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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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미친녀

2024.04.19 17:01

민유자 조회 수:27

 

미친녀/민유자

 

졸지에 미친녀가 되어버렸다. 남편이 새벽 산책길에서 만난 서양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이 ! 시간에 스파를 하는 여자가 있더라?!” 손가락을 머리 주위에 뱅뱅 돌리면서 이상하다는 말해서!, 그게 바로 아내야!” 하려다가 미안해 같아서 그냥 웃고 왔다고 했다. 

 

오늘 아침 기온은 화씨 37(섭씨 3). 봄소식을 알리는 돌배나무가 화사한 꽃구름을  피웠고, 수선화도 활짝 피었건 봄은 오던 길을 멈추고 무슨 곡절인지 기지개를 펴다가 주춤 움츠러들었다. 아침 7시는 내가  수영을 하는 시간이다. 옥외 수영장에서는 온천장이 무색하게  수증기가 하얗게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다. 

양쪽 발에 문제가 생겨서 모두 수술 받은 나는 서서 하는 운동이나 걷는 운동을 없다. 추위를 무릅쓰고 수영을 강행해야 하는 이유다.

자유형 20, 평형10, 접영 20. 모두 50분동안 쉬지 않고 하면 천천히 하는 실력으로는 대략 1마일 정도의 거리가 된다. 체온을 유지하고 근육을 이완하기 위해서 수영 전과 후에 자쿠지에서 스파를 잠시 하는데 울타리 밖에서 그녀가 봤던 게다. 텀블러를 들고 밤에만 와서 와인을 홀짝거리며 분위기 있게 즐기는 자기들 생각만 하고 꼭두새벽에 스파를 하는 나를 보고 무슨 맹물에 맛이냐는 살짝 미친녀? 생각했나 보다.

 

맥주병 신세를 면한 사람은 내게 수영을 잘한다고 말하지만 사실로 내가 수영을 하는 편은 못된다. 어떤 사람은 내게 힘도 좋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내두른다. 내가 쉬지 않고 시간 가까이 헤엄치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그나 그건 정녕 몰라서 하는 말이다. 수영은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서두르거나 과도한 힘을 쓰면 금방 숨이 턱에 치닫고 지쳐서 계속할 수가 없게 된다. 몸에 힘을 빼고 호흡을 조절하면서 부유하는 힘에다  물살을 조금만 밀고 당기면 저절로 떠가게 되어있다. 보통 빠른 걷기 정도의 체력만 있으면 된다.

 

 하이! 굿모닝! 근데 너는 저기 스파에서 기도하는 거니?” 피클볼을 끝내고 나오던 여자가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는 내게 다가와 물었다. 

유투브를 시작하면서 알게 문제가 있다. 낭송을 녹음하는 중에 혀가 제멋대로 꼬이면서 번씩 중단하고 다시 읽어야했다. 몸의 부분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알았지만 제일 끝까지 날렵함을 잃지 않을 같던 혀도 그렇게 둔화된 것을 일찍이 알지 못했다. 웃을지 모르지만 팔다리 운동하듯 혀도 유연성을 위한 운동을 하기로 했다. 스파에 머무는 동안 내가 전에 암기했던 성경구절을 외우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까 맘놓고 소리 내어 암송했다. 예수님이 직접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으로 시작해서 사도신경, 신앙의 유무를 떠나 성경구절 가운데 제일 많이 읽히는 시편 23, 신약성경의 정수로 꼽히는 로마서 8장을 차례로 외우고 나면 대략 10분이 소요된다. 수영 후에는 시편1, 산상수훈을 외우면서 5분간 스트레칭을 했다.  

수영장 옆이 피클 하는 곳이라 저들 끼리 깔깔대고 때로 높은 소리를 내며 탄성을 지르는 것을 나는 자주 듣는다. 그러나  내가 보통의 소리로 암송하는 소리가 그들에게 들릴 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더구나 스파에는 세줄기의 물이 벽에서 떨어지는 장치가 있다. 낙수를 맞으며 목과 어깨를 마사지 받느라 물소리에 섞여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들릴 정도다.  조용한 아침 시간이라 그랬을까? 사이사이 정적을 뚫고 목소리도 그들에게 전달이 되었나 보다. 

