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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나무 한그루 /안차애

2006.09.19 12:46

유봉희 조회 수:813 추천:96

  불꽃나무 한그루

안 차 애

마이크로 월드 잡지에 찍어 논 뇌동맥 칼라 사진을 보고서야
누구나 자기의 하늘이 꽉 차도록
가지 많은 나무 한 그루씩 키운다는 걸 알았다

이글이글 타는 용광로 쇳물빛 혈관이
위로위로 불꽃 날름대며 타오르고
타오르다 굽이치며
굽이치다 제 몸을 터뜨려 새 가지를 내면서
불타는 나무 한 그루로 자라고 있었다

사랑이야!
소리치며 힘차게 뻗어가던 가지 하나가
슬픔인걸,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큰 가지에 눌려 휘청 구부러진다
휘어지며 생긴 작은 매듭 하나, 둘, 셋......
종양처럼 나비처럼 열매처럼 굽이굽이 맺혀있다
신기하기도 하지
엉겨도 끊기지 않고 휘어져도 꺾이지 않은 나무 가지들의
저 먼 끝에선 푸른 노을이 피어오르고.

붉게 독 오른 내 사랑이
더 붉게 무너져오는 네 슬픔을 휘감아
불루마블,
둥그런 천구에 푸른 별빛으로 연신 스며들고 있다
청남빛 둥근 세상 한 귀퉁이로 기어이 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