쟁고아처럼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실제 그의 부친의
생각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그의 부친은 일찍이 북한 회령에서 떠나와 수없이 떠돌다 전쟁이 끝나자 서울로
올라왔고, 그는 그곳에서 다시 최종적으로 그의 가족을 가장 안전한 미국으로 옮겨 갔다. 그리고 그는 고국의 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고국에 남은 큰 아들을 자신들이 머무는 가장 암전한 피난처로 데려다 놓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점이다.
이처럼 그는 《화두》속에 나타나는 작자와 그의 부친을 통해서 이민이라는 삶의 이동을 전쟁을 피해간 하나의 피난
의 연장과 피난처, 그리고 피난민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소설에는 소설로서의 특별하게 창작된 사건이나 작자나 그의 부친 이외의 특정한 주인공이 없고, 소설의 내용도 필자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의식의 세계를 그것도 사상이나 문화 같은 관념적인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 자신의 경험은 사실에 근거하지만, 원형과 일치하지 않는다. 소설은 소설이다."(화두 서문에서)라고 소설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하면 이 작품은 분명히 소설미학적인 측면에서 쓰여졌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1) 최인훈(崔仁勳)의 작품연보
그는 1936연월 13일 함북 회령에서 목재상인의 4남 2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고, 광복 후 아버지가 부르주아로 분류되어 감시를 받게 되자, 그의 가족은 원산으로 이주했다.  그는 그 곳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원산고등학교에 입학을 해 다니던 중 6.25전쟁이 일어나서, 1950년 12월에 그의 가족은 다시 월남하여, 1개월 간의 부산 피난민수용소 생활을 거쳐 목포로 옮겨와 그곳에서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서울법대에 입학하여 재학 중 1956년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중퇴했고, 다음해인 1957년에 육군에 입대해서 통역 장교로 7년간 근무했다.
대학교 재학 중 그는 이미 고향 회령을 배경으로 한 최초 작품인《두만강》을 썼고, 1959년《자유문학》에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으로 소설가 안수길(安壽吉)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으며, 이듬 해인 1960년에  《9월의 다알리아》《우상의 집》《가면고》를 잇달아 발표했고, 같은 해 11월 《새벽》지 11월호에 중편 《광장》을 발표하여 일약 중견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한국 현대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광장》은 작가가 25세 되던 해에 쓴 원고지 600매 정도의
중편소설로, 이듬해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그 뒤 그는 3회에 걸쳐 수정 가필하여 분량이 800매로 늘어났는데,
내용과 형식 모두가 초판본과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은 남북한의 이데올로기를 상호 비판
표현 한 것으로 이는 한국 현대 소설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러 의미를 지닌 문제작이며, 소설로서의 문학적 성취 면
에서도 뛰어난 소설로 꼽힌다
  이후 그는 《구운몽》(1962)과, 그리고 5.16 이후의 절망을 그린 《회색인》(1963)을 비롯해서《열하일기《크리스마스 캐럴》《정오》웃음소리(1966)로 동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7년부터는 한국 사회가 식민지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내   용을 담은 연작소설  《총독의 소리》발표를 시작했고, 1969년에는 다시 박태원(朴泰遠)의 소설 제목을 그대로 차용 해 1960년대 후반기의 양심적인 예술가상을 제시한 연작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1969》을 발표했고.    이어서《서유기》《태풍》 《꿈의 거울》1984년 단편 <달과 소년 병>(1984년 단편 1984년)을 발표했다. 그 뒤 십 여 년간의 침묵 끝에 냉전 이데올로기의 근원지를 찾아 다니며 존재의 실존적 의미를 탐구한 자전적 장편소설 《화두》(전 2권 1993년) 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의 신화 세계를 통해 민족의 본성을 탐구한 희곡작품《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Shoo-oo Shoo Once Upon A Time)와 《달아 달아 밝은 달아》(When Spring Comes to Hills and Dales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으로 》(봄이 오면 산에 들에)을 발표하였고, 이는 본국에서 보다 미국에서 더 많은 공연과 절찬을 받았었다. 이 밖에 평론집 《문학을 찾아서》(1970)와 산문집 《길에 관한 명상》(1989)이 있고, 《최인훈 전집》(1976~1979)을 출간했다. 그는 중앙문화대상 예술부문 장려상과 서울 극 평가 그룹상 등을 받았고, 희곡《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로  한국 연극영화 예술상 희곡상을 수상(1977)했다. 그는 1977년부터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1년 5월 서울예대에서 정년 퇴임했다.