고맙게도, 내게 물어본 사람은 대답을 듣고 수긍했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나를 살짝 돌아간 미친녀?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겨울용 수윔 파커를 일부러 사이즈보다 것을 샀다. 소매가 길어 장갑이 없어도 손이 시리지 않고 길이도 길어서 종아리 보온이 된다. 병아리 우장 같이 검은 파커를 입고 후드를 쓰고 그래스에 마스크까지 쓰니 중무장을 내모습이 내가 봐도 우습기는 우습다. 

그렇기로서니 다른 개들은 나를 보면 빤히 쳐다보기는 해도 짖지는 않는데 모퉁이집의 작은 하얀 개는 나를 보면 기를 쓰고 박박 짖어 댄다. 남자가 개를 데리고 걷는 시간이 내가 수영 가는 시간과 비슷해서 거의 매일 만난다. 개가 발광을 하듯 넘어가게 짖어대니까 남자는 나를 보면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절절 맨다. 낮에 평상복으로 만나면 괜찮은데 아둔한 개는 같은 사람인 모르고 미친녀? 취급을 한다. 

 

오늘 아침엔 쌀쌀한 날씨에다 바람기까지 있어서 잠깐 동안에도 젖은 몸에 휘감기는 바람이 살을 에인다.  오늘 같은 날은 산책 나온 사람들도 모자에 두꺼운 파커를 입고 장갑까지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때는 벌거벗고 물에 첨벙 뛰어들고 바람 맞으며 밖에서 샤워를 하는 나를 보면 아마도 미친녀? 가까울 같다. 

해가 퍼진 후에 기온이 올라갈 때에 수영을 해도 되지만 아침에 하면서 미친녀가 되는 이유가 있다. 가만 있으면 저절로 굴러 내릴 밖에 없는 비탈길에 서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낮시간으로 정하면 이런 이유 저런 핑계로 못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그러니 아침에 눈을 뜨면 비가 오나 바람이 불거나 이유를 불문하고 첫번째로 수영을 하기로 스스로 정해 놓았다. 

 

무심히 하는 나의 행동이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보여지겠고 거듭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을 생각하니 샤워장에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날씨가 차니까 옥외 샤워에서 더운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찬바람 맞으며 가만히 서있기가 나빠서 더운물이 나오기까지 제자리 뛰기를 한다. 발바닥과 무릎의 충격을 줄이려고 발목과 허벅지 근육을 써가며 크게 120번을 하면 더운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샤워장 옆은 철제 울타리 밖에 메일박스가 있다. 산책하는 사람, 우편물을 가지러 왔던 사람들이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는 나를 본다면 여기서도 미친녀? 의구심을 다분히 가질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상관이랴? 개의치 말자! 감사하게도 자녀 양육의 책임을 벗고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이 주어졌다. 이미 정신도 육체도 젊을 같지 않은 지금이다. 어차피 무엇엔가 꽂혀서 미치지 않고서야 무슨 동력으로 작은 무엇이라도 이룰 있을까? 그에 따른 성취감과 삶의 보람을 느낄 있고, 그와 병행하는 즐거움을 만들어낼 있으랴? 이것 저것 눈치 보지 말고 앞뒤 재지도 말고 마음이 동하는 대로 제대로 한번 미쳐보자! 맛을 스스로 일구고 만들어보자!

거추장스러운 보석이나 명품으로 단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공들여 서리 앉은 머리와 깊은 주름을 감추지 않아도 좋다. 올곧은 자세와 건강하고 싱싱한 활력을 견지하는 것이 내게는 첫손 꼽을 아름다움이다. 나는 오늘도 기꺼이 하루의 숙제를 일찌감치 끝낸 뿌듯함으로 미친녀美親女가 되는 기쁨을 만끽한다.

 

힘껐 황홀한 노을의 아름다운 색을 방울이라도 만들어 하늘의 귀퉁이라도 물들여보자! 몰두하여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