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9 14:53
마지막 편지 - 이만구(李滿九)
창밖의 뜨락, 마른 잎에 싸락눈 내리는 밤
잠에서 깨어 세 통의 마지막 편지를 쓰렵니다
하나는, 내 어머니의 품, 그 먼바다에게
또 하나는 살아생전에 좋아하던 산과
그리고, 당신을 아직도 다 알 수 없는
내 기도의 끝, 하늘에게 부치고 싶습니다
눈이 내리던 날, 모태의 자궁에서 태어나
생명의 근원이 드넓고 깊은 바다라는 걸
저는 비로소 머리가 희어서야 알았습니다
고소공포증을 앓던 내가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은 당신께 더 가까이 가
이 세상이 얼마나 작은 것이라는 걸 보며
날 깨닫기 위한 사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벽녘, 허청의 수탉 울음소리에 일어나
당신이 부르는 일이라 거부할 수 없는
그 하늘로부터 순명 기쁘게 따르겠습니다
부질없던 내 안에 당신 사랑만 가득 싣고
바다와 산과 하늘을 둘러 당신께 다가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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