<작품 세계>
한국 현대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광장》은 작가가 25세 되던 해에 쓴 원고지 600매 정도의
중편소설로, 이듬해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그 뒤 그는 3회에 걸쳐 수정 가필하여 분량이 800매로 늘어났는데,
내용과 형식 모두가 초판본과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은 남북한의 이데올로기를 상호 비판
표현 한 것으로 이는 한국 현대 소설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러 의미를 지닌 문제작이며, 소설로서의 문학적 성취 면
에서도 뛰어난 소설로 꼽힌다

2) 《화두》 감상 (민음사 간 상하 2권, 1994년)
<화두>는 화자의 생애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인 동시에 동서진영의 이념 문제와 이에 대한 그간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밝힌 일종의 사상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표제가 <화두>라고 되어있듯이 특별한 사건 전개를 중심으로 한 소설이 아니고, 자신의 행적과 기억과 그의 의식의 세계를 통해서 그의 초기 작품인 광장에서 나타난 이념과 사상 문제를 시대적 변화에 따른 현실적 추이를 전개시키고 있다. 따라서 화두는 그의 개인의 행적만이 아닌 사회적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정치 경제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친 실로 광대한 정신 세계를 밝히고 있고, 우리 민족의 문화나 역사를 세계적 문화나 역사에 대비시켜 그 가치를 정립해 보려는 의도가 엿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이남호(평론가)씨가《화두》표지에 "우리 시대가 간과하고 있었던 문화들을 찾아내어 제 몫의 긍지를 느끼게 하고, 문화적, 지적, 인간적 깊이를 갖춘 큰 문헌에서만 만날 수 있는 큰 기품을 지닌 작품이다"라고 적고 있는 글에서 보다 잘 설명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화두의 구성은 1부 2 부 두 권으로 되어 있고, 상권인 1부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1장인 서두에서는 전쟁이전 원산
에서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낙동강' 이라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사회운동가 박성운
의 의로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평생을 사화운동과 구국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혀 지내며 심한 구타로 중병을 얻어
보석되어, 마을 사람들이 그를 데리고 낙동강을 건너가는 이야기로 시작 된다.
이처럼 소설의 시작은 화자의 북한에서의 공산주의 교육에 대한 기억을 회상으로 시작되고, 나머지 세 장은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의 행적과 그에 따른 이민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그의 미국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1987년에 있었던 미국방문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하고 있지만, 내용은 그보다 먼
저 방문했던 1972년과 1973년 그리고 1979년의 방문에 대해 모두 적고 있다. 그의 방문은 모두가 국무성이나 이
곳 대학의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방문한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반년 2년 4년 이렇게 여러 차례에 걸쳐 퍽 긴 시간 동
안 머물렀던 것 같다. 그리고 내용의 중심은 1972년부터 1976년 사이 4년 가까이 꽤 오래 머물렀던 시기인 것 같
고, 이 시기에 그의 이민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우선 가족 중 고국에 유일하게 홀로 남은 필자의 미국 이민에 관한 문제는 그의 아버지의 소망에서 이 소설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다. 그의 가족은 일찍이 북한 회령에서 떠나와 수없이 떠돌다 전쟁이 끝나자 서울로 올라와 그곳에서 다
시 최종적으로 가장 안전한 미국으로 옮겨 갔다. 그리고 그의 부친은 자신과 가족이 미국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사
실에 다시없이 만족해 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전쟁을 피해 이곳 저곳으로 수도 없이 피난살이를 했던 그의 가족과
그에겐 신세계에 대한 드림보다는 우선 안전이란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민이란 개념을 피난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미국을 가장 안전한 피난처로 생각하는 그의 부친은 고국의 정세
가 불안 할 때마다 그의 장남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지 못한 것을 늘 불안해 하다가, 그가 가족 곁에서 장기간 머물
게 되는 이 시기에 고국에 남은 큰 아들을 자신들이 머무는 피난처로 데려다 놓으려는 마지막 그의 아버지의 소망이
화두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는 그가 우리말로 소설을 쓴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만으로 이민을 결정하지 못한다.
