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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코이의 법칙 따스한 공간

2023.07.19 15:49

양상훈 조회 수:22

코이의 법칙 따스한 공간

양상훈

 

 

 

일본의 관상용 비단잉어 중에 코이(Coi)라는 신비한 물고기가 있다. 코이는 보통어항에서 10cm정도 자라지만 수족관에서 30cm 강물에서 1m 이상 커버리는 코이라는 물고기의 삶은 아주 특이하다. 같은 물고기인데도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신기한 물고기이다. 우리는 흔히 노는 물이 다르다라 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나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라도 그가 자라온 환경과 주변 인물에 따라 현재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다 코이 인지도 모른다.

우리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이 그물처럼 걸려있다. 걸림돌의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모두가 기회와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 할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 주어야할 것이다.

같은 물고기지만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놓아두면 대어가 되는 신기한 물고기를, 사람들은 이를 두고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주변 환경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 법칙을 듣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지 않겠는가. 자신의 무대를 어항이라 생각까지 않고 강물이라 생각해서 성장을 키운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코이의 법칙은 얼마 전 내로남불의 편싸움으로 각인된 국회에서 시각장애인 여당 한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인용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연설 역시 내내 정말 오랜만에 잔잔한 감동을 주어 시청하는 국민들에게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여야 모두 기립 박수를 보냈고 이날만은 극한 양측대립과 혐오감을 씻어주는 유쾌한 국회모습이었다.

박수의 주인공은 국민의힘김예지 의원이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인재영입의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날 안내 견 조이와 함께 단상에 올랐다. 김의원은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등 대정부질문에 국무위원 답변시간을 포함해 약26분간 점자를 손으로 짚어가며 철저히 준비된 내용을 거침없이 발언했다.

김의원은 장애인당사자이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비래대표의원으로서 장애인학대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위한 법률제정의 필요성과 실효성 있는 장애인 정책을 위한 예산 확대, 그리고 장애인정책의 방향과 정부의 역할 등을 주제로 대정부질문을 마무리했다. 평소의 국회에 대정부질문에서 고성 막말 폄하 발언은 사라지고 서로 배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고 오래 만에 국회다웠다. 질문의원과 답변하는 국무위원이 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갖춘 모습은 지금까지 극한 대립으로 날을 센 국회마당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 채 김의원은 물고기 코이이야기로 대정부 질문을 끝냈다.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부분을 대변하는 공복으로서 모든 국민이 당당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막말과 우격다짐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속출하던 서울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오랜만에 미소와 박수를 이끌어낸 김예지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적극 공감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이고 소외된 장애인에게 음지에서 피눈물 나는 그들의 생활환경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배려했던가. 정부마저도 여러 이유로 정책 방향과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절실히 돌아 볼 필연성이 요구된다. 그동안 경제 10대 선진국에 진입하며 OECD회원국으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에 걸맞게 장애인 복지부문에서 활성화되어야할 것이다.

코이의 법칙 유사사례로는 벼룩을 들 수 있다. 벼룩은 자기 몸의 수십 배를 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유리컵에 가둬두면 벼룩은 이쪽저쪽 점프하여 머리를 부딪치다가 결국은 머리를 부딪치지 않는 만큼만 뛴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환경에 놓이는 냐 에 따라서 뛸 수 있는 높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은 믿어 주는 만큼 자라고 아껴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하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다. 내가 생각하는 선택한 주변 환경과 생각들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자식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맹자 어머니, 조선명필의 한석봉 어머니 이들은 모두 코이의 법칙을 알았을까.

삶이 쉽게 우울해지고 작은 일에도 크게 낙담하며 절망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계속 작은 어항 속에 가두어두면 살아간다.

나이가 많아서 학벌이 좋아서 운이 나빠서 등등의 수많은 이유를 들어가며 자기 자신을 한계 속에 몰아넣는다. 그러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우리는 수많은 한계의 틀을 스스로 허물며 이 자리까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탄생의 순간이다. 엄마가 겪는 출산의 고통, 그것의 배를 아기가 겪어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두발로 서기까지 말을 시작하기까지 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까지 이렇게 우리가 극복한 많은 한계점들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게 만들었다.

금수저들이 가진 좋은 조건들을 나와 비교하여 스스로 한계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연연하여 자신의 존재를 잊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한다. 매사에 감사할 줄 알고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이 좋은 환경이 될 것이며 그것이 바로 건강한 코이(coi)가 되기 위한 비결이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