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7 15:39
오늘의 그네 - 이만구(李滿九)
문뜩 가을이 머물다 가는 또 하루가 찾아와
나는 그 길목에 서서 지난 시간 잊을 리 없다
어둠이 걷힌 후, 어김없이 다가오는 내일은
오늘의 하루로 순환하는 굴레의 저편에
밤하늘 저 멀리 빛나는 하나 둘 별들처럼
나의 희미한 기억만 낙엽처럼 쌓아져 갔다
내 머무는 하루의 아침과 저녁이 지나가고
어제와 내일 사이를 오가는 나날의 스윙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어디로 흐르는 것일까
현존으로 바라본 내 안의 완연한 가을 속에
흐트러져 놓인 성글은 나목들의 산 풍경
안으로 생명 움츠리고 겨울잠 청하는 듯
저문 날에 상념은 바람의 끝자락에 서있다
오늘은 이렇게 다가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순백의 하루가 내 속을 빤히 지켜보고 있다
떠나는 배, 한 바다의 은빛 비친 물결 위에서
흘러간 어제는 아무런 흔적 없는 추억일 뿐
새벽은 다시 뒷걸음쳐 오늘의 그네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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