이처럼 그는 자신에 대한 이민문제를 두고 정작 그 자신은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이유는 다만
그가 우리말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점과, 수입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설쓰기를 저버리고 이민을 갈 수가
없다고 쓰고 있다.
"나는 그 때까지 내가 쌓아 올린 돌탑에 대해선무당이 자기 신통력을 과신하듯 거기서 손을 놓아버리기가 아쉬웠다. 살던 집을 버리고
가듯 그렇게 떼어놓을 수 없이 그것은 나 자신이었다."(화두 상 100 p)
결국 자신이 자기 자신처럼 생각하는 소설쓰기를 저버릴 수 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를 두고 생각 날
때마다 늘
"몸만 가지고 LST 에 실려온 피난 가족의 맏이가 온 나라가 피난민 수용소 같은 사회에서 취미에 빠져 살다니! "(화두 상 286 p)
하고 회의에 잠기곤 했다. 또한 모레이 교수의 이민 소설 <머나먼 고향>을 읽고 자신과는 상반된 경우인데도 가족과
고향을 떠나온 모레이 교수를 경우를 두고 자신은 그러지 못한 데에 깊은 회의에 잠겼던 것 같다.
다만 자신이 큰 아들이라는 점과 부친을 모셔야 한다는 부담은 덜했던 것 같다. 그의 부친은 그가 미국에 머물기를
간절히 소망했으나, 그 의견을 직접 아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제 삼자에게 부탁 할 정도로 그를 깎듯이 배려해주었다.
그러나 그는 그 뜻을 따르지 않았지만, 그 자신은 자신을 제외한 그의 부친과 가족의 이민에 대한 생각은 아주 긍정적
이어서, 부친이나 가족이 이곳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크게 만족해 하고 있었고, 일찍이 한국전쟁과 함
께 시작된 그 가족의 피난길이 이곳 미국에서 끝나는 것을 그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전쟁을 피해 이곳 저곳으로
수도 없이 피난살이를 했던 그의 가족과 그에겐 신세계에 대한 드림보다는 안전이란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라
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의 미국에 대한 인식 역시 그렇다. 그는 이미 군 재직시 통역관으로 미군들과 접촉을 했었지만, 그가 실제 미국
을 드나들면서 직접 보고 느낀 자본주의 국가의 근원인 미국에 대한 비판은 아주 긍정적인 것이다.  
"미국은 로마처럼 자기를 지키지 못하고 망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화두 상 122)
라는 결론에 이미 도달해 있는 데서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곳의 건물이 튼튼하다는 것이 나에게는 서럽게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아끼던 집도 순식간에 폭탄이 없애버린 W에서의폭격의 경험
이며, 피난 다니면서 얼치기 날림 집들 때문에 제대로 된 학교는 나에겐 언제나 신기했다."(화두 상153 p)
그러나 그는 모레이 교수의 소설 이민 소설 <머나먼 고향>을 읽고 자신과는 상반된 경우인데도 가족과 고향을 떠나온
모래이 교수를 두고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깊은 회의에 잠겼던 것 같다.
"몸만 가지고 LST 에 실려온 피난 가족의 맏이가 온 나라가 피난민 수용소 같은 사회에서 취미에 빠져 살다니! "(화두 상 286 p)
"나는 불러볼 신의 이름도, 부려볼 슬기의 준비도 없이 메이플라워의 겨울 밤과 마주 앉아 있었다. (286)
사실 그 자신도 1974년 장기 체류시(4년) 가족과 합류해 있을 때는 뚜렷한 결정 없이 이곳에서 몇 개월간 서적에
관계된 직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으나, 그 회사가 문을 닫게 됨으로 해서 그 직장은 자연스럽게 끝이 났고, 그래서
그는 1976년 한국으로 돌아갔다.
