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행복한 날의 일기
2011.09.10 09:42
어느 행복한 날의 일기
정석영
환하게 총총
방울 같은 꽃등을 달고 선
겨울나무의 행렬
그 사이로 달려가는 버스가 있었다
불이 꺼진 맨 앞 창가에 내가 앉았다
꽃을 피운 겨울나무들을 보며 참 행복해 한다
마침 또 쳐다보니 낯익은 얼굴
보조개 진 웃음으로 화안히
조각달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초롱한 눈망울의 아기별도 곁에 있었다
나도 반갑게 올려다보며 눈을 맞춘다
그 렇게 우리 함께 가고 있었다
빌딩숲에 가렸을 땐 헤어졌다가
빌딩숲을 지나선 다시 만나고
그러다가 이제는
남산 터널을 한참동안 지나왔는데
조각달은 산 위로 달려왔는지
터널 어귀까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화안한 조각달과 초롱한 아기별과
그렇게 한강 다리를 다 건널 때까지
우리는 서로서로 마주보며 눈을 떼지 않았다
버스에 내려서 골목길을 걸어오고 있을 때
지붕들에 가려져 키 작은 아기별은 보이지 않는데도
조각달은 끝까지 내가 돌아오는 길을 지켜주고 있었다
<시작메모> 요즘 지식화 물질화로 기울어진 인간상실의 시대를
인간시대로 열어갈 튼튼한 초석 하나 놓아두자는 것이
그들에겐 남의 일로 여겨지는지, 먼--산의 불로 보이는지........
힘이 다 빠진 상태로 버스에 올라 숙소로 돌아오던 길이었는데,
참 많이 외롭고 힘든 날이었는데........
아, 반가운 조각달과 아기별과의 해후! 그로 인해
(정말 혼자가 아니구나, 저렇게 나를 지지해주는 이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눈물겹도록 그들을 고마워하며 행복해 했던,
그리하여 참 행복한 날로 반전된 그런 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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