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숙-사막은 가시를 키운다
2017.10.25 03:15
11월의 시
사막은 가시를 키운다
장태숙
사막은
오랜 적막이 굳은살로 박히면
온 몸에 가시를 키운다
데스밸리이거나 모하비 사막이거나
사막에 들어서면 면벽하듯 이승의 생각들 지워지고
두껍고 단단한 정적이 두렵게 차오른다
푸석푸석 바스라지는 호흡
올 성긴 빗자루가 쓸고 간 듯
가슴 따가운 허공의 모래바람
침묵의 소리가 소리를 먹고
보이지 않는 것으로 가득 차
터질듯 밀려나온 온 몸의 가시
어떠한 삶이든 생애는 외롭고 고통이다
응어리진 한 알의 모래알이거나
두 눈 부릅뜨고 꿈쩍 않는 선인장이거나
몸뚱이로 구르는 가시덤불이거나
사막은 가시를 키우며 스스로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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