제 2부에서는 소련의 패망이 핵심 화두로 표현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내용은 아직도 이념문제가 끝나지 않은 한국과, 그리고 부친이 편히 머물고 있는 자유롭고 안정된 모습의 미국과, 그리고 공산주의가 패망한 러시아가 함께 대조적으로 표현된다.
결국 한반도 북쪽 끝 회령에서 시작된 그의 가족 피난길이 끝내는 양 이념의 한 근원지이고 승리자인 미국 대륙에 안전하게 정착하게 되고, 공산주의와 함께 러시아는 패망하여 레닌의 동상이 땅에 굴러 떨어진다는 것이 이야기의 대단원이다.
이처럼 화두의 후반부는 주로 구 소련과 공산주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2 부 소설의 구성은 11장으로 나뉘어 있고 전반 부에서는 주로 고서 수집 같은 문화적인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지만, 당시의 시대적 사회적 모습과 함께 현실 주변의 이야기를 자신의 과거의 기억과 함께 자신과 가족과 국가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사고를 바탕으로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다양한 면의 지식과 자료가 표현되고 있는 점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특이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의 방한을 계기로 한 독일의 통일 문제와 함께 우리 남북이야기 등을 시대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밝히고 있고, 2 부 작품 후반 부에서는 그가 1992년에 소련을 직접 방문 해서 목격한 사실들을 통해서 공산주의 몰락을 확인하고 있다.
그가 귀국 시 비행기 속에서 레닌의 병세가 악화되어 임종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적혀있는<모스크바>뉴스에 실린 기사인 <신의 죽음 >이란 기사를 읽고 난 화자가 레닌을 두고 말한다.
"레닌은 신이 아니라. 풀의 형제이기도 한 우리 같은 인간이다. 레닌은 높이에까지 올라간 풀이었다." (화두 537 p)
화자는 소련으로부터 돌아온 보름 뒤, 아내와 미국에 거주하는 아버지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아버님이세요?" " …" "네, 네, 별일 없어요" "………" "아버님 별일 없으세요?" "…………" "네, 아버님, 편지 올리겠습니다. 들어가세요"(
화두 539 p)
"저더러 애들 데리고 왔다 가라시는군요" "응, 그러시는군, 오겠거든 애들 데리고 당신을 보내라는군" (화두 541 p)
수화기만 들고 있는 부친과 실제 대화를 주고 받기라도 한 듯 부친의 뜻을 서로 주고받는 화자의 두 부부는 말없이
수화기를 들고 계시는 부친이 그래도 아주 평안히 잘 지내고 계신다는 사실에 무한한 마음에 위안을 느낀다는 표현
을 끝으로 소설은 끝난다.

나가면서
미주 현대 국문 소설이 출현한 1980년대부터 같은 시기에 발표되기 시작한 1,5세나 2세들에 의한 영문 소설은 이곳 현지에서 큰 반응을 불러 일으킨 바가 있고, 고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국문으로 쓰인 미주 한인 소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은 전문적인 전업 작가가 없고 아직은 독자가 한정되어 있는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에 대한 관심의 결여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주에는 약 50여명의 등단 소설작가가 있고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지만, 작품 거의가 고국의 순수소설 형태에 가까운 소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창래를 비롯한 1,5세나 2세들의 영문 소설들이 관심을 끌게 된 점은 거의가 정체성의 표현 같은 이중 문화나 현지인의 의식세계가 일부 가미된 일종의 이민문학 작품이라는 점이다. 빛을 보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곳에 살고 있는 만큼, 이곳의 사회성에 부합되는 작품을 쓰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점이 결국 고국인과 현지인들에게도 관심을 끌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송상옥을 비롯한 80 년대의 이민 국문 소설이 앞으로 나타나게 될 가치 있는 한인 국문소설의 출현에 밑거름이 되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