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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로다

2006.06.26 08:14

박승미 조회 수:1074 추천:66

  달항아리로다

박 승 미


검정 고무신에 땀이 차기 시작하면
조팝나무 꽃이 피는 시절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희디흰 치맛자락 펴 놓고 앉은 듯
들판이 다 환해져
새참 후에 치맛자락 끌어다가 베고 누워보라지
잔시름 잔병이 씻은 듯 다 나은 것 같고
털고 일어난 자리를 말렸다가 퇴비에 섞었더니
양질의 거름이 되더라 하지 않나
장마때는 논두렁이 무너질까
제 허리끈 풀어지는 줄도 모르고
연약한 잔뿌리로 일편단심 물고 늘어져
땅을 지키는 지킴이가 된다니
꽃은 꽃대로 꺾어서
배가 불룩한 오지 항아리에 꽂아 놓고 보니
오지가 백자로 보이는데
새하얀 꽃이며 향기가 예사롭지 않아
눈여겨보는 이마다
달항아리를 떠올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