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배웅 / 성백군
한 사나흘,
더위가 기운 것 같아
여름이 가는 줄 알았더니만
오늘은 왜 이래
가만히 있는데도 땀이 나고 숨이 턱턱 막힌다
배웅을 못 해줘 삐쳤나 싶어
물 한 컵 떠서 시멘트 바닥에 부어주었다
찬물 먹고 정신 차리라고
말복, 처서, 지나 곧 있으면 추석인데
계속 뻗대며 고집부리다가는
음복(飮福) 받기는 다 틀렸다고 윽박질렀더니
서러운지, 흐느끼는 여름
하늘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를 줄 알았더라면 달래어 보내는 건데
너 때문에
세상이 이상기온으로 고생했지만
자연현상에 대해서 많이 배우기도 했으니
가는 길이 순탄하길 기도하마.
내년에는 우리 서로 좋은 낯으로 만나 사귀어 보자며
미웠던 여름이지만 간다는데 어찌하겠습니까
마음 비우고 배웅했지요
1421 – 08282024