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시바다 도요 시집 <약해 지지 마> 중에서
2011.07.05 01:49
99세 시집 출간 < 약해 지지 마> 중에서
< 말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나>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
시바타 도요는 올해 100세 할머니이다.
도요가 자신의 장례 비용으로 모아둔 100만엔을 털어
첫시집 '약해 지지마'를출판 100만부가 돌파되어
지금 일본 열도를 감동 시키고 있다.
1911년 도치기시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도요는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져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었다.
이후 전통 료칸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런 와중에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33세에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결혼해 외아들을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정직하게 살아왔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한 후 그녀는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한다.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 했네.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결혼에 한번 실패 했고 두 번째 남편과도 사별한 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던 노파.
하지만 그 질곡 같은 인생을 헤쳐 살아오면서
100년을 살아온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는다.
그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지금 초 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 그녀의 위로가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 사람들에게
그리고 미국에도 전해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 마
...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모셔온 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 | 문학이 죽는 2가지 이유 | 서용덕 | 2014.10.01 | 264 |
51 | 위대한 문호와 시인들은 시와 시인을 이렇게 말했다 | 서용덕 | 2014.03.15 | 269 |
50 | 유안진 시인이 본 서용덕 작품 <영안실의 온도> | 서용덕 | 2013.06.05 | 402 |
49 | 나태주 시인 | 서용덕 | 2012.03.14 | 1098 |
48 | 아주 중요한 문서입니다 (펌) | 서용덕 | 2012.02.12 | 232 |
47 | 유대인 파워 / 글. 박재선 | 서용덕 | 2011.09.14 | 552 |
46 |
홍문표 시인(평론가)님 강의록 (문학캠프 2011년)
![]() | 서용덕 | 2011.09.12 | 343 |
» | 99세 시바다 도요 시집 <약해 지지 마> 중에서 | 서용덕 | 2011.07.05 | 577 |
44 |
박범신 소설가님 강의록 (문학캠프 2011년)
![]() | 서용덕 | 2011.09.12 | 500 |
43 |
Albert Einstein [미국 물리학자, 1879-1955]
![]() | 서용덕 | 2011.03.29 | 446 |
42 | 옮긴 글 (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고 ) | 서용덕 | 2011.03.08 | 370 |
41 | 語言無味 책을 읽지 않으면 / 이훈범 | 서용덕 | 2011.03.08 | 345 |
40 | TED 18분의 마법 | 서용덕 | 2011.03.08 | 531 |
39 | 잘못 된 사랑 | 서용덕 | 2011.02.25 | 555 |
38 |
이탄 (1940~2010) 시인님 별세 (7월29일)
![]() | 서용덕 | 2010.08.06 | 967 |
37 |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 서용덕 | 2010.08.03 | 625 |
36 | (펌) 사람을 끌어당기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가? | 서용덕 | 2010.08.01 | 410 |
35 | 나은 김우영 작가 | 서용덕 | 2010.07.03 | 492 |
34 | 노벨 문학상 작가는 누구 | 서용덕 | 2010.05.17 | 717 |
33 | <헬렌 켈러> 남긴 명언 13개와 <닉 부이치치> | 서용덕 | 2010.03.08 | 13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