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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 정진규

2013.12.30 04:43

유봉희 조회 수:459 추천:38

  이 별

정 진 규


어제는 안성 칠장사엘 갔다 잘생긴 늙은 소나무 한 그루
라한전 뒤뜰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비어 있는 자리마다 골고루
잘 벋어나간 가지들이 허공을 낮게 높게 어루만지고는 있었지만,
모두 채우지는 않고 비어 있는 자리를 비어 있는 자리로 또한
채우고는 있었지만, 제 몸이 허공이 되지는 않고 허공 속으로
사라지지는 않고 허공과 제 몸의 경계를 제 몸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허공이 있고 늙은 소나무가 있었다 서러워 말자


*정진규시집 <알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