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애-디아스포라의 꿈

2018.04.30 02:00

미주문협 조회 수: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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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의 꿈

                                              박인애


쪼그라든 창자
모래가 든 신발로 앞만 보고 달렸는데
머리에 피어나는 바람꽃이
좀 쉬어가자 하지만
나침반이 방향을 잃었다

사막의 한 복판
오아시스는 처음부터 없었던가
태양이 영혼을 말린 하늘에
어머니의 얼굴이 손짓하는데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도
잘못 온 곳에 더 이상 머물 수도 없는
디아스포라의 현주소는
절망

주홍 글씨로 새겨진 ‘불법체류자’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던 낯 선 식물
결코 옮겨 심을 수 없었던 종(種)이었을까

선한 사마리아인은 고개를 돌리고
혼자서 무서운 꿈을 꾸는
디아스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